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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으로 수학 가르치는 미국의 교육자 신밍 구오, ‘프레드 플레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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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간바둑] 2025년 2월호에 게재한, <해외화제 | 지금 세계는> 전문입니다. 바둑은 일찍이 수학과 상통하는 공통분모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으며, 품을 좀더 넓히면 음악과도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어 궁금했습니다. 바둑과 수학, 혹은 수학과 음악, 음악과 바둑이 궤를 같이하는, 이 3자의 연관성에 관해 학계의 연구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기에 바둑이나 수학이나 음악이나 수개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군요. 이러한 궁금증에 실마리를 풀어줄 사례로 소개합니다. 매달 25일에 발행하는 [월간바둑]에도 관심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 편집자 註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노벨상 수상자인 수학자 존 내쉬가 바둑을 두는 장면은 단순한 에피소드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장면은 바둑이 서양의 지식인, 특히 수학과 과학 분야의 거장들 사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생생히 그려낸다.  ▲ 영화 <뷰티풀 마인드> 화면 캡처. <뷰티풀 마인드>는 게임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초반부에 존 내쉬가 동급생과 바둑을 두는 장면이 나온다.
바둑과 수학은 마치 쌍둥이와도 같다. 두 분야 모두 논리의 '실'과 전략의 '바늘'로 사고의 옷을 짜내며, 수많은 수학적 개념과 원리가 바둑판 위에서 춤을 춘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2022년에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바둑의 규칙은 정말 미니멀한데 엄청난 다양성이 생긴다. 수학은 더 복잡하지만 동시에 더 자유롭다는 의미가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24년 10월, 미국 시카고의 한 교육자가 바둑과 수학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수업으로 프레드 플레너상(Fred Flener Award)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프레드 플레너상은 일리노이 수학교사협회(ICTM)가 매년 혁신적인 방법으로 수학교육을 펼치는 교육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주인공은 바로 15년 간 시카고 지역에서 수학교육에 바둑을 활용한 수업으로 주목을 받아온 신밍 구오(Xinming Guo) 교사다. 그는 약 90개 교육기관(학교·대학 등)에서 4만 5000명 이상의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매년 약 100명의 교사에게 워크숍 등을 통해 이러한 수업법를 전수하는 활발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 신밍 구오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
'수포자(수학 포기자)'란 말이 있다. 수학 과목은 배우는 학생에게나 가르쳐야 하는 교사의 처지에서나 쉽지 않은 문제다. 수학에 대한 어려움은 미국 학교에서 만연한 문제로 해결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체 학령기 학생의 5%에서 14% 사이가 심각한 수학 결핍을 보이며, 기본적인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렇기에 바둑을 기반으로 한 학습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머릿속에 수학개념을 심어주는 신밍 구오의 교육법은 참신하다. 바둑을 활용한 수학적 사고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게 돕는 수업이 성과를 보이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24년 가을학기 마무리로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신밍 구오 교사와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먼저 바둑과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1986년 중학교를 졸업한 후 처음으로 바둑을 알게 됐습니다.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네요. 그날 기본 규칙을 배우고 바둑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축에 몰린 돌을 살려보려고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현재는 미국바둑협회 공인 1단입니다. - 수학교육에 바둑을 결합하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나요? 저는 중국 베이징 칭화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미국 시카고로 이주한 후 교육분야로 전환했고, 2013년에 수학, 컴퓨터 과학, 산업기술교육, 물리과학을 포함한 9개의 교육분야에서 일리노이주 전문 교육자 자격증(PEL)을 취득했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바둑을 먼저 가르쳤는데, 어느날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수학개념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언뜻 바둑과 수학 사이에 의미 있는 연결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 미국 어린이들이 신밍 구오의 수업에서 6줄 바둑을 즐기고 있다.
