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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마비시킨 관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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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의 겨울은 봄볕처럼 따스하다. 작년 말 2억원짜리 삼성화재배를 한 아름 가득 선사하며 연말 인심을 훈훈하게 달구더니 이번에는 남쪽나라 일본에서 정초(正初) 선물보따리를 싸고 있다. 그 중간에 눈부신 종반 스퍼트로 한국바둑리그를 우승으로 이끈 공적도 빼놓을 수 없다. 11연승 수직 상승! 간혹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해 슬럼프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리듬을 타면 거칠 것이 없이 불타오르는 이세돌이다. 상대전적 4승 1패로 자신만만해 하던 창하오였지만 이미 세월 속에 묻혀버린 ‘과거지사’일 뿐이었다. 제2회 도요타덴소배 결승3번기 제1국 ○이세돌 9단(한국) ●창하오 9단(중국) - 장소 : 일본 나고야 - 날짜 : 2005. 01. 05 - 결과 : 206수끝, 백불계승  장면1 (재치있는 붙임) 초중반 운영에 재능을 지닌 창하오. 반면 끝맺는 솜씨가 미흡한 게 흠이다. 초반 우상 흑모양 속으로 들어온 백을 압박해 나가며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부실한 마무리로 되레 흐름을 망쳐 놓는다. 일단 백의 행마가 고심스러운 장면. 옆구리에 붙여간 백1은 이세돌의 재치. 리듬을 구하는 맥으로 7까지 귀의 흑을 잡는 모양새를 취했다. 참고도1 (이적수) 언뜻 백1의 호구이음이 모양인 듯하나 흑4, 6으로 젖혀이었을 때 이내 잘못이 밝혀진다. A의 단점을 1수 더 들여 보강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고 백1로 2는 흑이 희희낙락하며 B에 뻗는다. 둘 다 백C로 건너붙이는 노림을 스스로 없애는 이적행위. 실전진행1 (고질병) 재기발랄한 맥으로 어려운 순간을 모면한 이세돌. 백6으로 귀의 흑을 제압했다. 그렇더라도 상황을 반전시킨 건 아니다. 흑9, 11이 기략에 비해 뒤처리가 약한 창하오의 단면. 겉모습은 패지만 이것은 패가 아니다. 즉각 해소한 백14가 거의 선수. 백에게 23의 곳마저 빼앗겨서는 견딜 수 없으므로 흑24로 두점머리를 눈 뜨고 얻어맞는 창하오의 심정을 어찌 형용하랴. 참고도2 (완벽한 매듭) 흑1은 빠뜨려서는 안 될 젖힘. 백2 때 흑3으로 백의 중앙진출로를 선수로 차단해 놓았더라면 이 부분 공방을 완벽하게 매듭지을 수 있었다. 흑5로 폭을 넓히면 귀를 차지한 백의 실리보다 중원을 장악한 흑의 세력이 돋보인다. 수순 중 백4로 A에 잇는 것은 흑B를 선수로 당하므로 더욱 나쁘다. 참고도3 (수상전은 무리) 하나 더 설명하면, 흑이 수상전을 승리로 이끄는 방도는 없다. 한사코 수상전을 하자면 1로 막아야 하는데 외곽의 약점 때문에 무리. 흑1로 A, 백B, 흑C로 싸우는 것도 백2, 흑D일 때 백E로 치중당해 흑이 감당하지 못한다. 장면2 (엉뚱한 기수 변경) 포석 없는 전쟁터. 시작부터 쉼없이 이어지는 어지러운 백병전. 중반전의 실체는 현실적인 백 실리와 미지의 흑모양이 대치하는 구도로 가닥이 잡혔다. 흑1부터 중앙 경영에 진력하는 창하오. 이때 기수를 돌린 백4가 경쾌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흑5, 7로 틀을 갖추니 흑모양이 광채를 뿜어낸다. 참고도4 (일방적 생각) △로 밀어올린 수는 A의 단점을 안고 있어 위력이 없다. 껄끄러운 곳을 백4로 제거하기 전에 활용할 요량이었다면 지나치게 일방적인 생각이다. 검토실에서는 △로 B에 뛰어 절단을 간접보강하면서 하변 흑을 먼저 다그치고 싶다는 의견이 비등했다. 실전진행2 (흑모양 관통) 백1은 방치할 경우 흑A, 백B, 흑C, 백1 때 흑D, 백E, 흑F 이하의 패를 방비한 수. 그나저나 흑2로 끊겨서는 ‘백이 부러졌다’는 탄식이 검토실의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그러나 이 바둑, 묘한 곳에서 다시금 대반전의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백진 속으로 발을 뻗은 흑8은 두어서 도리어 화근이 된 수. 백9부터 관통당해 그 좋던 흑모양이 볼품없이, 초라하게, 몽땅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참고도5 (흑의 대안) 백집을 시기한 ▲로는 A로 우하 백을 선제공격하면서 우중앙 일대를 도모하거나, 차라리 △에 두어 못질하는 것만도 못했다. 또 하나, 백△가 왔을 때도 어찌됐던 흑1, 3으로 버티지 않으면 어차피 승부를 다툴 수 없는 형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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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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