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뜨거운 열기에 하얗게 질려 하늘 구석진 곳으로 피하거나

서산너머로 숨어버렸다

삶이 환희로울 때 나는 그렇게 물러나 있었다.

너무도 밝고 뜨거운 것에 비할 바 없는 우유부단함이 무능인가

강하면서도 선한 태양도 있을까.

그러려니 살려고 했지만 피곤한 태양은 오늘도 어김없이 야근을 시킨다.

그런 너를 사랑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도 있다고.

멀리서 다른 곳을 비추며 나의 등을 떠민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임의 뜻이라 하고.

그렇게 그는 영원히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고 나는 오늘도 소모품이다.

밤이슬이 나의 어깨를 다독인다.

무심한 뭉게구름 지나가는 저 아래엔 벤치에 앉은 이름 모를 고독과 평온

골목길의 잰 걸음과 비틀거리는 그림자

그리고 신작로엔 나를 아랑곳하지 않는 바쁜 반딧불과 무심한 가로등이 왠지 얄밉다

막대기를 들고 동산에 오르든 아이들이 보고 싶고

색동옷을 입고 손에 손잡고 춤을 추던 처녀들이 보고 싶다

내동산에 토끼를 키우지 않는 것은 내 거짓말이 아닌데 거짓말쟁이 푸석한 돌이 되었다.

자연과 아이에게

사람과 세상은 돈 몇 푼 쥐어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태양을 쫒는다.
내 팽겨진 의무와 도리는 구멍가게 앞에서 갈등하고.

내가 하고 있지만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해야 되는 일이라는 게 달의 외로움이다

달은 그렇게 이슬의 위로에 젖어 밤새 술을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