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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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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69회] 14부 승부를 찾아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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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가 평사의 양곤마를 공격하고 몇 수가 지나지 않아 잡으러 갔던 마사오의 백말이 거꾸로 평사의 흑돌에 휘말리게 되었다. 졸지에 공수가 뒤바뀌어 버리고 만 것이었다. 마사오는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공격은 분명 자신이 했는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었다. 마사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마가 죽으면 바둑은 끝이었다. 마사오는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어떻게 하든 대마를 살려 계가를 맞추어 볼 심산이었다. 그에 반해 평사는 초지일관 빠른 속도로 계속 두어 나갔다. 그러나 그 수는 하나같이 급소였고 백 대마의 숨통을 조여 들었다. 마사오의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몇 수가 더 지나 결국 잡으러 간 백 대마는 허망하게 죽어 버렸다. 마사오가 넋이 빠져 반상을 내려다본다. 도무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단 한 번의 공격, 누가 보더라도 타당한 공격의 끝이 오히려 백 대마의 비명횡사로 결말이 나다니……. 마사오는 망연자실했다. 마사오는 돌을 던져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다. 게이오는 기보를 기록하다 말고 멍청히 앉아 있었다. 아오야마와의 바둑에서 어느 정도 평사의 기력을 간파했지만 평사의 바둑이 어쩌면 자신의 상상 이상으로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게이오는 갑자기 평사가 무섭게 느껴졌다. 걱정했던 정 역관은 평사가 쾌승을 거두자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머쓱해한다. 평사는 아무런 기색이 없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없다. 대마를 생포한 승리자로서의 희열도 없었고 아직은 투석을 보류하고 있는 상대를 책망하는 빛도 없었다. 평사는 바둑판 앞에서 그냥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승리를 자축하는 술자리에서 게이오는 평사에게 양해를 구했다. 「미안합니다, 추선생. 솔직히 추선생의 바둑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오늘 바둑을 둔 마사오상은 현역 5단의 전문기사입니다. 조선에서 겪어본 추선생의 기력을 확인해 보고픈 성급한 마음에서……. 용서하십시오, 추선생.」 게이오는 깍듯하게 머리 숙여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다. 평사는 게이오의 행동을 전혀 탓하지 않았다. 이미 평사의 마음속엔 상대가 전문기사이든 내기바둑꾼이든 그 누구든지간에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일본에서의 첫 승부의 밤은 그렇게 깊어 가고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일본 본토의 숱한 승부사들과 추평사와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일본 전역에서 벌어졌다. 그들은 평사가 휘두른 칼에 우후죽순처럼 쓰러졌고 조선의 기객 추평사는 일본 바둑계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조선을 떠나온 지 두 달이 지날 즈음 평사에 대한 소문은 서서히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게이오가 주선한 대국마다 평사는 연전연승 오사카와 나고야시를 오가며 승부사들을 연일 격파했다. 얼마 전 정 역관은 혼자 조선으로 돌아갔다. 조선에 할 일이 산적해 있는 정 역관 입장에서 언제까지나 평사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대신 평사에겐 새로운 일본인 전주가 생겼다. 마쓰모토 다카시(松本隆)라는 사업가이자 바둑광인 그는 우연히 평사의 대국을 보고 그에게 반하여 전주가 될 것을 자청했다. 한 가지 특이한 일은 평사의 대국을 게이오가 매번 기보용지에 정확하게 기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주위가 시끌시끌했다. 고베 시 본정목 중심가에 있는 일지(一至)기원에서 벌어진, 고베를 대표하는 전문 내기바둑꾼과 평사의 대국은 오전에 대국을 개시하여 밤이 되어서야 종국에 가까워졌다. 일본에선 그 당시 기원에서도 큰 내기바둑이 자주 벌어졌다. 시종일관 평사가 앞서가던 끝에 집이 부족한 상대가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으나 무리한 승부수로 결국은 상대의 대마가 몰살지경에 이르렀다. 잠시 생각하던 평사가 한 수를 놓자 대마는 속절없이 사(死)했고 고베 제일의 강자는 돌을 던졌다. 기원으로 몰려들었던 관전객들이 술렁대기 시작했고 곧이어 게이오가 기록장에 178수 완(完)이라고 기록한다. 평사가 일어나서 마쓰모토와 게이오를 앞세우고 걸어나간다. 그때 기원 옆자리에선 그 당시 소장파 기사로서 한창 명성을 날리던 기다니(木谷實)와 하시모토(橋本宇太郞)의 바둑이 여러 사람들에 의해 복기가 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연신 탄성을 터뜨리며 감탄을 한다. 「과연 천하 명점이로고！」 「기다니가 아니면 놓기 힘든 수야. 마치 새가 비상을 염두에 두고 잔뜩 움추려 있는 것 같지 않은가！」 나가다 말고 평사의 발길이 멎는다. 복기를 하던 사람 중 한 사람이 평사를 향해 물었다. 「이것 보시오, 조선 국수. 이 수는 진정 천하의 묘수가 아니오?」 중반을 넘어선 바둑인데 기다니의 마지막 한 수가 누가 봐도 빛이 난다. 평사는 그 수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평사가 대답이 없자 방금 말을 건넨 사람이 한 번 더 평사에게 채근을 한다. 「그렇지 않소이까?」 「…….」 평사가 계속 반응이 없자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진다. 반상에서 눈을 뗀 평사가 걸어 나가며 말했다. 「이겼으면 묘수외다.」 마쓰모토와 게이오가 허겁지겁 평사를 뒤따라 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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