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내에 들어서면 대웅전 왼편으로 창건주인 회정대사가 절을 창건한 후 11년 만에

절 아래 바닷가에서 어부가 꼭 2배인 불상과 나한상 22구를 그물로 건져 올린 것을

절의 우측 석굴에 봉안했다는 석굴법당이 있으며,

석굴법당 앞에는 약수터가 있고 용트림하는 듯한 모양의 향나무도 있다

크지는 않지만 보문사는 동해 홍련암 남해 보리암과(혹은 향일암도 거론) 함께

우리나라의 3대 해상 관음성지로 유명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점을 고려한다면 (홍련암.보리암.보문사) 정설로 여겨진다.

보문사의 큰 특징은 사찰 뒤편 정상 눈썹바위에 새겨진 마애관음좌상으로

대웅전 뒤로 굽이굽이 422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가파른 절벽에 자리하고 있다.

‘대입. 고시 합격’을 비는 불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하여

우리도 입시철에 다소 무리한 일정을 잡았다.

마애불까지 422계단을 올라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180도 사방으로

걸림 하나 없는 서해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낙가산 정상에서 서해바다의 낙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해탈의 한 자락을 보는 듯 하다하니 문득 영주 부석사의 낙조와 함께

언젠가는 여유를 가지고 꼭 보고 싶은 것이 되었다. 

설화.

옛날에, 

보문사의 어린 사미승이 부처님께 등 공양을 하기 위해 법당에 들어갔다.

나한전에는 보문사에 전해 내려오는 귀중한 보물인 옥 등잔이 있었는데,

사미승은 옥 등잔에 기름을 부으러 가는 것이다.  

사미승은 등잔을 내리고, 기름을 붓다가 실수로 등잔을 떨어뜨리게 된다.

떨어진 옥 등잔은 두 조각이 나고, 사미승은 혼비백산하여 법당을 빠져나와

구석에 주저앉아 훌쩍이게 된다.

마침 지나던 노스님이 사미승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인지 물어보자,

사미승은 옥 등잔을 깨게 된 일을 말하게 된다.

하지만 사미승이 부둥켜안고 울고 있던 등잔을 살펴보니 여는 등잔이었다.

사미승과 노스님은 깨진 옥 등잔이 있는 나한전으로 들어갔는데,

두 동강 났었다는 옥 등잔은 멀쩡히 불빛만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상히 여긴 노스님은 옥 등잔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사미승은 분명히 두 조각난 것을 보았다고 하는데 흔적조차 없이 멀쩡하였다

대웅전에는 옥 등잔밖에 사용하지 않았는데

사미승이 거짓 없이 아뢰고 죄를 뉘우쳐 나한으로부터 용서를 받은 것이라 보고

이에 노스님은 "이것은 분명 나한의 신통력 때문이로다.“ 하며

사미승을 격려하고 더욱 증진할 것을 독려했다고 한다. (자료참조 편집)

우리는 흔히 산다고 한다.

그런데 여유가 생길수록 그 정신,

즉 마음을 가꾸기보다 소쿠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자연을 따르기보다 꾸미기에 오히려 마음을 혹사시킨다.

마음을 안전하고 되도록 오래도록 신선도를 유지키 위해

소쿠리를 관리 보수하면 될 뿐인가 하고

소쿠리는 중요한 역할이지만 마음에 우선하는 것은 아니라 본다.

우리가 무심하게 살아가면서 공생의 근본이 우리라는 걸 잊고 산다.

나의 나이를 물으면 무심코 대답하고는 그 숫자에 스스로 의아해 한다.

마음은 아닌데 사회적인 개념이 등급을 매겨가고 있음에.

그리고 당연하게 말하고 스스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나이는 훨씬 아래고

순수를 알고 순리를 알고 상식과 이치를 따른다.

소쿠리의 상태를 의식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마음을 우선한다.

그렇다면 도가 따로 있겠는가.

하지만 추구하는 것과 행하는 것의 오해사이로 큰 강이 흐르고 있음이니.

108배를 하고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부실한 소쿠리를 책망하며

뒤 돌아 앉은 내 눈앞에 펼쳐진 사방 180도 막힘없는 서해.

그렇게 거대하고 우렁차던 파도소리와 물결도 그저 파란색 도화지 한 장에.

문득 화두는 사라지고 존재와 명분도 없어진다.

그 느낌을 그 평온을 나눌 수 없는 것임을 구차한 말을 줄임으로 대신한다.

2011.9.19 보문사에서 法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