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유명한 안 철수 교수가 티비에 나왔다..

하는 말을 들어보니 공감가는 것이 있다..

사람들이 아마도 요즘도 상투적으로 하는 말인지 모르겠으나

기업의 목적은 이윤의 창출에 있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좀 거짓된 측면이 있다..

기업의 목적이 어찌 이윤의 창출일 수 있는가?

기업가는 적절한 생산가에 사회에 유용한 상품을 대량생산하도록 관련된 모든 측면을 조합하여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비자잉여를 많이 세상에 퍼뜨림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이고, 동시에 세상의 편익에 기여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진여의 영광을 세상에 드러내면서 공동체적 생활의 전범을 보이는 사람이고

그 성과에 대한 고마움이 돈으로 그에게 돌아가는, 그런 사람이다..

그것이 바로 業, 즉 활동을 일으키는 의미이다..

업은 악업일 수도 있고, 선업일 수도 있으며 청정업일 수도 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의 창출에 있다는 말은 너무나 표면적이다..

그 이윤을 위해서 굳이 타인을 해칠 필요가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모두가 오해하는 불량한 환경을 서로 만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고, 그 기본이유는 마치 타인이 망해야 내가 산다는 식의 오해, 그릇된 인식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런 식의 오해와 나쁜 풍토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결국 우리의 공동체생활은 망쳐져서 지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는 적절한 시기가 되면 적절한 사상가가 탄생하여 그 시대의 인식을 정비해주는 것 같은데, 오늘 안 철수 씨의 대화내용을 보니, 무비판적인 경제나 경영이념의 훈습을 벗어나서

기업가의 고유한 이념과 방식을 정비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어떤 아이템의 성공이 이루어졌을 때에, 대기업이 그 성과의 90퍼센트를 독식하는 경우가 아직 있지만

요즘 유행한다는 애플 사의 스마트 폰의 경우, 수익의 7할이 관련중소기업에 전해지고

정작 타이틀롤을 맡은 본사는 3할 정도를 갖는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을 발견한 서양의 사회사상적 안목은

시장과 탐욕의 결합을 경계하던 맑스와 케인즈를 거쳐서, 기업경영의 사상적 측면까지 보강되어서

근년에는 경영사상에도 노자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더니, 이제 서양의 기업경영은 공동체경영이라는 보편이념과 접목되는 수준에 이르러서, 원래 우주론적 공동체적 경영을 꿈꾸던 동양의 사람들에게 역수입되는 형편이다...

현상의 세계는 시간과 공간으로 질서지어지고

시간과 공간이 있는 바에야 당연히 매사에는 이치와 구조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한국고유의 사유와 보편성은 대개의 경우 성급한 잇속심리에 대비되면서 현실적으로 빛을 잃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종목 자체는 서양의 산물이지만, 그러나, 그 성취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을 이루게 되면

그 뒤에는 그 종목의 의미자체를 재정의하는 힘을 김 연아가 가질 수도 있게 되는 것이고

이런 면이 축적되면 나중에는 산다는 게 무엇이고, 죽는 것은 무엇이며, 그 가운데의 모든 항목들은 마땅히 어떠해야 좋을 지에 관해서도 스스로 발견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서도 존중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친중이다 친미다 하는 외적인 요인이 그 사람의 사상의 척도가 되는 그런 식의 인생은

인생의 한 지혜일 수는 있으나 그런 인식이 기본되는 세상은 요즘 말로 하면, 얼마나 더러운가?

바둑도 마찬가지이다..

더 근본적으로 보면 바둑이 과연 유용한 물건인지도 의문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또 만약 기왕에 세상에 나온 물건이니 우리가 그것을 선용할 수 있다면, 만약 그렇다면

그것이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지를,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고유하게 생각하고 정비해나가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보아야 한다..

바둑에도 다만 이기는 선수들 만이 빛나는 시기가 지속되어선 안된다.. 적어도 한국바둑이 의미로운 하나의 문명의 분과로 보존되려면, 바둑에도 사상가가 등장해주어야 한다..

바람직하기로는

오 청원과 같은 실전적 기사가 동시에 사상적 안목을 결합해주면 좋겠지만, 어떤 경로로든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기업적 후원은 현실적으로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지만, 만약 지금 시기에 그런 측면만이 과도하게 강조되면 아마 장기적으로 바둑은 원래 가져오던 그 아우라를 잃고 저렴한 다툼의 게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게임의 제한시간이라든가, 프로기사들의 연수과정, 입문의 점진적 편의성, 바둑이 세계화될 때에 그것이 인생과 문명에서 갖는 의미 등등

모든 면에서 시대적 추세를 반영하기도 하더라도

인성의 자연스러움도 배려하는 장기적이고 종합적 토대형성이 긴 안목과 당장의 필요를 조합하여

상설적으로 연구되고 정비되어야 한다..

왜 이 세돌과 한국기원에서 생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엘지 전자의 회사경영인에게 맡기는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볼 적에 바둑계에서 사상가의 타이틀을 가질 사람의 느낌은

이 세돌에게서 도리어 느껴진다..

어리고 젊은 시절에 부딪힘이 생겨나는 것은 보기에 따라선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문제와 만나고 풀어나가는 과정적이고 실무적인 성숙의 기회가 그에게 주어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중국과의 승부놀음만 보고 있기엔 무언가 시대적 과제에 비해서 함량미달이란 느낌을 갖게 된다..

기업사상가 안철수가 눈에 띄듯이 한국바둑계에도 오 청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생겨나면 좋겠다..

그나마 비슷한 가능성을 주는 사람이 문 용직 사범이었는데, 그가 굳이 은퇴라는 형식을 가지게 만든 사람들이 참 섭섭하다.. 그와 같은 포괄적 사유의 가능성을 가진 사람은

바둑계에서 만들어지기 힘들다.. 왜 굳이 그가 떠나도록 하였나?

프로기사의 현실적 안목과 대학학위과정의 학문적 단련..

고전해석의 독창성이 가능한 주체적 안목

바둑의 발견 시리이즈라는 원론에 입각한, 수법의 발견 시리이즈 10권을 저술하는 실무적인 안목..

정작 한국기원의 이사장에 어울리는 사람은 이런 사람인 것을..

지금 이 글에서 문 용직이 등장할 줄은 나도 몰랐다..

잘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