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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다면기'에서 만난 사람, 홍민화
6월 30일, 이세돌 9단의 다면기와 그 주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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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이의 진심을 모른다. 진심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진심을 매개해 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바둑팬들의 마음이 한국의 최고기사들을 움직였다.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이 먼저 움직였고, 이세돌 9단도 그 뒤를 이었다. 6월 30일 서울 홍익동 (재)한국기원 5층에서 일본 바둑팬을 대상으로 한 '한국바둑투어'가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30일 오전에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다혜 3단의 지도기가 있었고, 오후 1시부턴 이세돌 9단의 지도다면기가 펼쳐졌다. 한국 최고의 기사들을 움직인 것은 일본 바둑팬들의 '마음'이었고 그 마음을 한국의 최고기사들과 이어준 것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무역회사 '제틱스'의 홍민화 사장이다. 그가 직접 '일본에 한국기사들의 열렬한 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의 다면기가 한창 진행중인 때. 홍민화 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홍민화 사장은 2002년 일본에 건너가 제틱스를 세우고 무역업을 시작했다. 바둑을 꽤 좋아하고 실력도 강해 한국바둑계에서도 아는 사람이 많다. 무역업과 바둑여행은 사업상 약간 거리가 있지만 '한국바둑'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이 행사를 주도했다. 처음엔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다. 한국기원 5층의 조그만 행사장 안에서 겸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서있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가벼운 목례를 하는게 '남에게 폐끼치기 싫어하는 전형적인 모습의 일본인' 같았기 대문이다. 너무나 예의바른 이 분이 바로 홍민화씨였다. 홍민화씨와 가벼운 절을 몇 번씩이나 하며 명함을 나누고 즉석 인터뷰를 요청했다.  - 바둑여행 상품인데 수지가 어느정도 맞는가 모르겠다. 한국에서 이런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예전에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이 직접 바둑팬들을 끌고 한국으로 관광을 온 것도 기억난다. 일본은 그래도 이런 바둑 여행 상품이 통하는 것 같다. "주로 일본국내의 바둑여행 상품이 많지는 않지만 몇 개 있다. 일본프로기사가 인솔하면서 온천욕, 지도기, 회원들과의 대회, 묘수풀이, 세미나 등을 한다. 한국바둑투어는 1인당 16만엔(円 한국 200만원정도)인데 큰 이익을 바라지는 않는다. 이번이 세 번째고 네 번째도 기획중이다 " - 일본 팬들은 어떤 분들이신가? "이번 한국바둑투어에 참여하신 분들은 다섯 분인데 동경, 오사까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오셨다. 나이는 최고령이 86세이시고 63세가 가장 적다. 일본 바둑팬의 주 층은 60~70대 이후에 형성돼어 있다. 경제력도 있고 시간도 있어야 하니까. 젊은 층은 많지 않다." - 명함을 보니 번역출판, 주류, 건강용품 등을 취급하는 무역회사다. 바둑여행 상품은 무역회사에서 취급하기엔 다소 분야가 다른 것 같다? 회사직원들이 사장님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않겠나? 회사일 대신 취미생활 한다고? "제가 한국바둑을 일본에 알리고 싶었다. 우리회사가 직접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건 아니고, 일본의 전문여행사와 조인트벤쳐로 이 상품을 기획한 것이다. 제가 바둑을 워낙 좋아하보니 하게 됐다. 속으론 그런 생각이 있을 지 모르겠는데 표시는 안한다. 이번 바둑여행에 나선 분들이 첫날에 조훈현 9단과 만나 지도를 받고 식사를 했다. 바둑의 대스타를 만나서 굉장히들 좋아 하셨다. 그런게 진심으로 느껴질 때 보람도 있다." - 벌써 세번째인데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에 이어 이세돌 9단까지 섭외에 성공했다. 비결이 있나? "음. 열렬한 바둑팬들이 일본에 있고 한국에 온다는 것을 알렸다. 진심이니까 통한 것 같다. 대단히 바쁘신 분들이 같이 해주셔서 고맙고 기쁘다. " - 무역일을 하시는데 2008년부터 세계경제위기가 있어서 좀 지장이 있으시진 않으셨나? 한국은 변동이 심했던 것 같다. "일본은 크게 변화하는 거 보다 '스테디'한 면이 강하다. 전반적으로 꾸준해서 심하게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 한국과 일본에서 다 오래 사셨으니까, 서로의 다른 점을 많이 경험하셨을 거 같다. 바둑이든 문화든 어떤 것이든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이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바둑쪽을 보면 한국은 항상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다. 늘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변화에 강하고 임기응변에 강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에 반해 일본은 전통을 중시한다. 문화적 가치를 고수하길 원한다. 역사를 많이 강조한다."  - 한국에서 입단하지 못했던 연구생 출신기사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일본에 가기도 한다. 최근에도 가끔씩 그런 일이 있다. 또 한국과 일본은 거리상으로도 가까운 나라고 교류가 많아 좋든 싫든 일본에서 오래 일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에서 자리를 잡은 선배로서 이들에게 조언을 한마디 해준다면? "아. (난처한 표정) 저는 그럴만한 자격이 없다. 정말 없다. 원론만 말하겠다. 정도를 벗어나지 않고 열심히 뛰면 어느나라나 다 성공할 수 있지 않겠나. 노력은 꾸준히 해야 한다. 좋은 결과가 하나, 둘 씩 쌓일 것이다. 절대 성급해선 안된다." 홍민화 대표와 이야기를 마치면서 처음 명함을 주고 받을 때처럼 여러번 서로 절을 했다.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말이다. 6월 30일, 이세돌 9단은 한국바둑투어에 나선 일본바둑팬들을 상대로 한국기원에서 다면기를 했고 또 복기도 해줬다. 이날, 이세돌 9단의 복기는 매우 자상했다. 부드러웠으며 친절했다.  ▲ 이세돌 9단의 다면기 후 복기 모습. 다면기임에도 이세돌 9단에게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 여기 이부분이요~. 이세돌 9단의 새끼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뻗쳐 있다. 진지하게 바둑에 임할 때의 습관이다.  ▲ 이세돌 9단이 다면기를 진행하는 모습  ▲ 몸을 일으켜 대국에 집중하고 있다.  ▲ 이세돌 9단이 한판 한판 복기하고 참여한 사람들도 진지했다.  ▲ 한 수, 한 수 기보에 적는다. 내가 놓고 나서도 적고, 상대가 놓아도 기보를 기록한다. 현장에서 이 장면을 봤을 때는 '작은 감동'이 있었다.  ▲ 노익장 바둑팬의 열정. 나이가 들어서도 이런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기보적는 장면은 유럽 바둑인들에게서도 종종 보였었다. 일본에서 처음 바둑을 배운 것이 그런 대국습관을 가지게 했던 것은 아닐까?  ▲ 다면기 모습. 이세돌 9단의 대국자세도 매우 진지해 공식대국의 승부와 같은 진지함이 엿보인다. [취재 | 최병준, 박주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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