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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가 데려간 승리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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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을 뿐이다.” 인터뷰에서 누차 피력했듯이 장쉬는 셔터가 닫힐 찰나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새를 파고들며 기사회생했다. 초읽기 속에 튀어나온 경솔함에 위빈은 발을 동동 구르고 가슴을 칠 노릇. 승부는 운삼기칠(運三技七)이라 했던가. 무대의 규모가 클수록 운수와 기량의 배분 비율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다. 처음 오른 결승 무대. 20대 일본기사로는 첫 세계제패. 일본5관왕을 호령하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장쉬는 이제 세계바둑계가 주목해야 할 인물로 부상했다.  제9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5번기 제4국 ○장쉬 9단(일본) ●위빈 9단(중국) - 장소 : 바둑TV 스튜디오 - 날짜 : 2005. 04. 20 - 결과 : 318수끝, 백2집반승 장면1 (분규 일으킨 과속) 집바둑으로 일관해 오던 결승 시리즈. 이 판 역시 초중반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요동치기 시작한 때는 종반으로 치달을 무렵. 백1로 움직이면서 급물살을 탄다. 그러나 과속 행마. 5까지는 내친 걸음이나 흑6으로 쑥 들어가 버리자 백집이 거덜날 판국이다. 참고도1 (끊어서 정돈) 공교롭게도 백이 중앙 한점을 움직인 시점부터 초읽기에 들어갔다. 짧은 시간 속에서 형세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던 걸까. 백1로 화근을 없애며 정돈하는 것이 정수였다. 흑6으로 잡히기 싫었을 테지만 냉정하게 계산해 보면 미세하나마 백쪽이 유망하다는 판정. 실전진행1 (제자리걸음) 실전은 파국으로 빠져들어 갔다. 백1은 궁여지책, 흑4가 냉정한 이음. 석점을 희생타로 외곽을 싸바르는 수순을 얻었다. 백이 제자리에서 맴도는 사이 흑은 상중앙 일단을 연결하며 우변을 부풀리는 수확을 올렸다. 반면 △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짐으로 떠안았다. 참고도2 (올바른 뒷처리) 횡재를 한 나머지 위빈에게도 아쉬움이 남는 처리가 없지 않았다. <실전진행1> 흑14로는 1쪽에서부터 조여붙일 곳. 백6을 당하는 손실은 대수롭지 않다. 3, 5로 튼튼한 벽이 쌓이면 9, 11로 포획하려 가는 수단이 성립한다. 승부가 판가름났을 것이다. 참고도3 (포획은 무모) 실전은 우변의 집모양은 조금 늘어났지만 중앙쪽의 배경이 부실하다. 흑1 이하 한사코 잡으려 덤비면 되레 파탄난다. 장면2 (통탄할 실착) 확실한 매듭을 놓쳤으나 선수를 잡아서 위빈은 희희낙락. 좌하 백을 괴롭히는 일이 통쾌하다. 당초 계산대로라면 20집 가량의 백집이 나야 할 곳. 가장 큰 집이 보장됐으나 흑1로 폴짝 뛰어들어 가자 오히려 삶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1분초읽기로 지탱하던 위빈, 엉겁결에 놓은 흑5가 통탄할 실착. 절대선수가 아니었다. 백6부터 장쉬의 역공이 펼쳐진다. 실전진행2 (냉정과 동요) 과속을 범했어도 장쉬는 초읽기 와중에서 냉정을 되찾았고, 위빈의 동요는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역공이 유일한 희망이기에 결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시끄러워졌다. 좌상 백대마가 패, 좌변 백도 미생. 거기다가 중앙의 흑도 두눈이 없다. 실컷 흑을 핍박하고 8로 삶을 확인하는 장쉬. 흑9는 어쩔 수 없는 결행인데 11의 팻감이 미진했다. 좌상 대마를 안정시킨 백으로서는 부담없는 패. 참고도4 (흑승 확정적) 흑1이었으면 절대선수(어차피 백이 흑 두점을 낚아채는 수단이 없으므로 흑1은 굳이 둘 필요도 없었다). 그런 다음 어떤 식으로든 중앙 흑대마를 돌봤더라면 흑승은 확정적이었다. <참고도1>과 본도를 비교해 보면 우열이 확연히 드러난다. 우변 흑집이 팽창된 반면 좌하 백집은 초가삼간으로 전락한 모습. 참고도5 (밑지는 거래) 패싸움의 결말. 대마를 꼭 살려야 하는 흑은 팻감이 모자라 결국 우상을 관통당하며 ▲가 뜯겨나갔고(A의 곳도 부담), 대신 △를 수중에 넣었다. 밑지는 거래. 저울추는 재차 백쪽으로 기울었다. 치열함과 격렬함, 실전적 기풍으로 ‘한국형 파이터’로 불리는 장쉬. 한국을 따라오는 자만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시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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