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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천재들에게 ‘마스터’로 불리다(下)
천재들을 상대한 평범한 한국 소녀(?)의 생애 첫 다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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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이공계열 천재들이 모인 MIT바둑클럽 회원들은 상상했던 것 처럼 집중력이 놀라울 정도다. 약간 괴짜스러운 면도 많이 보이기도 했는데…, 바둑 두기 전에 집중력을 높히기 위해 책상을 열 바퀴 도는 친구(꼭 오른쪽 손바닥을 책상에 얹은 다음에 주변을 맴돈다), 상대방의 실력에 상관없이 무조건 백을 잡겠다고 하는 친구(나와 6점 정도 차이나는 친구인데도 자꾸 이런다), 대국하면서 ‘나는 할 수 있어’를 백번도 더 말하는 등 다양한 친구들이 있어 매번 새롭다. 승부욕이 강한 한 친구는 5점을 놓고 진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집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나를 따라왔다. 그리곤 ‘다음주에 너랑 바둑두기 예약할게’라고 예약 도장을 찍는다. 승리에 이글이글 불 타는 눈빛과 함께. 배우고자하는 열정이 강한 친구도 여럿이다. 버클리음악대학(Berklee College of Music)에서 음악치료를 배우고 있는 크리스는 바둑이 두고 싶은데 아는 바둑클럽이 MIT밖에 없어 매주 도장을 찍는 친구이다.  ▲ 보스톤에서 내 보금자리. 비록 반지하이지만 정이 들었다. 바둑클럽이 시작되고 매너 좋고 웃음이 예쁜 크리스와 대국을 하고 있는데 다른 회원 두 명이 다가오더니 ‘우리도 너한테 배우고 싶어. 동시에 세 판이 가능하니?’라고 묻는다. 순간 머뭇거렸지만 ‘물론’이라고 대답한다. 두 시간 밖에 되지 않는 클럽 활동 시간이 아니면 고수와 만날 수 없기에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단다. 이것이 나의 생애 첫 다면기이다. 첫 다면기가 하필 MIT 바둑클럽 학생들이라니…. 바둑 강국 한국에서 왔다며 MIT 바둑클럽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데 다면기는 한 번도 안 해봤다는 말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3대1이니 지더라도 괜찮다고 위로를 하면서 다면기는 시작됐다. 흑. 다면기가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 동선이 맞지 않아 서서 대국을 하니 다리와 허리가 아파왔다. 그 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눈이 핑핑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와 중에 호기심 가득한 파란 눈의 회원들이 큰 구경이 난 듯 주위에 몰려들었다. 2시간 고군분투 끝에 3대0 승리. 얼떨결에 역사에 남을 생애 첫 다면기를 성공리에 끝낸 나는 그들에게 ‘마스터’로 불리기 시작했다. 세계의 천재 MIT 학생들과 바둑이라는 참 좋은 특기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감사했다. 언어 장벽으로 100퍼센트 의사 전달이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바둑 내용이 형편 없을까봐 신경이 쓰여 가끔 게으름을 피우고 싶지만 이 것이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이다. 참으로 기분 좋은, 행복한 발걸음이다.  ▲MIT 바둑클럽 회장 브라이언 LEE와 함께. ▲ 왼쪽에 있는 친구 '진롱'이 나와 가장 친하다. ▲ MIT 도서관 전경.  ▲ MIT 학생센터. 이 곳에서 바둑 클럽이 모인다. ●○... [정연주 기자는 누구?]  타이젬에서 바둑전문기자로 5년넘게 맹활약하였으며, 뜻 한 바 있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바람의 딸 '한비야'로부터 조언을 듣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중이다. 바쁜 일상에서 틈틈이 월간바둑 해외통신원을 겸하고 있다. 사이버오로와 월간바둑은 바둑의 '세계화'를 회사의 정책으로 삼고 있어, 얼른 정기자를 섭외, 포섭(?)하였다. 이제 정연주 기자의 글은 월간바둑과 사이버오로에서 확인 할 수 있다. ◀ 뉴욕 노천카페에서 정연주 PS. 2009년부터 월간바둑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정연주의 좌충우돌 세계棋행'. 인터넷에는 오로,파란,야후바둑의 해외뉴스란을 통해 월간지 1회분이 매주 2회로 나눠 연재되며, 이후 격주로 연재될 예정. [글 | 정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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