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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박으로 전락시킨 우격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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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먹는 청년’ 이세돌. 그 이름만으로도 묵직하다. 삼성화재배, 도요타배, 후지쯔배로 이어지는 우승 행진은 가히 독보적. 나라 안에서보다 월등한 성적을 올리는 세계대회는 현재 13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졌던 기억이 까마득하다. 이번에 중환배마저 보탠다면 1년 사이에 무려 4개의 봉우리를 등정하게 된다. 4강 능선까지 순조로운 발걸음이다.  제2회 중환배 세계바둑선수권 8강전 ○ 이세돌 9단(한국) ● 왕밍완 9단(대만) -장소 : 대만 랜디스호텔 -날짜 : 2005. 08. 16 -결과 : 222수끝, 백불계승 장면 (과격한 몸짓) 전투 성향인 두 기사의 격돌은 난타전이 예견됐던 터. 특히 왕밍완 쪽에서 한술 더 뜨는 착점들을 선보였다. 초반 좌하에서 벌어들인 우세를 날려버린 원인은 우격다짐 때문. 상처를 안은 이세돌이 백1, 3으로 몸을 추슬리려 했을 때 끊자고 덤빈 왕밍완의 흑4가 과격했다. 참고도1 (정면대결은 무리) 〈장면〉 백1은 흑을 연결시켜 주는 게 못마땅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는 곳. 나가끊는 정면 싸움은 보다시피 흑6이 듣고 있어 백A로 끊을 틈이 생기지 않는다. 참고도2 (적시의 수순) 상대방이 단점을 없애주는 건 고마운 일. 단, 그럴 때에도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얼씨구나’ 이을 게 아니라 흑1을 행사하는 것이 적시의 수순이었다. 백2로 응수시켜 놓으면 안형 관계가 달라지므로 장차 흑5로 차단할 경우 상당한 핍박을 보장받는다(실전에서는 시기를 놓친 둔 바람에 백의 저항을 받았다). 실전진행 (역전의 빌미) 아무리 이세돌일지라도 뒤집기 힘들어 보였던 초반의 실패. 뛰어난 솜씨가 역전승의 바탕이 되기도 했지만 빌미를 제공한 왕밍완의 실수도 작지 않았다. 흑4까지 백을 양단했으나 더 큰 것을 잃었다. 흑의 영역이었던 좌변을 내준 데다 후수. 그동안 흑이 한 일이라고는 두터움을 중복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추격을 뛰어넘어 추월한 형국. 참고도3 (호조의 흐름) 잠자코 받아두는 흑1에 이의를 단 사람은 없었다. 이 수로써 좌변 일대에 30집 가량의 흑모양이 형성된다. 계속해서 백2로 연결고리를 확보한다면 흑3으로 쫓는 자세가 이상적이다. 흑7이 다음 A와 B의 호처가 맞보기. 참고도4 (방치하기 어렵다) 〈실전진행〉 흑8 이하는 부득이한 정비. 좌상 흑을 방치하면 백1로 움직일 때 난처한 입장에 처한다. 5까지는 주객이 바뀌어 흑이 몹시 시달리는 모습. 1회전에서 변칙 스타일로 이창호를 꺾었던 왕밍완이 이세돌마저 제쳤더라면 세상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박’을 터트릴 흐름을 스스로 구겨버리고 끝내 ‘쪽박’을 찬 격이 되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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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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