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미하는 만남과 절차탁마 (切磋琢磨)

                                                                  저니

절차탁마(切磋琢磨)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시경에 나오는 말로 "如切如磋者

道學也 如琢如磨者 自修也”톱으로 자르고 줄로 쓰는 것은 학문을 말하는 것이요,

끌로 쪼아 숫돌에 가는 것은 스스로 닦는 일이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절차는

학문을 뜻하고, 탁마는 수양을 뜻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바둑으로 치면, 포석으로 판을 나누고 끝내기로 마무리하는 것은 바둑을 말하는

것이요, 나를 사색하고 마음을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스스로 수양하는 것이다.

정말 멋진 말이다. 이 말을 신조처럼 받드는 기업이 1871년 창업하여 종업원

130여명을 거느린 `우치다 (內田)사진관이다. 우치다 히로오 사장은 “고객은

예술적인 사진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우리는 늘 반성에 반성을 거듭해서 고객이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라는 글을 써서 사진관에 붙여 놓았다.

그가 남긴 글을 보면서 문뜩 나 또한 명국을 남기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니 그런 말을 하기에도 얼굴이 붉어진다. 그저 난, 즐거움을 남기고

싶은 것이고 나와 호각을 이루는 멋진 맞수를 만나 최선의 한판을 둔다면,

그것으로 족할 뿐이었다.

이제 무자년(戊子年)도 열흘 남짓 남았다. 우치다 히로오 사장의 말처럼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해본다. 이곳 오로에서 바둑과 글이 매개가 되어 많은 만남이

이루어졌다. 만남의 설레임과 즐거움으로 서로에게 풍성한 한 해였는가?

그랬었다면, 그런 풍성함이 나를 자극 시키고 자양시키도록 내 스스로

노력했는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당당하게 종로 대로를 걷다가 사잇길로 빠져

피마골 어느 주막에서 고개를 숙이고 쓴 탁배기 한 잔을 걸쳐야 할 기분이 든다.

몇 일 뒤면 즐거운 만남을 주유소에서 기름을 주유하듯 나에게 채우는

아작회(我作會) 정기모임이 있다. 이때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

일본에서 ‘주세미’ 마케팅이 있다. 주유소와 세탁소 미장원이 한 곳에 있는

것인데 자동차에 주유하러 갔다가 세차도 하고 세탁물도 맞기도 머리도 손질하는

일석 사조(一石四鳥)의 효과를 보고 있어서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다. 만남으로

인해 즐거움을 주유하고 그간의 갈등도 씻어 내리고 나 또한 한 해 부족했던 것

나를 세탁하여 새로 맞는 기축년 (己丑年)을 그려 보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절차탁마(切磋琢磨)가 아닌가?

갈증!! 절차탁마 (切磋琢磨)를 외치다.

                저니

화롯불에 둘러앉아 나누던 따뜻함도

새벽녘 얼어버린 자리끼 되어

선잠은 나의 눈을 가리고

무심결에 내 뻗은 갈증은

차가운 두려움으로 찾아오지만,

‘하마, 아침이다’

두려움을 내치고 움츠려진 눈을 뜨면

입안은 매림지갈(梅林止渴) 되었다.

자리끼 – 밤에 자다가 마시기 위해서 잠자리의 머리맡에 준비하여 두는 물

매림지갈(梅林止渴)- 삼국지 조조가 매산이란 험한 산을 넘을 때 군사들의

갈증을 매실이야기로 목마름을 해소해버린 지혜.

아침을 믿으면 두려움도 사라지듯 나를 믿으면 갈증과 같은 번민 또한

사라지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