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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자의 준비된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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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사들의 향햑열은 굉장하다. 개개인은 물론 그룹을 지어 골몰한다. 한국이 일본을 뛰어넘었을 때의 열기 이상이다. 주된 연구는 포석과 정석. 이제는 서해를 건너 한국으로 전파되는 ‘중국발 신형’이 적지 않다. 중국기사와 대국시에는 특히 초반의 낯선 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느 순간 어느 방향에서 날아들지 모를 변화구. 공부량이 모자라면 곤란을 겪는다.  제1회 강원랜드배 한중바둑대전 제3국 ○천야오예 5단(중국) ●홍성지 4단(한국) - 장소 : 정선 강원랜드 - 날짜 : 2006. 02. 08 - 결과 : 257수끝, 백2집반승 장면 (준비된 묘착) 한중대전 제3국은 양국 막내 기사 간의 격돌. 처음 나선 세계무대에서 홍성지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좌상에서 때이른 대접전. 한쪽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를 난해한 공방이다. 문제는 천야오예에겐 연구된 변화인 반면 홍성지에겐 낯선 길이라는 점. 패를 건 백1, 절호의 팻감 백3. 두 번의 먹여침이 일거에 대세를 결정지은 묘착이었다. 실전진행1 (사건의 발단) 사건은 흑3의 세칸벌림에서 비롯됐다. 백4의 돌입. 흑은 9, 11로 받아쳤다. 백12, 16은 강수. 머리를 싸매고 한수마다 전전긍긍하는 홍성지와는 반대로 천야오예는 빠른 속도로 즉각적인 대응. 이하의 수순은 거의 외길 코스나 다름없다. 참고도1 (평온) △의 처진날일자는 우상과 좌하에 원군이 있을 경우 강력한 응수. 흑1로 막으면 백2 또는 A로 협공할 요량이다. 그렇다고 해서 흑1을 나무랄 수는 없을 터. 축이 유리하므로 흑7로 붙여가는 맥점 구사가 가능하다(백B는 흑8). 백의 의도일지라도 급전으로 들어서지는 않는다. 참고도2 (변화) 실전은 꼼짝없이 걸려들었다. 어떤 변화인들 실전보다 못할까마는 이 그림처럼 두점을 버리는 변신은 어땠을까. 흑5가 호처. 좌변 흑 넉점과 라인을 형성하며 우변의 포진과도 호응하는 모습이다. 참고도3 (생불여사) 살려고만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흑1로 따내면 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5까지 후수로 연명한 모습은 죽는 것보다 싫다. 흑3으로 A, 백3, 흑B는 백5로 흑이 잡힌다. 참고도4 (상황 역전) 준비된 천야오예에게 오류가 생길 리 만무하다. 〈실전진행1〉 백30으로 따낸 수가 좋았다. 귀의 약점이 거슬려 백1로 대비하다가는 되레 궁지에 처한다. 16까지는 백이 잡힌 꼴. 백9로 15에 두는 것도 흑9로 저지당해 백이 안 된다. 참고도5 (또 다른 패) 먹여침을 당해 패가 났으므로 그 수단을 봉쇄하는 건 어떨까. 흑1은 눈앞의 패는 방비되지만 백2에서 6까지 결국 또 다른 패를 피하지 못한다. 이 변화 또한 흑이 감당할 수 없다. 또 흑1로 A에 껴붙여도 백1로 집어넣어 실전과 매한가지. 실전진행2 (절망적 사태) 흑의 위기다. 먹여치는 절호의 팻감을 못 본 듯하다. 흑1로 따냈으나 백2로 패를 따냈을 때 응수가 없다. 사방의 돌이 관계된 패. 이기는 쪽이 승리를 확정지을 만큼 큰 패이다. 불행히도 거기에 필적할 만한 팻감이 흑에겐 없다. 눈물을 머금은 흑3. 백A로 천하의 요석 흑 다섯점을 따내 버리자 ▲를 비롯한 좌상 일대의 흑돌이 전부 폐석이 되고 말았다. 익숙한 길인 천야오예는 채 10분을 사용치 않고 대전과를 이루어냈다. 참고도6 (역시 패) △에 대해 흑1쪽을 따내더라도 사태가 호전되는 건 전혀 없다. 백2, 4로 패. 애당초 잘못 들어선 길이었다. 시간이 짧은 바둑인 것도 악재였다. 이후 200여수 동안의 추격전은 차이를 좁히는 악전고투였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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