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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은 난조의 미끄럼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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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팀의 선두 행진을 이끄는 다카오. 개인적으로도 이번 대회 첫 3연승 달성에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너무 일찍 단꿈에 젖어들었다. 점점 다가오는 승리에 도취된 나머지 한잔 두잔 들이킨 축배가 스텝을 엉켜 놓았다. 끝없이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난조의 미끄럼틀. 아래로 아래로 곤두박질치더니 급기야 수렁으로 나가떨어졌다. 동시에 연승상금 1천만원도 눈앞에서 해운대 바닷바람에 낚아채였다. 제6회 농심신라면배 제6국 ○펑첸 5단(중국) ●다카오 신지 8단(일본) - 장소 : 부산 농심호텔 - 날짜 : 2004. 11. 25 - 결과 : 267수끝, 백1집반승  장면1 (호조의 공세) 다카오의 연승 저지에 나선 중국의 4장은 펑첸. 갓 소년티를 벗은 약관 스무살이다. 균형 잡힌 다카오의 대국관에 눌려 온 펑첸의 손길이 부산하다. 가에 뛰어나가면 안심이건만 위험을 감수하고서 우하와 하변을 바삐 오가며 버티기. 드디어 보다 못한 다카오가 흑1부터 시위를 당겼다. 3으로 어깨를 짚어서 호조가 이어진다. 실전진행1 (흔들림의 시작) 백1도 버티기. 흑이 달아나길 종용하면서 그 틈새에 중앙 대마를 추스르려는 속셈이다. 지금까지 페이스를 잘 유지해 오던 다카오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이 장면에서부터. 연속되는 펑첸의 강경한 태도에 불끈 화가 났을까. 흑2 이하는 괜한 짓. 상대를 강화시켜 줄 뿐 소득이 없다. 참고도1 (괴로운 핍박) 펑첸은 승부, 승부로 일관할 도리밖에 없다. 순리를 따르자면 대마에 손질하는 백1. 하지만 여유로운 입장이 못 된다. 당장 흑2부터 우하를 핍박당하는 일이 괴롭다. 잡히지는 않더라도 죄다 싸발린다. 뿐만 아니라 흑A가 놓이면 좌하 두점도 불안해진다. 참고도2 (선제공격) 따라서 백이 보강을 소홀히 한 자리를 선제공격하지 않은 흑의 대응도 미흡했다. 흑1부터 먼저 건드리는 게 지당한 흐름. 11까지 필승태세다. 만일 백4로 5에 이으면 흑4로 고개를 쭉 내밀어 자연스럽게 연결이 완성된다. 물 흐르는 듯한 유연함으로 저우허양과 유창혁을 넘어섰던 다카오. 이 대목에서는 지나치게 점잔을 뺐다. 실전진행2 (실수 연발) 전형적인 일본바둑인 다카오는 역시나 접근전에서 약세를 드러냈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만큼 실수 연발이다. 백1이 기분좋은 내려섬. 귀의 불안을 해소하면서 흑의 안형도 빼앗는다. 흑2, 4로도 먼저 3․三에 치중할 곳.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 심상치 않은 이상 행마는 백5로 생사를 추궁했을 때 화급하게 우상쪽으로 전환하면서 극으로 치닫는다. 이윽고 흑14가 실수의 절정! 참고도3 (연결) 엉뚱하게 우상으로 향한 수로는 하변 말을 연결시켰더라면 3연승에 성큼 다가섰을 것이다. 백6부터의 차단은 무리. 화를 키울 뿐이다. 또 백6으로 A에 변화하더라도 흑7로 끊으면 위쪽 백이 잡히거나 흑에게 연결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참고도4 (깨끗한 포획) 최종 패착은 <실전진행2> 흑14. 아무리 초읽기 판국이라 하더라도 경솔하다고 할밖에. 이것으로는 백의 명줄이 끊기지 않는다. 결국 우상 백은 곧바로 패로 부활했다. 정착은 흑1. 뒷끝 없이 잡는 수다. 다음에 백A로 따내도 흑B로 몰아서 그만. 백2로 깎는 정도인데 흑3으로 뒷문을 단속해 낙승 국면이다. 다카오로서는 좀처럼 아픔이 씻기지 않을 허망한 패퇴. 아마 통탄의 밤을 보내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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