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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착과 패착을 넘나든 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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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한순간, 촌각 사이에 승착과 패착이 오갔다. 그렇다고 치열한 몸싸움 과정에 한쪽이 발을 헛디뎌 나락으로 떨어진 건 아니다. 한쪽은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대세를 망각했고, 다른 한쪽은 천리밖까지 내다보는 혜안으로 과녁을 꿰뚫었다. 역시 연승전의 묘미는 화끈한 ‘몰아치기’다. ‘일당백’의 중책을 띤 박지은. 실력으로 주장을 맡은 그는, 한판 한판 차곡차곡 승점을 보태며 왜 주장인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자, 이제는 최후 결전만 남았다. 제3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제13국 ○박지은 5단(한국) ●장쉔 8단(중국) - 장소 : 상하이 왕바오허 호텔 - 날짜 : 2005. 01. 19 - 결과 : 270수끝, 백4집반승  장면 (운명을 가른 2수) 흑1은 장쉔의 여유. 하변의 엷음을 확실하게 단속하면 ‘승리는 내 것’이라는 심정이 깔린 못질이다. 그러나 한치 앞에 닥치는 난국을 헤아리지 못했다. 백4가 공격 잘하는 박지은의 본령을 보여준 승착. 따끔하게 맥을 짚어갔다. 장쉔은 눈앞이 아찔했다. 흑1과 백4, 불과 몇분 사이의 이 2수에서 승장과 패장의 운명이 엇갈렸다. 실전진행1(경과수순) 백이 우변일대에서 잃었던 점수를 본격적으로 만회한 곳은 좌변 공방. 백1의 습격부터 좌상 실리를 확보한 데까지 단숨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게다가 A의 단점 등이 있어 흑은 이대로는 불완전한 상태. 참고도1 (두터운 처리) 서로가 항상 인식해야 할 곳은 우중앙의 백세력. 초반에 집중투자한 그곳이 눈꽃송이로 피어오르느냐, 흙탕물로 녹아내리느냐에 따라 이 판의 향방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전진행1〉 흑8은 겉으로는 세력을 의식하는 것 같아도 엷음을 떠안고 있어 당당한 수가 못 됐다. 유력한 대안은 흑1. 2선으로 돌아서는 이 수가 실은 실리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백세력을 견제하는, 한발 앞을 내다보는 착점이었다. 참고도2 (다목적 수) 잘 되면 충신, 못 되면 역적. 〈장면〉 흑1은 결과적으로 패착의 오명을 씌워도 이상할 게 없다. 하변 흑진을 간접적으로 보강하며 백세력을 견제하는 흑1이 행마의 급소였다. 흑5까지 됐을 때 1이 급소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보다 더 나은 수는 그 전에 ▲의 선수끝내기를 서둘 필요없이(공배를 메우는 수이므로) A로 뛰어두는 것. 실전진행2(중앙에 대평원) 결정적으로 장쉔은 △의 매서운 공격수단을 간파하지 못했다. 흑3은 결코 좋은 행마가 아니다. 흑5로 꼬투리를 남기려 했으나 6, 8로 뻗은 모습도 힘차다. 이윽고 백10. 결승점이나 다름없다. 백은 중앙에서 20집 가량 만들면 균형을 맞출 수 있는데, 이건 대평원이 형성될 모습이다. 참고도3 (행마난감) △ 한방을 당한 흑은 행마가 꼬일 수밖에 없다. 흑1로 연결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백2, 4면 단박에 상하 흑이 갈라진다. 이후 흑A로 끊어도 백B. 따라서 △에 의해 ▲ 한점이 분단된 거나 마찬가지다. 참고도4 (리듬을 줄 뿐) 임시변통으로 흑1로 치받는 수도 있을 법하나 백은 A에 끼우지 않고 2로 뻗는다. 흑은 두면 둘수록 백에게 리듬을 주는 격. 여전히 B의 단점이 눈엣가시이며, 중앙 백세력이 위용을 더해가는 모습이다. 어제는 감기몸살과 첫판에 대한 부담감으로 몹시 고전했던 박지은. 행운의 승리가 기력회복에 도움이 됐는지 한층 나은 내용을 선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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