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가 우승을 하고나서

빙판에 고개를 박곤 통곡하는 장면을 보았다..

묘한 느낌에 무어라 판단을 하기 힘들었다.. 그저 살아있는 것이 고맙다는 표현처럼 보였달지..

여러가지 상념이 연관되었는데, 참 다기로운 연관이어서 무어라고 할 수가 없었다..

국적과 연관해선 나 자신 조금 경직된 훈습이 되어 있어서인지, 국적과 무관한 생을 보고는 조금 당황하거나 근심스런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처음 이상하게 느껴진 장면은 맹자를 처음 볼 때가 아니었던가 싶다..

맹자의 앞을 보면 양나라 혜왕을 맹자가 만났더니, 그가 묻기를

자기는 잘 해주려고 하는데도, 옆나라는 인구가 늘어가는데, 자기나라는 인구가 줄고 있다. 이민을 가는 인구가 많다고 컨설팅을 구하고 있다. 맹자가 답하길, 그건 당신이 여민동락을 안해서 그렇다고 답한다..

지금 당신나라엔 환과고독이 즐비한데, 그런데, 당신의 왕립공원에는 사슴들이 즐거이 노닐고 있으니, 당신나라같이 불의로운 나라에 누가 살고 싶겠는가? 라고 반문을 하는 것이었다..

맹자의 답이 문제가 아니라, 국적변경은 배신, 비슷한 것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던 나로선

이미 2천년 전에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었다는 상황이 상당히 생소하게 느껴졌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민족국가,라는 개념자체가 그다지 오래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좀 느낄 수 있었기도 했다..

또 하나 기억나는 장면으론, 니이체의 글을 보면서 본 장면인데, 유명한 이 사람은 건강문제로 여기저기로 떠돌면서 생활을 하는데, 글 내용을 보면 자기나라를 싫어하고 프랑스를 좋아하는 내용이 많았다.. 당시에는 내용을 파악하느라 여념이 좀 적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래도되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한마디로 독일은 답답해서 몬살겠다,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게바라의 혁명기를 보면서도 좀 당황했던 것도 같다.. 졸업을 앞둔 의대생이었나 그랬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대륙을 여행하면서 문제를 깨닫고, 지금은 은퇴한 쿠바의 리더와 찻집에선가 만나서 그 그룹에 합류하는 것이었다.. 우리 식으로 하면 남의 나라일에 참여하는 셈이었는데, 이것도 우리처럼 단일민족 개념이 강한 관점에서 보면 좀 낯선 장면이었다.. 내 기억으론 게바라는 쿠바에서 내무장관인가 국립은행장인가도 한다.. 그러다가 그만두고, 또 다른 남미국가의 일에 참여하다가 죽었다..

지금의 미국이 인종의 용광로나 기회의 땅이 된 것도, 애초에 초기이주민들이 버려진 인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유럽에서 박해받던 사람들인데, 처음에는 황무지를 일구고 산 셈이었다.

그 초기역사를 배울 때에도 잘 적응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초기정착민들은 영국출신이었는데, 역사의 기술을 보면, 영국은 강하고, 미국은 버려진 고아들처럼 묘사되는 것이 잘 적응이 안되었었다. 저 넓은 나라에서 뭐가 아쉬워서 징징대는거야?라는 식의 궁금증이 일어나곤 하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나중의 미국에 적응된 내가 형성과정의 미국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이었다..

게다가 보스톤 차 사건인가,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에서 차,라는 말이 tea인지 car인지 구분이 안되어서 조금 골치가 아프기도 했었다. 문맥으로 보면 tea인데, 마시는 차가 어째서 독립전쟁의 실마리가 되는지 어디 마땅히 설명된 곳도 없어서 제대로 알아볼 길도 없었다.

요즘처럼 검색할 곳이라도 있거나 도서관이라도 발달했으면 좋겠지만, 분위기 때문에 어디 물어볼 곳도 없고..

스피노자가 당했다는 파문이라는 것도 좀 그렇다..

한국처럼 혈연적인 느낌이 강한 곳에 적응된 탓인지, 파문이라는 이야길 처음 들었을 적에는, 생의 기준이 우리하곤 다른가? 하는 의문이 생겨났었는데, 그게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마도 나 자신이 식민지배의 여파가 남은 우리나라의 풍토에 적응이 되어서 아마도, 관념이 다르면 공존할 수 없는 유태인 공동체의 특성을 파악하기 힘들었던 것도 같다..

안현수는 왜 빙판에 고개를 박고 오열하다가 키스를 한 것일까? 그 장면은 마치

해방을 맞아서 귀국한 독립운동가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그립던 조국의 흙에다가 헌신하는 모습이다. 현수의 조국은 얼음판이었던 것일까?

