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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성, '한국바둑'은 무엇인가?
인터뷰, 유럽엔 유럽의 바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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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이란 무엇인가? 한국바둑의 정체성에 관한 젊은 아마강자의 고민 약간 뺀질뺀질한 느낌이 나는 미소년이라고만 생각했다. 실물을 본 적이 없던, 이 미소년은 TV출연으로 얼굴을 자주 비치더니, 어느 날 독일로 떠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러려니 하고 있던 2009년 어느 땐가 군에서 바둑을 보급했다는 뉴스가 들린다. 미소년의 정체는 황인성이었다. 황인성은 2010년 대한바둑협회가 주도하는 한국바둑세계화사업의 아마추어 바둑지도사로서 독일에 정식 파견되었다. 대한바둑협회의 지원으로 정식파견된 것이 2010년이고 황인성은 2005년에 이미 인생의 모험을 택했었다. 7월 26일, 잠깐의 귀국시간동안 사이버오로 사무실에 들른 20대 후반의 황인성은 성격 활발한 꽃미남이었고 이야기를 재밌게 잘했다. 나이 먹어간다는 걸 한탄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기엔 피부가 뽀얗다 못해 웬만한 여자보다 반질반질하다. 독일에서 한 인기 했을 것이라 지레 짐작했다. 외모가 매력적이라면 이를 감사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재능을 더하는데 잘 사용하면 그만이다. 몸으로 부닥친 첫 번째 독일행 연구생 출신 황인성(82년생)은 지난 2005년 8월 일찌감치 독일 행을 택했다. 한국에서 이름을 알렸던 방송활동, 대학생활, 아마추어대회 참가 등을 모두 포기한 선택이었다. 선택의 이유는 단순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가야 한다고들 했지만 군대를 갔다 오면 생각이 바뀔 것 같았다. 기회가 생겼을 때 가야 한다고 느꼈다. 뭔가 고갈된 느낌이었는데 이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독일바둑협회의 초청으로 간 것이지만, 막상 간 이후부터는 혼자서 생활해야 했다. 언어문제, 문화충격, 이로 인한 외로움, 생활자금, 비자문제 등, 외국인으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일을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한꺼번에 겪었다.  - 가장 먼저 겼었던 어려운 일은 무엇이었나? “사람들이 나를 모른다는 것이다. 일단 내가 바둑을 잘 둔다는 것과 가르칠만한 실력이 충분하다는 걸 알려야 했다. 한국에선 고수들이 접바둑을 두면서 1집 승, 혹은 몇 집 내의 승부로 맞춰주는 걸 겸양으로 아는 경우도 있지만 그곳에선 될 수 있는 대로 화려하게 이겼다. 클럽에 처음 갔을 때, 그곳의 최고수를 두 점 놓은 접바둑에서 대마를 때려잡았고, 석 점으로 올려놓고는 7집 넘게 이겼다. 그 분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당장 그 다음날부터 날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 황인성 7단이 바둑을 지도하는 모습 황인성은 총37회 유럽 대회에 참가해 22회 우승과 10회 준우승 성적을 거뒀다. 모든 참가 성적이 집계되는 유럽랭킹으론 2010년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다. 황인성이 빠르게 자리를 잡은 데는 이러한 실력과 활발함이 배경에 있다. - 일단 바둑실력이 어느 정도 강해야 하는 것 같다. 현지에서 바둑으로 경제생활을 영위할 정도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가? “글쎄 바둑실력자체가 한 가지 기준이라면 기준이다. 내 실력보다 강하면 바둑실력 자체로 바둑 보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열리는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실력정도다. 언어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하고, 현지어가 영어가 아닌 경우 현지어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음, 사교성도 중요하다. 한국에서야 바둑을 잘 두면 사범으로 우대해주고 그러지만 여긴 그런 게 없다. 가만히 있으면 당장 생계가 곤란해진다. 나의 실력을 보였으면, 그다음엔 그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사람들과 접촉한다. - ‘내가 이런 세미나를 할 텐데, 이건 유료다, 나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이런 걸 한 번 해보자’ - 고 말을 건넬 수 있어야 하고, 그럼 그 쪽에서 참여 인원이나 시간, 비용을 말해 줄 거다. 이를 가지고 서로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서로 맞으면 그렇게 한다. 주말에는 토너먼트를 찾아서 뛰고, 이렇게 해서도 처음에 월100만 원 정도를 버는 게 힘들었다. 바둑으로만 말이다. 그냥 바둑을 굉장히 잘 두니까 바둑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 와서 자기 일을 알아봐주기도 하는 거는 한국에서 가능한 일이다.” 문화충격 - 모든 게 다르다 황인성은 2005년 8월부터 2006년 7월까지의 1년간 독일을 근거지로 한국에서 온 실력자로서 자기 이름을 유럽에 알렸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왔다. 