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앙상고 출신(지금은 인문계) 럭비부 친구가 있다

세상엔 어리석었지만(?) 큰 덩치에 성실하고 의리도 있고 경우 바른 장남이었다.

당시 실업계가 인문계보다 고득점자들이 모였고 실업계에 1지망하여 떨어지면

2지망으로 인문계로 전향했었다

물론 대학을 염두에 둔 학구파 엘리트들은 소신지원 했었지만.

대구에서는 대구상고 중앙상고 대구공고 경북공고가 실업 명문이었다.

우리는 택시마당에서 만났지만 서로 잠시 스치는 인연으로 생각했는데

자격지심으로 오래 머물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서로를 연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택시로 먹고 살 사람이 아니라는 말은 결국 변명이고

상대와 스스로에게 위로 삼는 말이며 알량한 자존심을 챙기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데는 용기도 필요했다.

최근엔 고학력자와 은퇴자들이 많이 찾아 이미지가 그나마 조금은 달라졌지만

30여 년 전이고 젊은 나이에 단순노동에 무슨 장인정신이 있었겠는가.

현실적으로 직업엔 분명히 귀천이 있고 나이에 기준한 선입견도 엄연히 존재한다.

대구 모 실업팀에 있다가 팀이 해체되어 공백 기간을 거쳐 여기로 온 것과

30전에 대리직책을 받아 의욕 넘치게 일하다 업무상 과실에 샌드위치 되어

작은 대가에 권고사직 당하고 한참을 방황하다 온 나와 동변상련의 입장이 통했을까

술좌석에 모이면 과거엔 모두 영웅호걸인 것은 뭇 사내들의 호기지만

우리는 의기투합 되어 성실하게 일하면서 자존심 지키며 기다리다 재기하기를 서로 격려했다

이후 30여 년을 이곳에 몸담을 줄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잠시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서로에게 위로 받고 격려하던 세월이 이렇게 흘렀고

가정환경 탓으로 나는 동안에도 방황의 시간이 있었지만 그는 성실하게 일했다

부인은 밤새워 인형 눈을 달았고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 주었다

10여 년 만에 셋방살이를 벗어나 자그마한 아파트를 마련했을 때 술좌석에서 울먹이던 모습.

마음이 짠했다

그 때 나는 할머니 노환과 아버지로 이어지는 간병으로 잠수에 들어 일상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최근 30여 년의 간병이 끝나고 10여 년 만에 만난 친구는 또 나를 짠하게 했다

개미 같이 살았던 그들에게 마구는 시샘을 했고 연약한 이들을 마구 짓밟아놓았다

자신감이 과욕을 불렀고 때를 맞춰 보낸 마구의 하수에게 애들 엄마가 넘어갔던 것이다

인형눈깔이 눈에 차지 않았고 아파트 담보로 친구와 동업을 하였는데 칵텔바였다.

아마도 애처가인 친구는 아무 생각 없이 맡겼으리라.

장사는 말아 먹고 애 엄마만 변하면서 환경도 변했고 친구는 거의 폐인이 되어 있었다.

50후반에 칠순 할아버지로 나타난 친구를 보고 밤새 울면서 술을 마셨다

“이놈아 네가 어떻게 살았는데 이제와서.....”

어렵게 발을 들여 논 택시로 조그마한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그 마음으로 인형눈깔과 낮은 곳에서 찾은 행복을 오순도순 가꾸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개인택시까지 팔아 다 털어버렸으니 그는 팔다리마저 잃은 것이다

궁여지책 다시 법인택시를 하고 있지만 한 달에 백만 원 수입도 안 되니 생활이 되겠는가.

의욕 없는 일상을 때우고 저녁이면 슈퍼에서 소주 두 어병 들고 들어가는 모습

최근엔 몸이 아파 그나마도 띄엄띄엄 한다.

