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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에 무너진 10시간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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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4시간인 국수전 도전기는 현존 국내기전 가운데 제한시간이 가장 길다. 3국을 지는 쪽은 곧바로 벼랑끝. 최철한과 이창호는 타이틀을 향한 분수령에 서서 시간 속으로 흠뻑 젖어들었다. 이번 시리즈 최초로 초읽기 공방을 펼치며 10시간에 걸친 수싸움. 신형으로 출발하고, 기기묘묘한 수들로 장식되고, 대형 바꿔치기가 출현하고…. 상대가 최철한이기도 했지만 이창호 바둑이 이토록 재미난 적은 근년에 없었던 것 같다.  제49기 국수전 도전5번기 제3국 ○최철한 9단(한국) ●이창호 9단(한국) - 장소 : 경남 합천 - 날짜 : 2006. 02. 11 - 결과 : 241수끝, 흑불계승 장면 (넉점의 운명은?) 국수 고향 탐방국 제2탄. 경남 합천은 ‘조훈현 천하’가 열리기 직전 18·19기를 연패했던 제4대 국수 하찬석이 태어난 곳이다. 열전의 종착역을 앞두고 선수활용하는 심정으로 둔 백1이 흑2의 저항을 불렀다. 흑4로 저지당해 통째로 보태줄 형국. 백 넉점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참고도1 (책략 부족) 백이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헤쳐나갈 길이라고는 백1 외엔 안 보인다. 만일 흑2쪽으로 응해 준다면 빛이 스며든다. 백3으로 연결하고, 7쪽을 이을 여건이 조성된다. 흑8의 절단은 무리. 도리어 나락으로 구른다. 흑2는 책략 부족. 참고도2 (몰아떨구기) 흑2로 끼우는 맥을 발동시키기에도 주변 상황이 열악하다(흑2에 백A면 흑B). 백3, 5로 사전에 흠집을 만든 뒤 7～11이면 흑 석점이 몰아떨구기에 걸려든다. 이번에도 흑2가 미흡하다. 참고도3 (치받음이 맥) 그렇다면 백의 연결고리는 끄떡 없는 걸까? 머리를 부딪쳐 가는 흑2가 최강의 수단이다. 흑6이 선수이며(백7을 생략하면 흑7로 대마에 눈이 없다), 흑8로 끊으면 백일단은 달아날 방향을 잃는다. 흑8로 A는 백B. 〈참고도1〉의 수순으로 흑이 안 된다. 참고도4 (대마 횡사) 흑에게도 약간의 허술한 점이 없진 않다. 백1로 살짝 건드린 다음 3으로 젖혀나가면 길이 열릴 것도 같다. 백11까지 한점을 빵따내서 성공? 아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백대마 전체의 안형이 의심스럽다. 흑12를 빼앗기면 비명을 지르고 횡사한다. 물론 좌하귀 백과의 이음새는 흑A, B가 맞보기여서 끊긴 상태이다. 실전진행 (뜻밖의 소득) 이도 저도 안 되는 형편이다. 급소 비슷한 곳을 백1로 붙여봤으나 흑2 다음의 수가 받쳐주지 않는다. 결국 넉점을 포기하는 건 부득이하다. 미세한 승부에서 치명상. 뜻하지 않았던 중앙에 흑집이 포동포동 생겨났다. 흑4는 우세를 거머쥔 이창호의 간단명료한 손질. 참고도5 (욕심) △로 나갔을 때 ▲까지 챙기려는 흑1은 과잉의욕이다. 백2로 상하 흑의 연결이 끊기면 흑3은 절대적인 보강(손을 빼면 백A로 사건이 발생한다). 계속해서 백6, 8로 수를 늘리고 백10으로 끊겨 흑이 잡힌다. 참고도6 (최선) 긴 사투를 무색하게 만든 착오. ▲를 당한 이상두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애당초 ▲쪽으로 활용하든가. 버리기에 앞서 백1이 수순의 묘. 그 변화무쌍하고 험난한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던 최철한이 막판에 실족한 건 아쉽다. 긴 여정에 집중력이 잠시 흐트러지지 않았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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