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九단의 식지 않는 열정과 노력 - 바둑과 경영 (10)
루이 九단의 식지 않는 열정과 노력 - 바둑과 경영 (10)
<제10강> 이창호가 가장 무서워한 ‘아줌마 기사’
[기획/특집] 정용진  2025-02-03 오후 05:22   [프린트]


<들어가며>
이 글은 ‘SERI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양상국 九단이 ‘바둑, 경영을 만나다’란 주제로 바둑이 지니고 있는 경영적인 요소에 대해 강의한 내용입니다. 최근 사이버오로에서 <양상국 바둑사랑 55년>을 발간하면서 전편(총 15편)을 실은 바 있고, 이 가운데 월간『바둑』의 요청으로 강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

‘바둑과 경영’이란 큰 카테고리로 묶은 글이기는 하나 내용은 조훈현이나 조치훈, 이창호 같은 세계적인 기사들의 승부에 얽힌 에피소드와 바둑동네의 생생한 이야기를 곁들여가면서 바둑 속에 들어 있는 경영적인 면모를 살펴보는 것이므로 나름 읽는 맛이 있을 겁니다.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신 내용일지언정 이 연재를 통해 바둑사를 반추하면서 긴 설연휴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사이버오로 회원을 위해 10편을 골라 명절연휴 기간 연재합니다.
모쪼록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사이버오로 임직원 일동 배례(拜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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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강> 이창호가 가장 무서워한 ‘아줌마 기사’
루이 九단의 식지 않는 열정과 노력

“허허! 가위를 하나씩 선물해야겠구먼….”

새천년이 시작된 2000년 2월 21일, 한국바둑을 개척한 조남철 선생께서 남자 후배기사들에게 던졌던 뼈 있는 농담입니다. 이날은 제43기 국수전 도전3국에서 여성기사인 루이 나이웨이(芮乃偉) 九단이 천하의 조훈현 九단을 2대1로 꺾고 타이틀을 따던 날입니다.

국수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전으로 여타 기전에 비해 우승상금은 적으나 명실공히 한국바둑의 최고봉을 상징하는 명예의 자리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기사가 선망하는 타이틀이지요. 그런데 이런 자리를 남성기사도 아닌 여성기사가, 그것도 한국인이 아닌 중국출신의 객원기사가 차지했으니 얼마나 놀랍고 떠들썩했겠습니까.

무엇보다 여성기사가 남녀 모두 참가하는 기전에서 챔피언에 오른 것은 세계바둑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영부인 이희호 여사도 국적을 떠나 이 대단한 ‘여성상위(?) 시대’를 연 루이 九단에게 축전을 보내기도 했는데, 아마 프로기사가 영부인의 축전을 받은 일도 처음일 것입니다.

예전엔 바둑이 예술이나 도(道)로 인식되었지만 요즘은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그 어떤 스포츠를 통틀어도 남녀 성대결에서 여자선수가 남자선수와 대등한 경기력을 보이는 종목은 바둑 외는 찾기 힘들 겁니다.

▲ 2000년 43기 국수전 도전3번기에서 조훈현 九단을 2대1로 꺾고 바둑사상 남녀가 출전하는 오픈기전에서 세계 최초로 여성 챔피언에 오른 루이 나이웨이 九단(왼쪽).

▲ 오픈 혼성기전에서 여자선수가 우승한 건 전 종목을 통틀어 바둑의 루이 나이웨이 九단이 최초일 것이다. 당연히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세계최초의 여성 九단, 바둑이 가장 센 여자

1963년 상하이 태생인 루이 九단은 세계 최초의 여성 九단이기도 합니다. 바둑의 힘이 어찌나 센지 ‘반상(盤上)의 아마조네스 여전사’, ‘마녀(魔女)' '철녀(鐵女)’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었습니다만 바둑동네에서는 겸손하고 상냥한 ‘루이 아줌마’라는 애칭으로 불린답니다.
이런 루이 아줌마가 80년대 말 중국바둑계 실력자의 눈 밖에 나 10여년이나 미국과 일본으로 떠도는 처지였고, 남편 장 주주(江鑄久) 九단과 ‘로미오와 줄리엣’마냥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나눈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루이 九단 얘기를 하자면 이들의 애절한 사랑행적을 빼놓을 수 없는데, 장 주주는 일찍이 제1회 중일슈퍼대항전에서 5연승을 거두며 ‘항일영웅’으로 떠오른 중국바둑의 기대주였고, 루이는 중국 최정상을 다투는 여성기사였습니다.
그런데 1987년 중국 샨사(三峽)에서 열린 중일바둑대회 기간 중 루이가 중국바둑 지도부가 내린 규율을 어겼다 하여 징계를 받는 이른 바 ‘샨사사건’이 일어났고, 장 주주가 지도부의 어처구니없는 처사에 항의하고 나서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집니다.

▲ 반상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린 장 주주-루이 九단 부부.

'샨사사건'은 여성기사에게 치명적인 ‘풍기문란’이란 죄명을 씌운 사건입니다. 바둑을 좋아하고 오직 바둑밖에 모르는 루이 九단이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九단의 방에서 밤새 바둑을 뒀다 하여 받은 처결인데, 단 둘이 둔 것도 아니고 가토 九단이나 장 주주 九단 같은 다른 기사들도 함께한 자리였다고 합니다.