마음이 아파 현금과 카드로 조금 보탬이 되려다 나의 우정도 이제 한계를 넘어섰다

친구도 미안하다는 말만 하다가 며칠 소식이 없는 걸보니 그의 모습이 선하다

또 쌀독을 뒤져 나서야 하나.

저 몸으로 얼마나 살지도 궁금한데 올 초에 울 아버지 가셨을 때 끝까지 빈소를 지키고

장지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쓰러진 놈인데.

역시 삶은 진취적인 것도 좋지만 때가 있고 아생연후 현실유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갑자기 공무원이라고 환경미화원에 요즘 대졸 자들이 주를 이룬다는 말이 왠지 씁쓸하다

우스갯소리지만 나는 다른 이유를 하나 달아 그들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한다고 본다.

관심을 가지고 한번 둘러보라

기존 근무자는 단정한 차림에 늘 보아왔던 모습들이지만

그들과 달리 바늘구멍을 통과한 신입들은 미세먼지 자외선을 핑계로 그야말로 복면가왕이다.

하긴 나도 처음에 사계절 밤낮으로 모자와 잠자리 선글라스에 폐병환자처럼 마스크를 쓴

투명인간처럼 일했었지만.

환경미화원으로 노부모 모시고 두 아들 대학 보낸 인간승리자가 되었다가

환경미화원으로 합격한 두 아들과 근무하는 일화를 본적이 있다

누구의 승린지.

원하는 직업에 경제적 안정이 보장 된다면 최상의 조건이겠지만

아마도 낮은 곳의 애환보다는 높은 곳일수록 우리가 모르는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다.

문제는 자부심은 아니더라도 필요한 사람으로 구성원이 된다면

본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바이러스가 될 것이고 부메랑처럼 되돌려 받을 것이다.

세상은 늘 변하고 우리는 적응하며 살아야겠지만 가끔은 직업에 회의를 느낄 경우가 많다

30여 년의 과정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엉뚱한 격세지감도 느끼지만

그때의 피해의식으로 우리를 대해서도 안 되며 그 세대들만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사회 전반적 정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민주화 사회부조리 도덕성..........

개 거품을 물면서 그 좁은 공간에서의 행동은 안전과 공생과 배려와 예의가 전혀 없다

그저 개똥철학과 편협과 이기적인 발로 즉 자신이 갑이라는 권위의식에 빠진다.

미미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고고한 선지식의 철학을 일장 강의하니 도움 받으라는 말이고

경기가 좋지 않아 택시 업이 힘드니 나 같은 사람을 잘 모시라 내가 너의 구세주다는 것이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은 고용인이며 자아도취에 빠지면 갑자기 기원원장과 전화질하면서

애써 사회적 가치를 드높이기도 한다.

자장면 집 사장은 면장이고 해장국집 사장은 국장이나 해장님이겠지.

택시기사로 부끄러웠고 좌절감속에서 시작해 30여 년

이제 다행으로 생각하며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다만

나의 어려움은 눈을 깔고 살 수 있지만 나의 안타까운 사람들에게 고개 떨군다.

마음으로 고이고이 접은 선물상자는 늘 매만질 뿐  빈상자로 손때만 묻고 있으니.

일 년에 몇 번 사는 로또는 그냥 접어두고 마음만 달린다.

가끔은 그것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차와 집을 날릴 일은 없으니까.

“기간이 지났네요.”

우연히 발견하고 혹시나 하고 갔다가 종종 듣는 말이다

근데 꽝이라는 말보다 더 섭섭한 건 또 무슨 연율까.

그래 살아보자

가끔은 갑질을 당하고 진심을 외면당하고 배신도 당하겠지만

아직 나에겐 애마가 있고 택시기사가 부끄럽지 않으니 여기서 이삭을 주워 모아

따뜻한 밥 한 공기 내밀자

찬이 없어 투정에 맘이 상하더라도 돌아보면 이삭 줍는 나의 모습은 나만의 명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