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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색된 중원 개척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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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바둑은 ‘비주얼’하다. 화려한 쇼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번뜩이는 수로 이겨가는 모습에서 ‘과연!’이라는 찬탄이 절로 나온다. 간혹, 그것은 결점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곡예’가 되어 간담을 서늘케 만든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경솔’이라는 질타의 화살로 바뀌어서 돌아온다. 이틀 연속 이세돌의 손끝은 번뜩였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장점과 단점이 투영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제1회 강원랜드배 한중바둑대전 제2국 ○천야오예 5단(중국) ●이세돌 9단(한국) - 장소 : 정선 강원랜드 - 날짜 : 2006. 02. 07 - 결과 : 245수끝, 백1집반승 장면1 (중원의 꿈) 17세 천야오예는 대회 최연소. 현재 LG배 결승에 올라 구리와 우승결정전을 앞두고 있다. 일천한 경력인 데도 이창호를 연상할 만큼 침착하게 판을 꾸려나갔다. 그런 천야오예를 상대로 박빙의 승부를 벌여가던 이세돌은 중앙 일대를 건설하는 원대한 구상으로 우세를 낚아챈다. 백1에 손을 빼는 건 쉽지 않은 발상. 흑2가 중원 개척의 전초기지였다. 참고도1 (끝내기 승부) 흑1은 자체로 활용당한 꼴. 백2, 흑3까지 교환해 두는 자체로 백의 이득이다. 백4가 허약한 백의 연결고리를 공고히 다지면서 흑모양을 지우는 호처. 종국까지 피를 말려야 하는 끝내기 승부가 된다. 실전진행1 (꿈이 실현되다) 한점을 따낸 백1은 기세. 흑2부터의 추궁이 신랄하다. 백을 잡자는 게 아니라 다그치면서 중앙쪽을 정리하려는 뜻. 흑16으로 뚫은 효과로 백이 중앙으로 나오는 출구를 봉쇄했다. 두눈을 내고 산 백17은 궁색한 모습. 흑18에 이르러 웅대한 꿈이 실현되며 승리가 손안에 들어왔다. 참고도2 (헻프다) 한때는 던질 마음까지 들었다는 천야오예. 〈실전진행1〉 백5, 7은 일단 최선의 방어였다. 단순히 백1로 느는 것은 흑2로 끼워 차단하는 수가 작렬한다. A의 끝내기도 남아 있는 터이므로 다섯점을 버리는 건 손실이 크다. 장면2 (악수 교환) 우하는 현찰. 알토란 같은 실리를 포기하고 미지의 중앙에 대모양을 일구어가는 일련의 수순은 ‘과연, 이세돌’이었다. 그 중앙이 얼마만큼 집이 되느냐가 승부. 그런데 삭감의 적정선인 백1에 대한 흑4가 악수였다. 백5와 교환시킨 바람에 중앙 경영에 차질이 생겼다. 참고도3 (극대화) 아무것도 두지 말고 단순히 흑1로 붙여서 폭을 극대화시킬 곳. 백2로 한번은 젖힐 수 있을지라도 백4의 돌아서기는 불가피하다. 흑5로 꼬부린 것과 〈실전진행2〉와는 집의 경계선이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실전에서 성급하게 두었던 흑A는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 참고도4 (백4는 무리) 백4로 한번 더 밀어갈 여건은 못 된다. 흑5로 끊길 때 대책이 없다. 이 장면에서 흑A, 백B의 악수 교환이 미리 두어져 있을 경우 흑5로 끊는 수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불문가지. 실전진행2 (축소된 중원) 쓸데없는 손찌검으로 인해 한 귀퉁이에 금이 갔다. 흑12로 끊으며 장만한 집은 〈참고도3〉의 규모에 견줄 바가 못 된다. 중앙의 폭이 줄어들었고 대망의 우변 A의 곳마저 백에게 빼앗겼다. 아마 ▲를 둘 때 그 부근에 수가 있는 걸로 오판하지 않았나 싶다. 중앙을 개척해 나간 멋들어진 수법은 좌중앙에서의 실착으로 빛을 잃으며, 낙승이 기대되던 흐름도 일거에 구겨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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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장만
돌담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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