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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팔방 뒤엉킨 수상전의 요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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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입신(入神)’은 9단의 별칭. 입신의 신인왕―. 아무래도 어색한 수식이다. 성적 외에 연륜도 중시됐던 예전에 비해 최근 단(段)의 위상은 실력제. 세계대회를 우승하면 한꺼번에 3계단을 점프하는 시절이다. ‘9단 신인왕’은 단순히 입단 10년이하 기사에게 문호를 개방한 데서 생긴 현상이다. 시대에 맞게 손질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번 기 예선에 나설 무렵만 해도 박영훈은 5단의 신분이었다. 그후 후지쯔배 우승 등으로 일약 9단으로 치솟았으며, 나아가 중환배까지 거머쥐며 세계2관에 우뚝 섰다.  제15기 신인왕전 결승3번기 제3국 ○김동희 초단 ●박영훈 9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5. 05. 06 - 결과 : 191수끝, 흑불계승 장면 (조여오는 숨통) 결승전 들어 김동희의 초반에 문제가 적지 않았다. 일생일대의 승부가 심신을 경직시켰는지 오늘도 이상 감각과 의문의 행마가 겹쳐 꼬여만 갔다. 몇 발자국 앞서 끊은 △는 다른 카드가 없는 선택. 안 통하면 뼈를 묻겠다는 각오이다. 그러나 흑1로 쫓겨 편치 않다. 우변 백도 불안정하다. 수읽기를 끝낸 듯 박영훈은 7로 숨통을 조여간다. 실전진행1 (주고받은 실착) 백이 갇혔다. 탈출로를 열지 못하면 우중앙 흑과 수상전을 벌여야 하는 형편. 그 흑은 7수. 자체 수상전은 백이 1수 부족하다. 따라서 1부터 엷은 곳을 찔러갈 수밖에 없다. 백3이 실착. 그런가 하면 흑6(아니, 정확히 말해서 흑8)도 실수.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중대한 실수를 주고받은 장면이다. 어째서 잘못됐을까. 참고도1 (올바른 수순) 백의 잘못부터 바로 잡자면, <실전진행1> 백3으로는 먼저 1에 막아 흑2 때 3으로 잡는 게 올바른 수순. 계속해서 흑A로 다그칠 상황이 못 되므로 우중앙 흑을 살리는 정도. 그 사이 우변 백이 안정을 갖춘다. 12까지는 불안정하게 널려 있던 쌍방의 돌들이 전부 안정을 취한 타협안. 흑의 우세는 불변이지만 이 시점에서 백의 최선책이었다. 참고도2 (승부끝) <실전진행1> 흑8(흑6 때도 마찬가지)로는 1로 키워버리는 것이 호수. 흑5 다음 백A로 따낼 때 흑▲에 치중한다. 이랬으면 백의 출구를 완벽하게 틀어막는 데다(백B는 흑C로 막으면서 단수가 된다) 백의 수수도 크게 줄어든다. 점심시간 전에 승부가 끝나는 코스였다. 실전진행2 (기회와 패착) 기회를 놓치면 되레 위기에 봉착하는 게 세상사. 뒤늦게 실수를 알아챈 박영훈, 자책의 골이 깊었는지 점심도 걸렀다. 고비를 넘긴 김동희가 역습에 나선다. 7로 끊어 시끄러워졌다. 그런데 11이 패착. ‘스타 탄생’을 알릴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 보냈다. 바짝 메운 12는 절대. 최후 24가 냉정한 이음이다. 이 수로서 수상전을 둘러싸고 온 동네―우변 백, 우중앙 흑, 중앙 백, 좌상중앙 흑, 좌하중앙 흑― 복잡하게 얽혀 있던 실타래가 모두 풀렸다. 참고도3 (무모한 수줄임) 당면의 수상전에 이기려면 1수라도 바짝 메워야 하건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흑3은 자신의 약점을 무시한 처사. 백6, 8로 아래쪽 흑이 잡혀버린다. 참고도4 (수상전 역전) 승부를 뒤집는 그림. 긴 수순일 뿐만 아니라 한수 한수가 중요해서 고난도의 수읽기가 필요하다. 첫 발은 백1부터. 흑의 수수를 조이는 척하면서 우변 백의 안정을 확보하는 수이다. 그러고 나서 실전처럼 5에 두었더라면 꼼짝없이 흑이 걸려들었다. 백11, 15가 호수. 자신을 공격해 오는 좌상중앙 흑을 자충의 형태로 만들어 중앙 백의 수수를 늘이는 효과를 낳아야 하는데 이 진행이 딱 들어맞는다. 자충으로 인해 흑A로 곧장 두지 못하는 것. 수상전은 백승이다. 참고도5 (간명한 승리) 실전에서 흑이 아슬아슬하게 만세를 불렀지만 곳곳에 위험 요소가 숨어 있었다. 가장 간명한 마무리는 수수를 늘이는 흑1. 이쪽을 버림돌로 삼아 3, 5로 두점을 선수로 따내고 7부터 우변 백을 접수하는 스토리. 너끈한 흑승이다. 참고도6 (큰일날 수) 마지막으로 <실전진행2> 흑24로 1에 이을 경우 큰일나는 이유. <참고도4>와 같은 맥락으로 좌상중앙 흑이 자충에 걸린다. 오전 3시간 동안 무려 165수를 둔 지극히 빠른 진행. 양쪽 모두 잔여시간을 꽤 남겨둔 채 종국됐는데 혼신을 다한 수읽기로 만전을 기했더라면 승부는 어떤 모습으로 귀결됐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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