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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다운으로 몰아간 이세돌의 3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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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없는 이세돌.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명성에 동떨어진 ‘무관의 제왕’. 작년 7월 후지쯔배 이후 우승맛을 전혀 못 본 상태다. 16개월 동안이나 타이틀에 목마른 이세돌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지 않을까. 동갑내기 구리도 ‘국내용’의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한 더없는 발판. 좁은 안방에서만 날아다닐 뿐 문밖으로 나오면 죽을 쑨다. 국가적으로도 2000년 위빈이 LG배를 가져간 이래 절호의 토대를 마련했는데…. 제9회 삼성화재배 준결승3번기 제3국 ○구리 7단(중국) ●이세돌 9단(한국) - 장소 : 삼성화재 유성연수원 - 날짜 : 2004. 11. 19 - 결과 : 157수끝, 흑불계승  ※기보 안보이시는 분은 여기 클릭 장면 (KO 수순)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대처하는 임기응변, 복잡한 싸움을 풀어나가는 천부적 재능, 빠르고 정확한 수읽기 능력. 이세돌바둑을 지탱하는 3박자다. 거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는 재주도 탁월하다. 슬슬 긁어오는 이세돌의 강수에 구리는 서서히 냉정을 잃으며 손끝이 무뎌 갔다. 가끔씩의 반격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실점이 누적됐다. 그렇게 일그러져 가는 얼굴에다 이세돌은 좌변과 상변으로 이어지는 공방에서 KO펀치를 날렸다. 백1은 좌충우돌. 곧바로 대꾸하지 않은 흑2가 적시타였다. 백3을 확인하고 나서 흑4～10이 멋진 책략. 상대가 실리확보에 연연해 할 때 16의 통타로 이어졌다. 참고도1 (적시 응수타진) 흑1로 들여다본 수는 실로 시의적절한 때의 민첩한 응수타진이었다. 백이 2쪽으로 응한다면 흑3으로 젖혀가는 수에 힘을 받는다. 백도 기세로는 이단젖혀 막아야 할 텐데 5로 끊고 7로 잇는 수가 강렬하다. 앞서 활용한 1이 효과를 발휘, 축머리 역할을 해준다. 참고도2 (강공책) 달리 직접 나가끊는 강공책도 생각할 수 있다. 축이 안 되므로 백6은 부득이. 이하 14까지는 외길 진행이다. 튼튼한 벽을 배경삼아 15로 눌러가는 스토리. 이러한 사정으로 실전과 같이 잇는다면 등을 두텁게 다진 후 상변 백을 겨냥한다. 이세돌의 전략은 톱니바퀴처럼 꼭 맞물려 돌아갔다. 실전진행1 (속수무책) ▲를 얻어맞은 백은 속수무책이다. 눈엣가시인 그 한점을 포획하는 수단이 없다. 1부터 기대기로 나간 것은 궁여지책. 이러고 보니 우상에서부터 우변이 온통 흑집으로 굳어질 태세다. 그렇다고 ▲ 한점을 확실히 수중에 넣은 것도 아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구리는 이번에는 우상귀에 손을 댔다. 힘 빠진 동분서주. 참고도3 (뿌리째 흔들) 백1로 차단하려 해도 흑2로 넘어가 버린다. 실리를 빼앗길 뿐 아니라 근거를 잃어 뿌리째 흔들린다. 게다가 아래쪽은 A의 차단을 보며 흑B 부근이 선수. 즉 백은 퇴로가 막힌 셈이다. 설령 죽지 않더라도 우상 방면을 전부 흑집으로 인정해 주어야 하는 상황으로 전락한다. 참고도4 (무량대가) 시비를 걸지 않고서는 균형을 맞출 방도가 없다. 이제 백1로 두면 상변은 안정시킬 수 있다. 5까지 적지 않은 실리도 마련된다. 그러나 그 사이 흑을 두텁게 해주었기 때문에 10, 12로 울타리를 치면 흑집이 무량대가로 불어난다. 감당할 수 없다. 실전진행2 (말끔한 정리) 구리는 담력이 약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채 수읽기가 느슨했고 책략도 모자랐다. 반면 큰 승부사 이세돌은 시종 침착한 자세로 상대를 옥죄어 갔다. 백2로 수작을 부릴 때 흑3이 호착. 11까지 말끔하게 정돈하는 선수 압박은 이세돌의 진가가 발휘되는 대목. 그런 다음 유유히 13으로 명줄을 끊어가니 백은 공연히 건드려서 피해를 확대시켰을 뿐이다. 눈물을 삼키기 위한 시간인지 이후 구리는 50여수 더 두었으나 발버둥에 가까운 몸짓. 도요타덴소배에 이어 또다시 결승진출! 큰 무대에서 위력을 나타내는 당당한 이세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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