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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헌상한 神算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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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세계바둑계의 아침을 깨우는 삼성화재배 결승전. 296명이 겨룬 예선과 시드 16명이 가세한 본선, 5개월 간의 대장정은 이창호와 뤄시허를 최종 무대에 올려놓았다. 한쪽은 세계대회 22회 우승에 빛나는 당대 최고수이고, 다른 한쪽은 결승진출조차 처음인 새내기. 헌저한 중량감의 차이가 오히려 약자 뤄시허에겐 약이 된 듯하다. 마음을 비우니 속도에 가속이 붙었다. 거기다 한국의 톱 랭커들을 연파한 기세는 태풍의 위력으로 팽창해 있었다.  제10회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 제1국 ○이창호 9단(한국) ●뤄시허 9단(중국) - 장소 : 삼성화재 본관 - 날짜 : 2006. 01. 10 - 결과 : 263수끝, 흑불계승 장면 (대마 함몰) 이창호의 컨디션이 분명 최고조는 아닌 것 같았다. 믿기지 않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흑1에 대한 백2. 흑3으로 푹 찔러오자 그만 말문이 막혔다. 거대한 △들이 속절없이 흑의 수중에 떨어졌다. 당최 얘기가 안 되는 대착각. 백2가 문제였을까? 참고도1 (이창호의 헤딩①) 먼저 의아스러운 두 군데의 장면을 싣는다. 흑1로 엷음을 노려왔을 때 백2에서 6이 이창호의 대응. 상변 백에 대한 간접 보강책으로 둔 듯하다(이러고도 몇 수 지나 상변은 다시 보강했다). 실전적인 수 같기도 하고, 그 반면 틀어막히는 모양새는 아마추어적인 수법으로도 비친다. 참고도2 (이창호의 헤딩②) 하변 흑1에 대해서도 백2에서 10까지 후수로 받았다. 그 사이 흑은 철벽을 형성, 우상 세력과도 잘 어울린다. 상대에게 두터움을 허용하는 것을 몹시 꺼리는 이창호이기에 전혀 뜻밖의 몸짓으로 비쳤다. 이창호가 둔 수기에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자도 있었지만 두 번씩이나 자청해서 머리를 얻어맞으며 움츠러든 모습은 검토진의 혀를 내두르게 하기에 족했다. 실전진행1 (경과수순) 본제로 돌아가, 근본적인 문제는 수상전을 읽어두지 않은 백1에 있다. 실리 중시의 수. 좌하 백에 대해 2부터가 흑의 권리. 안형을 빼앗긴 백대마는 출구가 막힐 경우 살아야 한다. 흑8로 뿌리쪽을 끊고 14로 틀어막은 뤄시허. 백 석점을 무겁게 만들며 대마의 삶을 강요했다. 참고도3 (두터운 정수) 초반의 불리를 좌중앙에서 만회하는 순간 어이없는 착각이 튀어나왔다. 뤄시허의 초속기에 속도를 죽이며 조심스레 움직이던 행보가 도리어 발상의 경직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모르겠다. 정수는 백1. 이렇게 두텁게 두어 놓았으면 후속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다. 흑2가 불가피할 때 백3～7. 흑세력을 전부 지우며 중앙에서는 백이 활개를 편다. 참고도4(주도권이 바뀐다) 검토진에서도 잠시 동안 착각했듯이 이창호는 좌변 흑진을 돌파하며 빅을 만들거나 선수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속단한 모양이다. 이제라도 사태를 알아차렸더라면 삶을 도모했을 것. 그래도 〈참고도3〉과는 중앙의 주도권이 완전히 달라진다. △가 무거워져 ▲를 엿볼 형편이 못 된다. 실전진행2 (최후의 노림) 좌하는 어떤 식으로 수상전을 벌이더라도 백이 1수 부족하다. 그렇다면 승부는 결정난 거나 마찬가지. 절망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창호는 출혈이 낭자한 상처 자국을 동여매고 한 가닥의 희망에 몸을 맡긴다. A의 끊음을 엿보며 상변 흑대마를 조준한 백5가 절체절명의 노림수. 이윽고 뤄시허의 실수를 받아냈다. 참고도5(간명한 마무리) 뤄시허의 수읽기는 빠르지만 경솔한 면이 없지 않다. 중앙쪽을 보강한 수가 기회를 제공했다. 흑1로 살았으면 편하게 끝냈을 것. 2의 곳 단점은 불안 요소이긴 하나 수는 나지 않는다. 국후 뤄시허의 지적은 흑1로 아예 3에 밀고, 백1 때 흑5로 뻗어 상변 흑을 버리는 구상. 그만큼 좌하에서 입은 흑의 출혈은 컸다. 이 바둑은 이후에도 엎치락뒤치락 파란이 이어졌다. 뒷심을 발휘한 이창호는 상변 흑대마를 1수늘어진 패로 다그치며 역전 상황을 맞기도 했으나 초읽기에 몰린 나머지 팻감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실족, 끝내 첫 판을 내주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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