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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봉달이는 삐야기로 낙찰 된 안주를 놓고 아내와 마주했다 아내는 저 칼로리 맥주 한 캔이고 봉달이는 변함없이 소주다 오전 9시에 출근해 5시에 알바 마치고 들어오면 곧 바로 술상이 펼쳐지고 7080 추억의 팝이나 발라드 가요로 분위기 깔아놓고 일상을 늘어놓는다. 물론 사모님을 조석으로 모시는 게 봉달이의 일과에 까만 줄 쳐있고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 번 정도는 저녁대용이고 스트레스해소와 소통의 시간이다 목적은 그렇지만 험난한 과정을 거쳤고 지금은 그런대로 취지에 부합된 듯하나 가끔씩 서로 폭탄을 안고 기름을 퍼마시며 발화자를 핑퐁처럼 주고받기도 한다. 여기서 사람에 따라 가전제품 교체시기와 양이 많이 달라지고 수많은 중년들이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살던 대로 살다 유배생활 속에 사라져갔다. 대게 젊을 땐 바깥으로 나라를 구하러 싸질러 다니다 중년이 되면 생각이 달라지는데 위기의식이랄까. 회귀본능이랄까. 가정의 소중함이 불현 듯 와 닿고 해탈자처럼 무지갯빛 발원을 하게 되지만 서로의 인내가 충분조건인 걸 감안하고 시도하나 쉬 충족되지 않는 게 다반사인 게 생물학적 충돌과 환경적인 성숙도도 문제지만 집안 대소사의 가치관이 가장 큰 장애다 부부간에는 그렇다 쳐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집안환경이 달라지는데 부모의 노쇠와 자식의 성장이 기존의 질서구도에 적잖게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보은의 세력과 보상의 세력이 결집하여 한쪽으로 치우치고 스스로도 의탁심이 강해진다. 가부장적 해석이 달라지고 그동안의 가장으로서의 기득권도 희석된다. 그렇게 갑자기 아내가 골리앗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봉달이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멀리서 바둑 친구들이 찾아 왔을 그 언저리쯤 국거리와 반찬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주방으로 들어갔었다 그리고 손님들이 들이닥쳤을 때 전시효과도 있고 실상 바쁘기도 했고 그 많은 사람들의 치다꺼리가 여간 아니기에 하루 밤낮을 둘이서 둘러치고 메쳤다 그리고 모두가 떠난 허한 자리에 아내는 지쳐 쓰러졌고 곤히 자는 모습이 안타까워 전장처리를 말끔히 해 놨다. .......................................................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녀는 걸레도 안 빠는 여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옛말에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싼다는 속담이 있지만 그것도 시대에 밀려났다 왜. 요새는 집집마다 커다란 요강에다 모두 싸질러대니깐. “있제. 나는 왜 음식을 하면 정체불명이 될까.” “밥도 그렇고 설거지 청소도 자기는 대충대충 하는데도 깔끔하고 맛 나는데.” “손아귀 힘이 없어 손빨래도 못하겠고 이 가스나 어데 써먹겠노. 갖다 내삐리뿌라.” “내 돈 좀 벌어 온다고 카는 말은 아이데이.” 니나노~~~~~~~~ 한국판 장국영이가 머리를 흔들고 양손을 휘저으며 잠옷 바람으로 춤을 춘다. 심리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게 대세다 우울해지는 건 신체의 무엇이 감소하고 일상에서 심적으로 위축되고... 그 모든 것이 일조량에 영향이 많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접어두고라도 봉달이는 중년이 되면 세상 쓴맛 단맛 다 알기에 설렘이 없어진다는데 무게를 둔다. 미아리골 점쟁이는 아니더라도 대충은 끼워 맞출 줄 알고 대개는 짐작대로 간다. 중년이 되면. 그리고 가을을 맞으면.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던 겨울이 떠오르고 그리 틀릴 것 같지 않은 을씨년스러움에 우리는 소름끼쳐하고 딸이 떠난방 구석에 앉아있는 아기곰처럼 외로워 하는가보다. “있제.” “으...으응.” “뭔 생각하노.” “아. 그 그냥. 왜.” “미주 왈 고주 왈.....” 소주잔에 아내의 수다와 봉달이의 상념이 던져져 파문을 일으킨다. 심산유곡을 찾을 일 뭬있나 우리는 이미 많은 단풍잎을 가슴에 담구었는데.
중년. 그리고 가을. 쪽빛 하늘에 그리움 한 점 지나니 바람 집배원 불러 소식 전하려다 속마음 들켜서라 고개 숙인 들꽃처럼 가끔 붉어지는 수줍음 가슴 한 켠에 슬며시 접어두고 은행잎처럼 빛바랜 추억과 우수에 젖은 삶의 애환들을 잔주름 위에 독백하듯 걸쳐놓다 조금 슬퍼지는 이 가을 차라리 어스러지게 보듬어 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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