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잿빛이고 마음은 답답하다

10년을 동고동락 하였던 애마가 부분적인 수리로 1년 정도만 버텨주기를 바랬건만

어저께 0시부로 한계를 드러냈다

타이밍벨트와 제네레다 배터리 미션 등 주요 부분을 깔끔하게 교체했었다

200여만원을 투자하고 그 열배의 정당한 배당을 받아서(요행을 바라는 배팅이 아니다)

일 년 후 차량 교체와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 할 생각이었는데 심장부 엔진이 …….

아직은 할 일이 많고 잠시 용돈이나 벌 것이라 시작한 일이 어언 30년.

배운 도둑질이라고는 이제 이것밖에 없는데.

갑자기 집안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모두 한숨을 내쉰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았건만 항상 빈손이고 매번 난관에서 초라해진다

할머니께서 남기신 은반지를 손에 꼭 쥐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웃고 계신다.
할머니.

단골 정비공장 사장이 한마디 던진다.

“그렇게 벌어서 다 뭐 했어?”

그렇다.

그 많은 돈을 벌어서 뭘 했다는 말이던가.

술 퍼먹고 노름하고 계집질하느라 그 길게 느껴졌던 10년의 세월이 코앞에 닥쳤구나.

면허를 팔면 당장의 급한 빚도 청산하고 얼마간은 백수로 이 지긋지긋한 시달림도

외면할 수 있을 것이고 나의 다급한 사실을 형제들에게 알려 책임전가도 할 수 있다

이제는 너희들이 간병을 책임지라고.

그러면.

남은 삶은 여유를 찾고 나의 잃어버린 시간들에 보상이 될까.

하하하.

하루가 인생이라고 그 다음날에 이 세상에서 존재할 의미를 마감할 것이다.

창문 틈으로 봄바람이 기웃거린다.

모든 것들이 새롭게 시작하였고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활짝 기지개를 켜는데

나는 깊은 빙하 속으로 반항 없이 빨려드는 느낌이다

세상 모든 이들이 성공하고 내일이 희망적이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여유 자투리 이삭을 주워서라도  기초적인 도리나 다하다 갔으면 좋겠다.

많이 바라지 않는데.

나보다 더 작은 소망으로 더 낮은 곳에서 더 큰 고통을 감내하며 사는 이들에겐 죄스럽다

허나.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살아 온 환경이 있으니 모두가 땅 끝 마을사람들이겠지.

문득 다가온 시련에 이 따뜻한 봄날 창문을 닫아놓고 바둑 몇 판과 신세타령 타자나 친다.

뭔 의미가 있어 남겨두려는 건지.

조금 있다가 우렁각시가 퇴근하면 소주 한 잔이 위로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간간히 걸려오는 전화로는 배는 고픈데 걱정이 되어 밥이 안 넘어간다고.

하하하.

그럼 술은 술술 넘어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우리 밥은 챙겨먹자”

대책 없는 위로의 말인 줄 알고 했고 그렇게 알아듣는다.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가끔씩 큰소리로 한 소절씩 따라 부른다.

그리고 바둑판을 끌어당긴다.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