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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가 된 격한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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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한국바둑계의 판도를 가늠해 볼 전초전. 초대 십단을 향한 여정은 무척 가빴다. 숨이 턱밑까지 찼다. 세 판 모두 박진감 넘치는 내용. 박영훈이 먼저 시비를 걸면 이창호는 회피하지 않고 더욱 격렬히 받아쳤다. 그 중에서 대마를 통째로 잡으러 간 최종국의 맹공은 압권이었다.  제1기 십단전 결승3번기 제3국 ○이창호 9단 ● 박영훈 9단 - 장소 : 바둑TV 스튜디오 - 날짜 : 2006. 01. 22 - 결과 : 154수끝, 백불계승 장면1 (살기 어린 그물) 백으로 1승씩 따낸 상황에서의 최종국. 신수가 변화를 낳고, 변화는 파란을 일으키며 출발부터 일대 난전. 그 불길이 좌하에서 절정으로 치솟았다. 생사를 넘나드는 공방. 세불리를 느끼던 이창호의 승부수는 좌하 흑을 통째로 포획하는 것이었다. 백2, 4로 그물을 친 수가 초강경 대응! 참고도1 (패는 무리) 백1은 눈에 들어오는 차단책. 그러나 흑2의 저항이 몹시 두렵다. 이 패는 천지대패에 버금가는 크기. 백이 따낼 차례이지만 흑에게는 A부터의 팻감공작이라든가 B쪽의 팻감으로 이득을 보면 된다. 한 팻감만 뒷받침돼 백3으로 굴복시키면 상황끝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백1은 불가. 실전진행1 (2차 그물) 대체로 프로들은 잡으러 가는 것보다 사는 편이 수월하다고 여긴다. 그런데 깊은 수읽기가 불가능한 속기는 그런 통설을 깨뜨린다. 공격하는 쪽에 조금이나마 유리하게 작용한다. 흑5가 수순을 빠뜨렸다. 흑11에 백12가 △로 둘 때부터 봐둔 2차 그물. 참고도2 (이로운 활용) 고수일수록 맛을 남겨두려는 마음이 강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맹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끼다 손해 보는 게 또한 고수의 바둑이다. 왜 흑1을 활용하지 않았을까. 백2로 잇는 것은 흑7까지 낭패(백6은 흑A를 방비해 절대수). 참고도3 (바꿔치기) 흑1은 손해 없는 활용. 이곳을 들여다보면 타개하는 데 한결 보탬이 된다. 국후 검토에서 박영훈은 백2, 4가 걱정스러웠다고 했는데 이창호는 흑이 둘 만하다는 감상. 수순 중 백4로 5에 끊는 것은 흑4로 잇게 돼 △ 다섯점이 오히려 궁지에 처한다. 참고도4 (두눈 불가) 다소 무리하게 비쳤던 포위망. 전체를 잡으러 가는 잇단 발상이 손에 땀을 적시게 만들었다. 흑1은 타이밍을 놓친 수. 백은 3쪽을 끊지 않고 2로 응한다. 흑5로 한점을 끊어잡아도 두눈이 나지 않는다. 실전진행2 (수상전은 백승) 타이틀의 향방이 걸린 아슬아슬한 싸움. 40초초읽기는 혹독하다. 한수 두고 나면 고개를 젓고, 한수 두고 나면 머리를 긁적이고…. 그 속기 때문에 초반에 축마저 착각했던 이창호이다. 박영훈도 혼선을 빚은 건 매한가지였다. 이제 흑이 노릴 바는 수상전. 여의치 않은 상황에 흑9로 바짝 메워 갔으나 백12에 응수할 수 없다. 참고도5 (부득이한 투료)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 흑1, 3으로 수를 메워 갈 형편이 못 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여건이 좋지 않았던 이창호. 우려하는 마음이 생길 즈음 벌떡 일어서곤 했던 그가 아니던가. 새해 첫 타이틀을 손에 넣으며 국내 4관왕에 올랐다. 통산 128번째 금자탑. 조치훈과의 한일 통합챔프전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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