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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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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열리는 닷새 내내 백설이 내린 강원랜드. 산천을 온통 뒤덮은 흰눈의 세계는 ‘백번 승리’의 암시였던 걸까. 속기는 흑번이 유리하다는 통설이 무색하리만치 다섯 판 모두 백번 승리로 끝난 건 이채로운 결과. 싸움으로 이겨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 싸우고 지는 사람,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 2승 사냥에 나선 안조영은 치열했던 전날과는 대조적으로 냉정, 침착한 자신의 브랜드로 1라운드 한국 우세의 공신이 됐다.  제1회 강원랜드배 한중바둑대전 제5국 ○안조영 9단(한국) ●왕시 5단(중국) - 장소 : 강원랜드 - 날짜 : 2006. 02. 10 - 결과 : 251수끝, 백반집승 장면 (반짝 불꽃) 양국 랭킹10위끼리의 대전. 왕시는 재작년 삼성화재배를 준우승하며 깊은 인상을 심어준 인물이다. 공격하다 난데없이 기수를 돌린 흑6에 말이 많았다. 흐름을 놓치는 행동이라는 것. 좌변의 피해쯤은 각오하겠다는 백7은 기세. 이 바둑에서 유일하게 불꽃이 타올랐던 장면이다. 참고도1 (적극책) 당연히 두어야 할 수를 생략했으므로 A의 곳은 끊고픈 마음이 간절해진다. 물론 좌변을 대응한다고 뭐라 나무랄 사람은 없다. B로 받아주는 건 상대의 주문이라고 치면 백1, 3은 적극책. 난전이 구미에 맞지 않는 안조영으로선 가기 싫은 길이었던 것 같다. 실전진행1 (뜻밖의 처리) 한칸을 넘어 ▲까지 깊숙이 발을 담근 이상 접촉이 불가피하다. 맞서서 싸우는 수단이 없으면 백은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접촉하는 수라면 백1의 건너붙임이 유일하다. 흑6 때 백7이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다. 흑8을 허용하는 건 ‘약한 모습’이라는 것. 참고도2 (불가) 속기로 삼성화재배 패권을 차지한 뤄시허가 본보기가 됐는지 중국기사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초스피드. 모든 판은 한국기사가 먼저 초읽기에 몰렸다. 초읽기에서 승부가 가려진다고 판단한 전략의 일환일지라도 왕시의 즉흥적인 착점은 무성의하게 내비칠 정도였다. 백1로 차단하려는 건 욕심. 3쪽을 끊지 않고 흑2로 모는 수가 좋다. △들이 위태로워진다. 참고도3 (귀찮다) 백1로 차단하면(검토진은 응당 이 한수로 여기고 있었다) 흑이 어떤 식으로 삶을 도모할는지가 궁금하던 차였다. 백이 이 코스를 굳이 마다한 건 흑4, 6의 패가 성가시다는 점도 이유의 한 가지가 될 것이다(흑A의 활용이 들어도 백3의 축은 여전히 성립한다). 실전진행2 (너끈한 우세)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실전진행으로 충분하다는 판단. 좌하에서 선수를 뽑아 백1. 무척 두텁다(전체적으로 두터워지면 진작부터 승부처로 남아 있던 우하 흑A의 패는 겁나지 않는다). 게다가 흑2의 응수를 강요할 수 있다. 다시 3으로 손을 돌리면 좌하 백집도 어지간하다. 초중반을 급하게 두며 금쪽 같은 시간을 아껴 놓았던 왕시는 두텁고 안정감 넘치는 안조영의 유연한 반상운영에 쓰임새를 찾지 못했다. 승리를 확인한 뒤 안전하게 물러선 안조영의 ‘넉넉한’ 반집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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