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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 끊기지 않는 천적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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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6연패 금자탑을 쌓으며 막강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한국. 이번에도 절반이 넘는 5명의 기사가 8강에 올랐다. 그 중 이창호 -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전은 한일바둑의 자존심까지 걸린 빅카드. 이창호 개인적으로도 숙적 내지 천적으로 불려왔던 요다이다. 통산 7승 7패의 맞대결 성적. 그러나 이창호가 본격 괘도에 오른 2000년 이후에는 4연승의 수직상승세다. 제17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 8강전 ○요다 노리모토 9단(일본) ●이창호 9단(한국) - 장소 : 중국기원 - 날짜 : 2004. 06. 05 - 결과 : 243수끝, 백3집반승  장면1 (기발한 잠입) 두 기사 모두 차분하게 완벽한 바둑을 추구하는 스타일. 간혹 소규모 전투를 할 뿐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꺼리며, 장기인 정확한 형세판단을 바탕으로 끝내기 승부로 몰고가는 경우가 많다. 꼼수사전에나 나옴 직한 백1의 저공비행이 중반 초입에 눈길을 끈다. 실리부족에 압박을 받은 요다의 기발한 착상. 흑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참고도1 (백, 불만) 실리를 도려낸답시고 3ㆍ三에 들어가는 것은 실격. 흑2가 좋은 방향의 막음이며 4, 6의 이단젖힘이 후속타. 12까지 귀는 원래대로 흑집이다. 반면 한점을 빵따낸 백모양은 왼편의 세력과 중복. 그래서 요다는 <장면1>처럼 범상치 않은 수를 들고나온 것이다. 참고도2 (최악의 선택) 흑1로 귀를 지키는 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지나치게 침착하다. 백2에서 6으로 넘겨주면 얻은 게 없다. 나약한 모습을 하고 있던 △ 두점이 힘을 얻어 흑은 공격할 수 있었던 즐거움마저 잃는다. 최악의 선택. 실전진행1 (쌍방 최선) 흑1이 이창호의 대응책. 백2 이하 귀를 실리를 빼앗기긴 하지만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 흑의 자세가 탄력적이며 선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수순 중 흑3은 정착. 이 수로 덥썩 5에 막으면 백에게 A로 찝힌다. 그렇게 되면 애초 백2의 침입에 흑이 5쪽에서 막은 그림과 같은 결과여서 불충분하다. 장면2 (영문 모를 방향 선회) 흑은 우하에서 구축한 두터움과 선수를 1의 공격에다 이용하려 했다. 그런데 백2부터 수습을 꾀했을 때 갑자기 기수를 선회한 흑3은 무슨 영문일까? 실리를 패인 데 대한 보복심리일까. 물론 이곳 백집을 고스란히 허용해서는 견딜 수 없으므로 늦기 전에 깨러 가야 한다. 그렇더라도 흑1이 백진 파괴에 도움을 주는 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도 작전에 혼선을 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실전진행2 (최선일까) 좌상일대의 백모양은 맛이 나빠서 어렵지 않게 수를 낼 수 있는 곳이다. 문제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수를 내고도 형세를 그르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창호는 16까지의 길을 밟았는데 반대론자가 적지 않았다. 이후 백이 A의 젖힘과 B의 곳을 차례로 차지해 쉽게 지지 않을 토대를 구축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참고도3 (선수를 뽑는 수단) 흑으로서는 공격을 보류해 둔 우변에 손을 되돌리는 게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좌상귀를 살기 전에 흑1부터 맛을 들여놓는 편이 좋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금이라면 백도 2에서 6으로 버틸 수밖에 없으므로 흑7로 살면 백은 좌변을 어떤 식으로든 손질해야 한다. 그러면 대망의 선수는 흑의 차지가 되지 않느냐는 스토리다. 참고도4 (달리 사는 방법) 그리고 사는 방법에 의문을 품은 쪽은, 백3에 흑4 이하로 삶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중 여러 갈래의 변화가 내포되어 있지만 16까지 사는 그림이라면 흑A로 움직이는 맛 때문에 백이 손을 빼기 어렵다. 참고도5 (만족스러운 전과) 흑4 때 백5로 뻗으면 10까지 집을 깎고 12로 살아서 충분하다. 그리고 백5 대신에 A로 귀를 확보하면 흑B, 백5, 흑C, 백D, 흑E로 역시 만족스러운 전과라는 설명이다. 천적관계란 참으로 무섭다. 객관적인 활약상을 놓고 볼 때 이창호의 상대가 되기에 요다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수년간 순조로운 행보로 천적의 사슬을 완전히 벗었는가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중요한 고비에서 다시금 발목을 낚아채이고 말았다. ※바둑판이 안보일 때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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