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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녹인 묘수 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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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전쟁!’ 세로 45㎝의 바둑판을 사이에 둔 한국과 중국간의 반상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장 예정된 결승전만도 4개 대회에 이른다. 삼성화재배는 그 신호탄. 그 뒤를 응씨배(최철한창하오), 도요타배(이세돌창하오), 춘란배(이창호저우허양)가 줄줄이 잇는다. 틈틈이 LG배 준결승전과 농심신라면배도 중국과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강의 위상을 지키려는 한국, 공한증을 벗고 정상으로 발돋움하려는 중국. 뜨거운 승부가 겨울 추위를 녹일 것이다. 아무튼 중국의 약진은 놀랍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비상이다. 최소한 3대 1 정도로 눌러야 최강국의 위상이 서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선봉에 선 이세돌의 역할이 막중하다. 제9회 삼성화재배 결승5번기 제1국 ●이세돌 9단 ○왕시 5단 - 장소 : 삼성화재 본사 - 날짜 : 2004. 12. 07 - 결과 : 175수끝, 흑불계승  장면1 (싸움 유도) 이세돌과 왕시는 첫 대결. 경력면에서 월등히 앞서는 이세돌의 반면운영이 새내기 왕시를 압도했다. 서두르지도 않았고, 과격하지도 않았다. 고요히 흐르는 물줄기를 좇기만 했다. 마치 평소의 그가 아닌 듯했다. 반면 왕시는 공격해야 할 곳에서 한발 처지고, 자중해야 할 곳에서 몰아치는 엇박자의 연속. 상변 백을 압박하는 흑5는 싸움을 유도하는 의미가 짙다. 아니나 다를까, 왕시는 6으로 철썩 붙여갔다. 상대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참고도1 (평화로운 흐름) 엷음을 보강하는 흑1은 화평을 취하는 수. A의 약점을 백2로 대비할 때 흑3, 5로 눌러가면 지극히 평온하다. 약간 밋밋한 진행. 이세돌은 그물을 던져 놓고서 왕시가 그 길로 들어서기를 유혹했다. 참고도2 (무리한 받아치기) 응수에 조심해야 한다. 곧장 정면에서 맞받아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흑1부터 백을 핍박하며 힘을 모아도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16 이후 백A로 늘기만 해도 넉점의 운신이 거북해지며, 백B의 건너붙임도 상당히 신경쓰이는 약점이다. 실전진행1 (멋진 호흡) 그럼 이세돌은 무엇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을까? 묘한 곳을 붙여간 흑1이 멋진 호흡. 이 한방을 던져놓으면 3으로 받아칠 수 있다. 이제 A로 둘 수 없는 백은 4. 17까지 전광석화와 같은 솜씨로 백 넉점을 거두어 들였다. 백이 이 진행을 피하려고 6으로 B에 지키는 것은 흑C. 요석 △를 잃는 손실은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참고도3 (부가 소득) 단순히 넉점을 잡으며 실리를 벌어들인 소득만이 아니다. 엷었던 흑이 안정했으며, 또 주변이 무르익으면 흑1부터 상변 백의 숨통을 끊으러 가는 통렬한 노림을 발동시킬 수 있다. 사실 왕시는 이와 같은 부담을 짊어지고 가는 바람에 내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장면2 (파문은 잠시) 완벽하게 닦아가는 이세돌의 능란한 솜씨. 도통 갈피를 못 잡는 왕시. 침착하고 균형감이 뛰어나다는 호평이 무색할 지경이다. 파장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흑3이 약간의 파문을 일으켰다. 좌상 백을 몰아치면 그만인 것을 쓸데없는 방향전환이 아니냐는 것. 하지만 이세돌은 이 대목에서도 멋들어진 묘수를 품고 있었다. 참고도4 (우려했던 점) 검토진이 우려했던 점은 좌상에서 서로 살고 사는 진행을 거친 후 백10, 12로 좌하가 망가진다는 것. 그 대가로 흑이 올릴 수 있는 이득은 상변쪽인데 백14, 16으로 끈끈하게 패로 연명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전진행2 (묘수, 1선의 내려섬) 모두의 근심거리는 흑7이 말끔하게 해소시켜 주었다. 1선의 묘수! 이 한수로 상변 백의 숨통을 뒷끝없이 끊었다. 백A는 흑B, 백C, 흑D. 또 백B는 흑E로 간단히 잡는다. 뿐만 아니라 7로 내려선 수는 좌상 백의 사활에도 일조를 한다. 복기 때 내비쳤듯이 왕시도 이 수를 간과했다. 알아차렸다면 앞서 △와 같이 미지근하게 두지 않고 즉각 6쪽으로 끊어서 마지막 분규를 꾀했을 것이다. 참고도5 (품은 뜻) 백이 상변을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굳이 살자고 하면 1에 내려서면 된다. 그러나 흑2를 당하고 4까지 선수로 듣는다. 그런 다음 6으로 풀쩍 뛰어들어가면 좌상 백이 한방에 쓰러진다. ▲에는 이런 뜻을 품고 있었다. 9연승을 구가하며 결승까지 뛰어올랐던 왕시. 이세돌의 매운 맛을 호되게 경험하며 처음으로 패점을 기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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