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부르스 (2)

                                                                                       저니

양재동 최고의 볼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과천에서부터 삼성동까지 이어진

양재천 산책코스이다.

개나리, 벚꽃, 철쭉이 만개하는 개천 주변에 이를 즐기려는 사람들과

각종 인라인 동우회와 자전거 행렬로 또하나의 명동거리를 만들어 낸다.

점심 시간이면 페리스타워나 삼호물산 근방에 직장인들이 학교 종례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아이들 처럼 쏟아져 내려와 커피 한잔씩 들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이시간에 나는 삼성동까지 왕복 두시간을 걷다 들어오곤 했다.

사실 걷는 것이 가장 쉬운 운동이기는 하지만 걷는 운동이 내가 할줄 아는

거의 유일 무이한 운동이다.

난 자전거를 어릴 때 배우지 못했다. 중심 잡는 것에 완전 잼병 몸치이다.

초등학교 4학년 남들 두발 자전거를 타는 시기에도 난 보조바퀴가 달린

네발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이마저도 꼴에 창피함은 느꼈는지 타지 않게

되었다.

대학교 2학년  기우회 강촌 MT때 여자 후배들을 하나씩  자전거에 태우고

올라가는 선배들을 보면 얼마나 부러웠던지...

부러움에 오기가 작동했던지 그날 나는 두발 자전거를 배웠다.

그러나 나혼자 타기도 버거운데 엉덩이 큰 (?) 여자 후배들을 감당할 일은

후일에도 없었다.

하지만, 극심한 운동치라고 해도  걷는다는 것은 꽤 많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걸으면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식스팩의 소유자들을 만나기도 하고

생동하는 여인네들의 가슴과 엉덩이에 시선이 멈추는 늑대 본성도 만나게 된다.

흥분이 되면 땀도 나는 것인지 그리 걷다 사무실에 들어오면 얼굴은 붉게

물들여 있고 온몸에는 땀이 배여있어서 가뿐한 마음으로 하루를 채운다.

양재동 산책코스는 나에게 섹스 뒤에 "괜찮았어? " 하고 묻지 않아도 되는

환희와 같다. 갖은 애교와 노력(?)으로 허리춤을 끌러 내리지 않아도

언제나 그 깊은 품을 펼쳐 포근히 맞아주는 부르스의 상대자이다.

오늘 난, 그 부르스를 추기 위해 신발 끈을 묶는다.

곧 피게 될 철쭉의 자태로 저의 마음도 오르가슴을 넘어 숙연해지리라...

                         철쭉 단비

                                                      저니

 

                     지친 철쭉 잎새가

                     간밤 그대 입술에

                     소리 없이 피우다.

 
                      원망 섞인 내 눈물.

                      설움 미련 애닯다

                      단비 되어 내렸나

 
                      새벽 안개 휩싸여

                      그대 단꿈 깨일까

                      분홍 입술 한 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