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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벗은 안방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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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 숙원했던 우승 트로피. 매섭게 불어닥치는 중국의 광풍이 구리를 새로운 세계챔프로 등극시켰다. 부동의 중국 톱랭커에 걸맞지 않던 세계대회 무관. 준비된 우승후보로 꼽히기만 할 뿐 번번이 초반 탈락의 비운을 곱씹었다. 그 사이 ‘안방호랑이’의 꼬리가 축 늘어져가던 그였다. 빼어난 감각과 강한 전투력, 빠른 수읽기를 두루 갖춘 구리의 1선 등장으로 세계바둑계는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5번기 제5국 ○천야오예 5단(중국) ●구리 7단(중국) - 장소 : 주한 중국문화원 - 날짜 : 2006. 04. 21 - 결과 : 237수끝, 흑불계승 장면 (명줄을 끊는 수는?) 이기는 쪽은 첫 세계챔프. 단판승부로 압축되면 극도의 긴장감이 밀려들 법한데 ‘정신을 차린’ 구리는 노련한 운영으로 부분전마다 점수를 조금씩 보탰다. 우승을 향한 막바지 고빗길은 중앙. 천야오예의 무리한 도발을 말끔히 격퇴, 확고부동한 승세를 닦았다. △를 잠재우는 카운터 펀치는 무엇이었을까? 실전진행1 (경과수순) 집차지에서 앞서 있는 흑. 반면 백은 중앙쪽의 발언권이 강하다. 그런 상황에서 선수를 쥔 구리는 현실적인 실리 A보다 두터운 수 흑1을 택했다. 백2, 4는 흑3, 5를 간과해서일까. 흑5에 백6의 손질이 필요, 곧바로 결정타를 얻어맞는다. 참고도1 (득보다 실) 백이 중앙의 꿈을 잃은 지는 제법 됐다. 구리의 견제 동작이 적절했기 때문이다. 백1로 지키면 몇 집이라도 확보할 수 있으나 흑2로 파호당해 좌변 백이 위태로워진다. 백1에 앞서 3에 찔러 흑5와 교환해 두면 무사하지만 그럴 경우 흑A로 젖혀 실리를 확보하는 수단이 한층 강력해진다. 중앙 도모로는 이미 여의치 않은 형국. 참고도2 (분규) △에는 좌변 백을 보살피기 위한 사정도 담겨 있다. 가령 흑1로 차단하면 백2로 껴붙여서 애써 후수삶을 도모하지 않고도 분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종반으로 갈수록 패신의 그림자가 자신을 향해 점점 짙게 드리우자 천야오예는 간단한 반격수단마저 헤아리지 못했다. 참고도3 (엷은 형태) 허리를 끊은 중앙 백 두점을 제압하지 못할 경우 여간 껄끄러운 입장이 아니다. 상변과의 연결고리가 온전치 않은 흑. 백5로 끼우고 7로 붙이는 유명한 차단의 맥이 남아 있다. 애초 △는 이런 노림도 품었다. 또 상하 흑이 분단돼 ▲가 약화되면 하변을 흑집으로 만들기도 어렵다. 실전진행2 (상황 종료) 흑1과 흑3, 이 2수가 구리가 던진 올가미. 백 석점은 꼼짝달싹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흑을 분단하고자 나섰던 이 백은 요석. 잡혀서는 상황끝이나 다름없다. 8까지의 바꿔치기는 자체로 백에게 득이 없을뿐더러 중앙 백모양이 전부 소멸됐다. 게다가 반상최대 9의 곳은 흑이 선착. 참고도4 (탈출 불능) 올가미를 벗어날 방도는 없다. 백5로 쌍립하고 9로 메우면 언뜻 1수 빠른 것처럼 비치지만 잠자코 흑10에 이어서 그만. 수순 중 백1로 A에 두어도 흑6으로 끊겨 역시 안 된다. 참고도5 (긴 승부) 실전은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쳤다. 거슬러올라가 백1로 살아두고 흑2로 연결할 때 하변 파괴에 손을 대는 것이 그나마 상책. 엷은 중앙은 버티기로 나간다. 시리즈를 통틀어 힘과 노련미 모두 구리가 앞선 모습을 보였다. 23세 구리와 16세 천야오예, 안방을 2년째 내주며 중국의 젊은 기세를 지켜본 한국은 어떤 대책을 수립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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