군 입대를 위해서였다. 군 제대 후, 황인성은 2009년 3월에 다시 독일 베를린으로 떠났다. 앞으로의 인생도 계속해서 독일에서 펼쳐질 것 같다.  - 그렇게 다른 나라로 간다는 게, 어떤 마음의 자세가 필요한가?◀ 독일서 열린 월드컵에서, 한국을 응원하고 있는 황인성 “음, 그 나라의 사람과 결혼해 살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 그렇게 하라는 소리는 아니고 그 정도의 개방된 생각은 필요하다. 그러니까 다른 언어를 사용해서 그 나라의 이성과 사귈 수 있을 정도가 필요하다.” - 자기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몇 년 이상씩 살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면 대부분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런 적 있지 않나? “왜 없겠나, 초기에 특히 아주 많다. 그래서 자기나라 사람들이 모인데서 활동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일종의 문화충격도 있기 마련이지만 그 나라 문화를 즐기는 수밖에 없다.” - 한국과 달랐던 점이라면? “독일을 예로 들면, 여기선 남과 다르다는 걸 사람들이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가 보다하는 그런 정도일까? 또 취미생활을 위해 많은 시간을 쓴다. 자기의 시간을 위해서 쓰는 것이다. 가족위주인 점도 다르다. 평일 오후 9시쯤이면 정말 아무것도 할 게 없는 걸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 부대끼고 살았던 게 막 그리워지기도 한다.” - 문화가 다른 점으로 인해 활동에서 힘들었던 점이라면. “한국에선 ‘아마강자’라고 하면 프로는 아니지만 바둑만으로 생활하는 것을 당연하게 본다. 여기서는 아마추어라고 하면 프로급의 실력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직업이 있어서 바둑을 즐기는 사람이고 본다. 한국에서 아마추어 고단자가 바둑교실 등을 한다거나 한다면 여기선 그게 프로라는 개념에 속한다. 바둑을 주 수입으로 하니까. 그래서 내가 한국에서 건너온 아마추어인데 유료 세미나(강의)를 한다거나 하면 다들 왜 아마추어가 유료세미나를 해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한국기원이나 대바협 같은 단체에서 해외활동을 하는 아마추어에게도 어떤 ‘보급프로단위’를 준다던지 했으면 좀 더 쉬웠을 것이다. (재)한국기원이 주최하는 프로대회 참가권리가 없으니 기존 프로들에게도 손해 볼 것이 없으니까. 기준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싶다.” 한국식으로 ‘아마추어 강자’라고 하면서 바둑으로 수입을 얻으려 한다는 게 독일인들에겐 병립이 안됐던 것이다. 한국에선 ‘아마추어’라 하면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를 제외한 바둑팬 모두를 지칭한다. 한국에서 바둑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아마추어 강자가 있다면 유럽에선 이게 프로의 개념이다. 대한바둑협회와 한국기원이 자금지원을 통해서 해외바둑보급을 시작했으니 최소 그 당사자들에게 만이라도 어떤 공식적인 자격을 부여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유럽에 진출한 프로기사를 상대로 토너먼트를 승리하고 우승하며 인정을 받았다. ‘한국바둑’이란 무엇인가? 별다른 질문 없이도 대화가 지속됐다. 재주 많은 이 꽃미남 청년은 한국바둑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바둑을 거의 모르는(알 필요가 없는) 외부에 나가 객관적으로 한국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겼기 때문이다. “세미나를 하다 보면 바둑 자체만 가지고는 안 될 때가 있다. 만약 이창호-이세돌 이야기를 하며 한국바둑이 제일 강하고 잘 둔다고 하면 대개 시큰둥한 반응이 나온다.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표정들이다. - 유럽에서 바둑을 즐기는 사람들이 일본바둑의 400년 본인방 역사와 일본 4대가문의 투쟁을 꿰고 있는 경우를 많이 봤다. 놀랄 정도다. 그들이 바둑에 가지고 있는 경외감, 재미, 문화로서 인식된 것은 ‘일본바둑’이다. 바둑하면 일본을 떠올리는 것이다. 되레 내가 한국기원 연구생을 했던 이야기, 연구생들의 치열한 경쟁과 입단하지 못한 연구생들의 비애, 반집차이로 갈리는 입단과 탈락의 순간,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면 (자신들이 그 상황을 잘 모르지만) 그런 스토리를 너무 재미있어 한다. ‘입단연가’라는 한국바둑소설이 알음알음 번역되어서 유럽 바둑인들이 읽고 있는 것도 신기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바둑과 결합된 어떤 색깔을 지닌 문화다. -그들은 취미로서 (바둑)문화를 즐기고 심지어 그 문화를 구매한다. 바둑실력도 중요하긴 하다. 그러나 한국의 프로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너무 먼 나라의 이야기라 아직 실감을 못 한다. 차라리 유럽에서 열리는 각종 바둑투어 토너먼트에서 이곳에 진출한 프로들을 이기거나 하는 게 더욱 관심을 끈다. 이들에게 가장 강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이곳 유럽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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