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통한 감성 교육 (3) - 뚱뚱한 넉집 날씬한 넉집

                                                                                             저니

생각하는 사고를 바꾸어 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초등학교 다닐때 딸랑 딸랑 소리를 내며 쓰레기 차가 오면 우리 가족은 너나

할것 없이  쓰레기통을 들고 동네 사거리까지 뛰었다.

요즘에야 알아서 쓰레기를 수거해 가지만  예전에는 참 보기 흔한 풍경이었다.

그 차를 놓치면 집안 마당 가득 쓰레기더미를 한주일 동안 쌓아 두어야 하는

것을 봐야 하기에 반드시 쓰레기 차를 세워 우리 가족의 각종 분비물을 처리

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요 숙명이었다.

특히 한 겨울에, 방 다섯개에서 나오는 일주일 치의 연탄재를 들고 뛰는 모습은

코메디의 한 장면과도 같다.

지겹고 괴로울 법도 한데 우리 가족들에게 조금 색다른 룰이 있었다.

쓰레기 차가 온 것을 먼저 안 사람이 가장 만만한 (?) 쓰레기통을 들고 뛰는

것이다. 아무리 룰이라고 해도 집안 대장이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연약한

여동생의 쓰레기통들은 그 세 사람의 마이너리그 였고 감히 범접할 수 없었다.

우리의 메이저 리그는 한살아래 남동생과 가장 무거운 함지박 두개의 싸움

이였다. 함지박 하나는 날씬해서 들기편하고 또 나머지 하나는 뚱뚱했다.

나의 어머니 표현을 빌자면 미친년 볼기짝만한 (미친년 볼기짝이 그리 넓은지

아직까지 확인할 수 없지만...) 뚱뚱한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뛰면 자세도

자세거니와  각종 오물 먼지를 뒤집어 쓰고 엎어져 넘어지기  쉽상이기에

동생과 나는 일요일 아침 마다  OK목장의 결투를 방불케하던 이 게임의 법칙을

처절하게 (?) 즐겼다.

승자만이 갖는 한주일 동안의 유쾌한 웃음을 우승 트로피인양...

바둑을 공부의 대상으로 알면 바둑은 단지 한 겨울  쓰레기 버리는 일과 같은

숙제가 된다. 특히 배우는 학생들에게 집중력이 큰다든지 창의력이 향상된다는지

하는 어머니들이 좋아하는 광고 멘트로 가르치려 든다고 하면 바로 집중력

저하와 창의력 부재의 세계로 빠지기 쉽다.

바둑을 일상 삶의 현장으로 가르치면 아주 쉬운 길이 있을 수 있다.

뚱뚱한 넉집이 사는가 날씬한 넉집이 죽는가를 알려주는 것

뚱뚱한 다섯집이 사는가 뚱뚱한 여섯집(매화육궁) 이 사는가를 느끼는 것

묘하게도 뚱뚱한 것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집을 지으면서도 자신의

배를 만지면서 웃는다.  아마도 이런 아이들은 곧 날씬하게 집을 짓는 행마를

곧 익히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상대를 뚱뚱하게 만들려고 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오히려 요즘들어 쓰레기통을 들고 뛰던 날렵한 행마가 나에게 필요한 시기이다.

세상은 만만하게 손잡이를 쥐어주지 않는다. 내가 손잡이를 만들어 쥐어야 한다.

하늘을 보고 비가 올때 입을 벌리고 살았다면 이제 땅을 파고 우물을 만들어

살아야 하는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뚱뚱한 나의 배가 날씬한 넉집을 보고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