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도 자주 깜빡깜빡하는 요즘, 한국 최고의 '계산력'을 자랑하는 박영훈 9단이 GS칼텍스배 도전자 결정전 무대에 먼저 입장했다.
9월 15일 성남 분당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5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준결승전에서 박영훈 9단은 이영구 8단에게 144수만에 백불계승을 거둬 결승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조한승 9단에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박영훈은 이 대회에서 2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 기록이 있다.
계산력 보다는 형세판단이 과감했다. 물론 정교한 계산이 가진 장점중 하나는 정확함을 토대로 한 전략적인 형세판단이다. 이영구(한국외대)가 쌓아놓은 두터움이 후반들어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판단한 박영훈은 끝내기의 후반이 오기 전 미리 승부를 걸었다.
언뜻 보기에 위험해 보이는 중앙에서, 백대마의 타개에 승부를 걸어 더이상 손 쓸 곳이 없게 만든 것. 이영구의 '흑'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대마가 살아가 버리자, 실리의 균형은 더이상 회복불가능한 것이 되어 이영구 8단이 돌을 던졌다. 144수 박영훈 9단,백불계승.
한편, 이 대회의 남은 준결승 한판은 원성진 9단과 김지석 7단의 대결로 29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서 열린다. 승자는 박영훈 9단과 도전자 결정전을 벌여 전기 우승자인 조한승 9단과 도전5번기 대결을 벌이게 된다. 14일엔 동갑내기인 원성진 9단이 명인전 준결승 3번기 1국을 이겼고, 역시 동갑내기 최철한 9단이 kt배 4강에 들어, 연 이틀간 이들 '소띠'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제15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의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2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각 2시간이며 초읽기는 40초 3회가 주어진다. 지난 기에는 조한승 9단이 박영훈 9단을 3-1로 제압하며 대회 첫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