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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무덤 판 한눈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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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만리장성은 없다! 위기 때일수록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한 법. 태극낭자의 맏언니로 팀을 이끄는 윤영선이 난국 돌파의 해결사로 나섰다. 거침없던 예꾸이를 기어코 쓰러뜨렸다. 철옹성 같았던 만리장성, 힘센 장사 예꾸이. 그러나 윤영선의 과감한 배짱과 불타는 정열에 사르르 녹아 내렸다. ‘비장의 쌍포’ 윤영선․박지은이 ‘합작 5승’을 거둬야 정상에 오르는 한국은 윤영선이 포문을 활짝 열어젖힘으로써 역전우승의 기틀이 마련됐다. 제3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제8국 ○윤영선 4단(한국) ●예꾸이 5단(중국) - 장소 : 바둑TV 스튜디오 - 날짜 : 2004. 12. 22 - 결과 : 248수끝, 백3집반승  장면 (태연자약한 백) 강인한 힘바둑으로 5연승 고공비행을 해왔던 예꾸이. 그런 그도 윤영선 앞에서는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했다. 커리어에 지레 주눅든 것처럼. 그 능란하던 몰아치기가 꼬리를 내렸다. 한번의 ‘제자리걸음’과 한번의 ‘한눈팔기’가 패배로 연결됐다. 흑1의 공격에 백2. 전운이 감도는 우변을 방치한 이 수는 실은 위험한 발상이었다. 마치 ‘어디 얼마나 장사인지 한번 보자’는 투다. 참고도1 (무난한 뜀) 백1로 뛰어두면 가장 평범하다. 좌변 두점은 흑A로 씌움당해도 백B로 머리를 내밀면 흑이 백을 봉쇄하는 수단이 마땅찮다. 흑2, 4면 어차피 양단되므로, 차라리 그럴 바에야 우변쪽은 상대의 처분에 맡길 요량이었을까. 실전진행1 (제자리걸음) 손을 빼는 과감한 배짱에 예꾸이가 화들짝 놀란 모양이다. 6까지 몹시 위축된 행마를 보였다. △를 거둬 들인 실리는 불과 10여집. 그 정도로는 ▲와 ■ 두방을 선제한 공격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 한곳에서 똘똘 뭉쳐 있는 ▲, 2, 4, 6 넉점은 보기에도 엉거주춤한 자세이지 않은가. 참고도2 (적어도) 하다못해 이 만큼의 소득은 보장된 곳이었다. 흑1의 붙임부터 5까지 백 두점을 제법 통통하게 잡아들일 수 있었다. 실전은 최악의 결과나 다름없다. 참고도3 (튼튼한 정비) 백에게도 아쉬운 처리가 없지 않았다. <실전진행1> 백5(7로도 마찬가지)는 둘 필요없이 1로 튼튼하게 정비하는 게 옳았다. 연결을 확실히 해두자는 뜻이었으나 두지 않아도 보다시피 끊길 염려가 없다. 흑2로 3에 찔러 와도 백5로 비켜받으면 된다. 실전진행2 (한눈팔기) 흑1이 △의 잘못을 꾸짖는 급소 공격. 응수가 어려워졌다. 백2는 고심 끝의 결단. 그런데 싸움의 주무대를 벗어난 흑3부터가 느닷없는 딴전이었다. 17까지 예꾸이의 행동은 실리를 파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덤을 판 꼴. 백18이 놓이자 엷음이 세력화되고, 그 세력은 장차 커다란 집으로 변모했다. 참고도4 (절단 불가피) 급소를 얻어맞은 백은 그나마 실전진행이 최선의 대응으로 보인다. 1로 머리를 내밀고 싶지만 흑2, 4가 매섭게 목을 조여온다. 대책 두절이다. 백A는 흑B, 또 백B로 대비하면 흑A. 맞보기로 어느 한쪽이 끊기는 운명에 처한다. 참고도5 (공격 속행) 흑1로 고삐를 조이지 않은 건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백3이면 흑2로 차단해서 양곤마로 몰아간다. 그래서 백2부터 간신히 연결을 도모하면 흑5, 7로 틀어막는 자세가 훌륭하다. 더욱이 전투가 일어나면 우상의 세력이 가담하게 된다. 상대를 의식해서인지 연일 강하게 휘둘러대던 예꾸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 공방에서 승기를 잡은 윤영선은 천금 같은 승점을 따내며 대반전의 교두보를 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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