어쩌면 우린, 혹은 나는, 국적을 nationlaity중심으로 보는 공간감각에 길들여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에게 국적은, 나라는, 조국은, 한국이나 러샤이기 이전에, 얼음판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곳이 아니면 생의 의미를 찾을 길이 없는 상황이라면, 일단 생존과 의미를 보장해주는 곳이 그의 쉼터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 두고 인적자원이라고 부르는 나라에서 이미 기량이 입증된 사람들을 중시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그 뿐 아니다.. 한국사람들은 대개, 나름대로 생존력들이 있는데, 기량에 비해서 놀이터가 너무 좁아진 것 같다.

집시,라는 개념에도 적응하기 힘들었고, 무정부주의자,라는 말도 생소하던 기억도 난다..

집시,라는 것은 우리식으로 치면, 조금 규모가 큰 노숙자들인 셈이다. 주민등록이 없다.. 국적이 없다.. 실은 우리나라에서 주민등록법이 발효된 것도 60년대 초라고 들었다. 물론 그 이전에는 호적법이 그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무정부주의자,라는 개념은 자발적 집시,와 조금 비슷하다.. 국적을 굴레로 여기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데, 결국 알게 모르게 우리들은 다양한 형태의 관념에 젖어 있는 듯도 하다. 내가 교복입고 다니던 시절에 도서전시회라는 델 가보게 되었는데, 당시에 그레이트 북스,라는 것이 나와서 그 중에 하나가 윌 튜런트라는 사람이 쓴 철학이야기,라는 것이 있었다.

그 속에는 다양한 철학자가 등장하는데, 거기서 기억나는 이야기 중 하나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4우상론이라는 것이다. 인간들에겐 네 가지 우상들이 있어서 정견을 방해하는데

가령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등등이라는 것이었다.. 요즘도 가끔 생각나는 것을 보면, 이게 일리가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세월이 좀 더 지나고 나면, 지구만으로는 지금 지구인들의 활동력을 담아내지 못할 것이다.

요즘 자꾸 시간이동이나 별에서 온 그대,같은 이야기가 들리는 것이 그런 조짐이 아닌가 싶다..

그간의 시공간 관념이 지금 지구전체의 역량이나 활동성을 감당하지 못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뜻으로 조금씩 여겨진다..

요즘 드라마에선 김수현이 전지현을 사랑해서 지구에 눌러앉는 식이 될 것 같던데

반대는 왜 안되는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전래동화에 견주어보면, 김수현이 선녀에 해당하고, 전지현은 나뭇군에 해당한다..

나중에 선녀는 나뭇군을 버리고, 애들만 데리고 승천해버린다.. 나뭇군은 안되는데, 애들은 어째서 데리고 갈 수가 있는 것일까? 아마도 인간의 피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비추어보면

나뭇군에 해당하는 전지현은 중력에 길든 몸이라서 무거워서 김수현 별에 함께 가지 못하는 셈이다.. 엔트로피는 역전이 잘 안되니까 그렇다.. 결국 인간의 몸이 변형되면, 인간의 생존공간도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 된다.

일제의 식민지배라든가, 그로 인한 반동력으로서의 민족적 결속 등이 나에게도 이러저라한 습성을 준 것을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느끼게 된다.. 선종의 어록들을 보면 해탈을 하게 되면, 조롱박과 같이 모든 상황에 어울리게 된다는 식의 표현을 하곤 한다.. 사실 국가적인 의리로만 보면, 석가모니도 논란의 여지가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중년 이후에 석가족이 멸망을 했다고 하는데, 그 전쟁이 일어날 때에 고타마 붓다가 적극 말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전쟁 길목에 가만히 서 있었더니, 그와 친분이 있던 적국의 임금이 와서는 왜 여기 계시냐고 물었고, 그렇게 두번을 말없이 말렸었다는데, 강하게 appeal한 것은 아니었다는 애길 들은 적이 있다. 말하자면 두번을 말렸는데, 세번째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고 들었다..

요즘 식으로 따지고들면, 왜 말이 없었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무슨 벙어리냐고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가 하면 임란 때에 서산청허대사는 승병을 일으켜서 나라를 구하기도 했었다. 무엇이 정답인지 참 판단하기 힘들다..

그런데, 스토리가 거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어서, 그렇게 나라를 구한 사람을 다시 처벌한 사건이 있었다는데, 청허스님이, 사명당의 스승인 이 선승이 무슨 시를 하나 썼더니, 그게 무슨 반역의 뜻이라고 참소를 당해서 1년인가 고생했다는 이야길 본 것도 같다..

사실 따지고보면, 선조는 국가경영을 잘 못해서, 먼저 도망갔던 사람인데, 그가 의병장들에게 왈가왈부할 입장도 아니었던 셈이 된다..

시간과 공간을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매사에 정답을 내리긴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