결국 이 사건으로 루이는 부당한 중징계를 당했고 이에 홀로 항의하고 나선 장 주주까지 괘씸죄에 걸리고 맙니다. 견디지 못한 두 사람은 1990년 장 주주 九단이 먼저 미국으로 ‘바둑망명’을 감행한 데 이어 루이 九단도 바둑유학을 핑계로 일본으로 떠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두 사람은 일본과 미국에 머무른 채 애절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이어가다가 1992년 장 주주가 일본에서 열린 제2회 응씨(應氏)배에 참가했을 때에야 결혼수속을 밟고 부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결혼식도 없는 결혼을 한 이 커플은, 남편 장 주주가 미국 영주권을 받은 1993년말까지 칠월칠석을 기다리는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 미국과 일본에서 또 그렇게 떨어져 살아야 했습니다. 이후에도 미국과 일본을 전전하며 기사(棋士)로서 공식활동을 할 수 없었던 이들은 1999년 한국기원의 배려로 객원기사 자격을 얻게 되면서 마침내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던 바둑집시 생활을 청산하고 10여년 만에 프로생활을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바둑을 둘 수 있는 곳이 ‘천국’

“아무리 지옥 같은 곳이라도 바둑을 둘 수 있으면 내게는 천국이고, 아무리 천국 같은 곳이라도 바둑을 둘 수 없으면 내게는 지옥이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한국기원 근처에 살림집을 얻어놓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한국기원으로 출근해 바둑공부에 매달리던 이 부부를 보노라면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논어의 구절이 절로 떠오릅니다. 어느 분야든 즐기며 파고드는 사람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는 법입니다. 더군다나 바둑을 둘 수 없는 지옥까지 경험한 이들입니다.

▲ 1999년부터 한국기원 객원기사로 활동하기 시작한 장 주주-루이 부부는 2002년 12월 제28기 맥심커피배 입신연승최강전 결승에 나란히 올라 바둑사 최초로 '부부 결승전'을 벌이는 또 하나의 진기록을 쓰기도 했다. 사진은 결승1국 복기 장면. 남편이 아내를 2대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 2011년까지 12년 8개월 동안 한국에서 활동한 루이 九단은 “한국은 내게 잊을 수 없는 곳”이라면서 “한국이 아니었으면 프로기사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한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2003년 2월 4일 맥심커피배 입신연승최강전 시상식에서 부부가 소감을 말하고 있는 장면.

“바둑은 놀이이자 신성한 노동이며, 삶이자 휴식처”라고 하는 이들의 말에서 매일 밤 “빨리 내일아침이 밝았으면 좋겠다”며 출근할 때마다 소풍가는 기분으로 갔다는 정주영 현대그룹 전 회장이 오버랩됩니다. 특히 루이 九단의 바둑에 대한 열정은 가히 경탄할만합니다.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은 “하루 연습을 거르면 제일 먼저 내가 알고, 이틀 연습을 거르면 친구들이 알며, 사흘 연습을 거르면 모든 사람이 안다”고 말했다지요. 이처럼 “해도 해도 부족 투성이”라는 겸허한 자세로 공부하고 또 공부하며 즐기며 덤벼드는 루이 九단이 오십줄에 들어선 나이에도 아랑곳없이 한국은 물론 세계 여성바둑을 휩쓸다시피 하고, 내로라하는 남자기사들과도 접전을 벌인 것은 결코 타고난 재능 덕분만은 아닐 겁니다.

일찍이 1992년 응씨배 16강전에서 루이 九단에게 된통 당한 소년 이창호가 일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버지에게 울먹이며 “더는 바둑을 두고 싶지 않다”고 토로하게 만들었다는 여전사, 천하의 이창호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아줌마가 루이 九단이었습니다. (2004년까지 두 기사의 전적은 루이 아줌마가 6승 2패로 압도. 비공식 포함 역대전적은 7승 6패.)
전신(戰神)의 경지에 올랐다는 싸움꾼 조훈현 九단과 맞서 당당히 국수에 등극한 비결은 그의 식지 않는 열정과 노력에 있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수많은 경영인이 바둑을 애호한 까닭

바둑의 이치에는 참으로 경영자들에게 참고할만한 요소가 많습니다. 바둑에서 배워야할 경영적인 교훈에 대해 직접적으로 거론한 CEO도 여럿입니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디지털이 0과 1의 조합으로 무한한 가치를 창조하듯이 바둑 또한 흑과 백이 조화되면서 무한한 수의 세계를 창조한다”며 이런 점에서 기업의 전략경영, 가치혁신경영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 또한 바둑과 경영이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다며 바둑에선 포석, 잔수, 끝내기 모두 잘해야 하고 특히 끝내기의 경우는 머리를 더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경영도 바둑과 마찬가지로 큰 그림도 잘 그려야 하지만 세세한 것을 놓치면 안된다며 일의 마무리를 정교히 해야 하는 것이 바둑과 많이 닮았다고 말했지요 .

바둑의 수읽기만 놓고 보더라도 곧 경영에서 말하는 미래예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둑은 수읽기의 연속이고 경영 또한 의사결정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무척 닮았습니다.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의 수읽기는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경영자들이 참고할만한 교훈으로서 바둑의 위기십결(圍棋十訣)이 종종 거론되는 것도, 바둑에서 경영의 이치를 배웠다고 하는 CEO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연유일 것입니다. <끝>


▲ 이 연재는 ‘SERI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양상국 九단이 ‘바둑, 경영을 만나다’란 주제로 바둑이 지니고 있는 경영적인 요소에 대해 강의한 내용 중 일부를 설연휴 특집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최근 사이버오로에서 <양상국 바둑사랑 55년>을 발간하면서 전편(총 15편)을 실은 바 있습니다.

○● 양상국, 기사인생 55년을 담은 기념집 ‘양상국 바둑사랑 55년’ 출간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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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1 |  2025-02-04 오전 10:18:00  [동감0]    
이분 노벨 바 둑 상 을 드 려 야 한 다
rjsrkdqo |  2025-02-04 오전 12:31: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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