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 2000승 이창호 “좋아하는 바둑 평생 할 수 있어 행복”
전인미답 2000승 이창호 “좋아하는 바둑 평생 할 수 있어 행복”
[기사동정] 김수광  2026-11-03 오후 04:56   [프린트]


한국 바둑의 살아있는 전설 이창호 9단이 프로 통산 2000 승 금자탑을 쌓고 기념식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2000승은 1986년 11살의 나이로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디딘 지 38년 만에 일궈낸 전인미답의 대기록이다.

3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신관 라운지에서 열린 ‘이창호 9단 통산 2,000승 달성 기념식’에는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 조한승 프로기사협회장, 홍민표 국가대표 감독 등 프로기사와 한국기원 임직원들이 참석해 바둑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세운 이창호 9단에게 뜨거운 축하와 격려를 보냈다.

이창호 9단의 주요 약력 보고와 그동안 걸어온 승부 세계의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 축하 메세지 상영, 기념패 및 꽃다발 전달, 기자단 질의 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 2000승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는?
“어려운 질문이다. 다른 분야는 안 해봤고 바둑만 하며 기계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제가 좋아하는 것을 평생 할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2000승이라는 그 의미가 뜻깊게 다가옵니다. 2000승 자체가 상징처럼 느껴져서 기쁘고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 새로운 목표가 생겼는가?
“어릴 때부터 목표를 잘 세우는 편이 아니었다. 혼자 생각에 3000승을 하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좀 불가능할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느꼈다. 근데 2500승까지는 욕심을 내봐야 하나 생각은 해봤다.”

- 세계 최초 기록이다. 프로기사가 되고 나서 첫 대국은 무엇이었나, 가장 기억에 남는 대국은 무엇이었나?
“첫 대국은 조영숙 사범님과 두었다. 기억에 남는 대국들은 농심신라면배 때 중국에서 뒀던 대국들이 기억에 남는다.”

- 세계 최초 2000승 기록을 달성하신 소감을 듣고 싶다.
“어릴 때부터 기록·숫자 같은 것을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려왔는데요, 그래도 1000승 넘어가고 큰 기록이 나올 때마가 제가 느끼는 감정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큰 기록을 달성하게 되어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 대기록의 이면에는 수많은 패배도 있다. 어떻게 극복하셨는가?
“어릴 때부터 고민했던 부분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그냥 잊어버리려고 노력을 되게 많이 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히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 등산을 한다든지 다른 일이 몰두를 한다든지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바둑에 집중하는 식으로 반복했다.”

- 현역 생활은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가?
“언제까지라고 딱 말씀드리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한 계속 두고 싶을 때까지 두고 싶다.”

- 신진서 9단이 935승 거두고 있다. 이창호 9단을 이어 대업을 이룰 것으로 생각하는가?
“신진서 9단은 실력적으로도, 또 모든 면에서 저보다 훨씬 뛰어난 기사이기 때문에 2000승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이창호 9단께서는 과거에 바둑의 본질에 대해 두터움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지금은 어떤가?
“지금도 두터움을 좋아하긴 하는데 예전과는 좀 다르게 전투에도 관심이 생기는 것도 있고, 저 자신도 잘 모르는지라…정답이 없는 것 같다.”

- 프로기사들 저마다 자신의 컴퓨터에 인공지능을 설치하고서 바둑을 연구를 시작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창호 9단은 한동안 인공지능으로 연구하지 않다가 나중에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처음에 충격이 커서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1~2년이었나, 2~3년이었나 그 정도 이후에 사용하게 시작했다. 그리고 제가 기계치이다. 주변에 친한 기사들은 다 아는 편인데, 제가 그런 기계 쪽에 너무 약해서 그런 부분도 컸다.”

- 승부사는 절제된 삶을 살아야 한다. 고독하기도 하다. 그 길을 걷다 보면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극복해왔나?
“승부사는 고독할 때가 많다. 저도 긴 슬럼프를 겪어봤다. 그때마다 특별한 극복 방법을 찾기보다는 일상적인 거… 뭐, 밥 먹고, 산책하고 또 그냥 바둑판 앞에 앉았다. 그런 루틴들이 저를 지탱해 준 원동력 아니었나 싶다.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에 대해서도 그런 말들 하지 않는가. 습관이 되면 결국 자기 무기가 되는 것 같다.”

- 가장 아팠던 기억은?
“많이 있는데, 지금 아픈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웃음). 최철한 9단도 아픔을 준 기사 중 한 명이고, 이세돌 사범도 그런 기사다. 유창혁 사범님한테는 제가 정말 이기고 싶었던 판에서 지곤 했다. 사람들이 유창혁 사범님에게 ‘큰 승부에 강하다’라고 했다. 저로선 아팠다.”

- 체력 관리는 어떤 식으로 하는가?
“기사마다 자기한테 맞는 운동을 한다. 저는 격렬한 걸 하다가 무리가 오는 걸 느꼈서 쉬운 걸 하게 됐다. 스트레칭 정도를 한다.”

- 이세돌 9단이나 신진서 9단처럼 AI와의 대결 제의를 받는다면 응할 생각인가?
“게으른 성격이라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 바둑 유망주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바둑은 사고력 향상에 도움 된다. 해보다가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면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시라. 다른 분야에서도 바둑에 들였던 시간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2000승 기념패 전달식(왼쪽부터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 이창호 9단)

▲ 살아 있는 전설 이창호 9단과 한국 여자랭킹 1위 김은지 9단이 한 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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