- 바둑과 수학 학습 간 상관 모델을 개발하셨다고요? 그 전부터도 바둑과 수학 사이에 몇 가지 연결점이 있다고 느꼈지만, 방대한 수학 내용 때문에 이러한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조직하고 제시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2010년경 미국의 국가 수학교육 표준이 발표되었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고 느꼈습니다. 교육표준이 자세히 설명돼 있어 수학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바둑의 개념을 하나씩 이 표준과 체계적으로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수학개념은 바둑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었고, 일부는 그렇지 않았으며, 다른 일부는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결을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저는 상관 모델을 개발하고 다양한 유형의 연결에 숫자 값을 할당했습니다. 이 과정은 궁극적으로 바둑과 수학 간의 관계를 명확히 했습니다. - 개발하신 상관 모델의 분석 결과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겠는지요? 분석 결과를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미국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수학교육표준 과정의 약 60%를 바둑을 통해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세 가지 주요 영역에 걸쳐 있습니다. 계수(Counting)와 기수(Cardinality), 10진법에서의 수와 연산, 연산과 대수적 사고(Algebraic Thinking) 등의 영역인데요. 바둑을 통해 학생들이 수 세기, 숫자 패턴 인식, 수 연산과 같은 기초 핵심 수학능력을 흥미롭고 실제적인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강화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 실제로 학교에서 개발하신 교육법을 적용하셨을 때 효과는 어떻게 나타났나요? 바둑을 통한 수학교육은 다양한 수학 개념을 다룰 수 있어 매우 효율적입니다. 또한 심오한 세계의 바둑은 학생들이 탐구하고 놀 수 있는 무한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실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건너뛰며 세기’, ‘이어 세기’, ‘가까운 배수’, 한자리 및 여러 자리수 덧셈, 곱셈을 위한 배열, 뺄셈 등 필수적인 수학능력과 전략을 활용하게 됐습니다. 수업 초기에는 주로 ‘건너뛰며 세기’에 의존했는데, 수업 중후반에는 점점 더 배열과 곱셈을 사용해 점수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변화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제가 게임 종료 시 돌을 옮기고 재배열해 배열을 만드는 것을 강조한 데서 기인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서로의 점수를 빠르게 인식할 수 있는 숫자의 시각적 표현을 능동적으로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하나씩 또는 둘씩 건너뛰며 세는 방식에 의존하기보다는 곱셈이 최종 스코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결정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는 것이 매우 긍정적인 효과입니다.  ▲ 흥미가 생기면 집중도는 물론 수업 참여도 적극적으로 변한다. 바둑을 접맥한 수업으로 이러한 효과를 보고 있다.
- 흥미롭네요.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처음 바둑을 소개하실 때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는 교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바둑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에게 바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어봐도 학생들은 대부분 모른다고 대답하죠. 그래서 효과적으로 바둑을 소개하기 위해 저는 교실의 특성에 따라 소개 방법을 달리합니다.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등의 아시아계 교실일 경우, 바둑을 문화활동으로 제시해 아시아 문화에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수학 교실인 경우에는 바둑을 수학개념 학습을 지원하는 수학 교구로 소개합니다. - 바둑을 통해 수학을 가르치는 데 가장 큰 도전과제는 무엇이었나요? 이 교육법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입니다. 미국에서 바둑에 익숙한 사람은 거의 없으며, 바둑을 수학교육과 통합하는 방법을 아는 교사는 더 적습니다. 이를 구현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했습니다. 또 다른 큰 도전과제는 바둑이 본질적으로 경쟁적인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승패가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경쟁은 우수한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지만, 모든 학습자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둑을 교실환경에 맞게 조정해 경쟁보다는 학습 과 개선에 중점을 두려 노력했습니다. - 한국에서도 바둑을 통해 수학을 가르치는 데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세 가지 간단한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로 게임 시간을 줄여 교실수업에 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작은 바둑판(7줄 또는 9줄)을 사용하세요. 두 번째로는 가르칠 때 집수대신 자연 규칙(바둑판 위의 돌 숫자 등)을 사용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게임이 종료될 때마다 학생들이 직접 점수를 누적하도록 격려하세요. - 선생님의 교육 철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어떨까요? 저는 게임 기반의 학습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뿐만 아니라 인생의 교훈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를 들려주시죠. 저의 최종 목표는 바둑을 수학교육에 통합해 더 많은 학생들이 이를 배우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인터뷰/ 조범근 (미국 바둑지도자 활동, 현 사이버오로 근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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