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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의 흉내바둑
8강전 두판서 강동윤 박정환 각각 김지석 이영구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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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서 백은 ‘흉내’를 낼 권리가 있다. 김지석 7단과 마주앉은 ‘악동’ 강동윤 9단이 백을 들게 되자 난데없이 흉내를 시작했다. 일단 흉내바둑이 나오면 양 대국자는 갖가지 작전을 궁리하게 된다. 대각선 대칭의 양편에 요도정석이 나왔는데 김지석 7단이 선수를 잡아 천원을 ‘꽝’하고 선점했다. 다만 흑의 모양이 너무 커 백이 바로 쳐들어 오는 게 필연적인 흐름이 됐고 공격과 타개의 양상이 됐다. 여기서부터 서로 간에 난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6일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7기 GS칼텍스배 8강전에서 강동윤 9단이 김지석 7단에게 156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어찌 보면 흑이 서둘러 흉내를 막은 것인데 천원으로 지킨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강동윤 9단이 깊은 침투를 감행했음에도 무난히 타개가 되어 김지석 7단이 집짓기 구도로는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동윤 9단은 김지석 7단의 펀치를 상대해 주지 않으며 실속을 계속 차리면서 승기를 잡았다. 위기도 있었다. 김지석 7단이 상변 백 진영에서 자신의 돌을 죽이는 대신 우측에 거대한 영토를 차지했다. 하지만 우상 흑 귀에서 타개를 모색했고 김지석 7단의 수읽기 착각을 틈타 재빨리 살아버리면서 상대의 항서를 받아냈다. 강동윤 9단은 "흉내바둑은 미리 염두에 둔 게 아니었다. 상대가 두칸협공을 하는 바람에 흉내 바둑을 시작했다. 이런 형태에서는 백이 흉내바둑을 하면 흑이 곤란하다는 연구를 해 놓았었다. 하지만 나중엔 무리하다 형세가 나빠졌다. 너무 수읽기도 안 됐고 내가 졌던 바둑이었는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다가올 4강전에서 강동윤 9단은 김승재 4단과 박영훈 9단의 승자와 겨루게 된다. 이에 대해 강동윤 9단은 "두 기사다 상대전적에서 내가 밀린다. 한데 상대가 누구인가 하는 것을 따지는 것보다 내 컨디션을 빨리 회복하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 최근 컨디션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벌어진 또 하나의 8강전 박정환 9단 대 이영구 9단의 대국에서는 박정환 9단이 204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박정환 9단은 초반 포석 실패로 고전했으나 이영구 9단 공격의 허점을 찾아내 어지러운 형세로 만든 후 끝내기에서 역전했다. 바둑TV에서 해설을 맡은 박정상 9단은 "이번 8강에는 김승재 4단을 제외하면 모두가 랭킹 10위권 내의 기사들로 포진된 만큼 세계대회 못지 않다"며 앞으로도 남은 8강 대국들이 무척 흥미로울 것임을 시사했다. 매일경제신문과 매일경제TV, 바둑TV가 공동주최하고 (주)GS칼텍스에서 후원하는 17기 GS칼텍스배의 우승상금은 7000만원이며 준우승상금은 1500만원이다. 제한시간으로는 각자 10분에 40초 3회를 준다.  ▲ 밤 9시 3분께 끝난 박정환 9단(오른쪽) 대 이영구 9단의 대국. 이 대국을 김지석 7단과 강동윤 9단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두 사람은 다음 대국을 위해 준비 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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