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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지나고 나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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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둔다는 조치훈은 말한다. “승부는 지나고 나면 운명”이라고. 운이 닿으면 이기고 운이 다하면 질까? 이기면 운이 따른 것이고 지면 운이 나빠서일까? 믿기지 않는 패배. 방심, 회한…. 패신(敗神)에 홀린 듯 최악의 코스로 빠져들었다. 그리곤 운명처럼 걸려든 반집의 덫.  제4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제13국 ○박지은 6단(한국) ●예꾸이 5단(중국) - 장소 : 중국 상하이 센트럴호텔 - 날짜 : 2006. 01. 18 - 결과 : 207수끝, 흑반집승 장면1 (역끝내기①) 지고 나면 밀물처럼 밀려드는 후회이지만 이토록 뼈저린 패배는 흔치 않다. 작년 최종국의 악몽이 되살아난 듯했다. 볼품없이 너덜너덜한 중앙의 흑모양. 웅장함을 뽐내던 시절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다. 그래도 꿈을 키울 유일한 장소. 자포자기의 심정인 흑1에 백2는 못질을 겸해 상변 다섯점을 성원하는 수이기도 하다. 백10이 의문의 역끝내기. 참고도1 (필승태세) 희비의 쌍곡선이 크게 출렁거렸다. 필승태세를 닦은 순간부터 되돌아본다. 〈장면1〉이 등장하기 직전의 상황이다. 대세력 작전을 펼치던 예꾸이. 그러나 고삐를 당겨야 할 장면에서 우회 수법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백의 타개가 수월해졌다. 더욱이 흑2, 4의 완착을 틈타 백5～13으로 세력 구실을 하던 ▲를 거두어들인 수순은 백의 독무대. 질래야 질 수 없는 우세! 참고도2 (수부족) 시간도 넉넉지 않고 어떻게 두어도 좋다는 판단에 박지은은 싹싹하게 버리는 쪽으로 마음이 바뀐 듯하다. △를 둘 때에는 백1로 막는 수를 생각했을 터. 흑2, 4는 백5를 당해 흑이 수부족. 흑6으로 7쪽에서 응해도 마찬가지다. 참고도3 (살 수 있다) 따라서 흑은 4에 손질이 필요하다. 백5로 장문. 흑6은 분단과 장문을 깨뜨리는 수(흑8)를 노리기 위함인데 백은 8로 응해도 잡힐 것 같지 않으며, 달리 7에 붙여도 사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백9 다음 A와 B가 맞보기. 이 코스로 가지 않을 바에야 〈장면1〉 백2로는 5에 두는 편이 훨씬 크다. 참고도4 (알기 쉽다) 바둑판 위에 돌이 메워지기만 하면 그만이지 않느냐는 넉넉한 마음이 중앙쪽을 등한시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장면1〉 백10은 본도 흑2 이하를 막은 역끝내기 7집짜리. 백1로 흑모양을 견제하는 편이 알기 쉬웠다. 실전진행 (부풀어 오른 중앙집) 검토 열기가 식을 만큼 덤 없이도 견줄 수 있었던 격차가 점점 줄어들었다. 승부라는 건 한번 나약해지면 계속 물러서게 되고 어느샌가 추격을 허용한다. 차라리 조금만 유리했더라면 긴장의 끈이 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중앙 흑모양이 입체적인 형체를 갖추며 훌쩍 늘어났다. 본디 짓기 힘들어서 그렇지 집이 되면 규모가 크지는 게 중앙의 집. 장면2 (역끝내기②) 상대가 선수행사할 수 있는 자리를 거꾸로 해치우는 역끝내기는 통상 2배의 가치. 하지만 다른 데 큰수가 남아 있을 때의 계산법이다. 큰수가 거기뿐이라면 ‘액면가’에 그친다. 백1이 다시금 등장한 문제의 역끝내기. 3집이 강하고 4집은 안 된다. 그에 비해 흑4 이하는 흑집을 늘리면서 백집이 날 가능성을 없앤 요처. 덩달아 백집도 느는 것 같지만 흑8, 10을 선수여서 2집. 참고도5 (견제하면 그만) 하중앙은 물론 우상에서도 흑집이 최대한 났다. 역끝내기에 얽매여 먼저 축소시킬 수 있었던 여러 방법을 다 놓쳤다. 어딘가에 두어 흑집이 팽창하는 것을 견제했으면 그만이었다. 백1, 또는 2의 곳도 괜찮다(흑4를 게을리하면 백A, 흑4, 백B로 파탄). ▲의 곳에 백집이 5집 생긴 반면 우상 흑집은 실전에 비해 4집 가량 줄었다. 안팎 계산으로 7집. 좌상귀를 흑에게 당하는 것보다 크다. 석패(惜敗). 이렇게 져야 한다면 승부는 분명 운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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