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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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일생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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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를 타고 어딘가에 가는 길이었는데 왠지 마음이 무거워서 마음 속으로 처방을 찾아보았다. 그간에 의미로왔던 장면들이 있어왔기에 문제가 생기면 마음 속으로 검색을 해보곤 한다. 왜냐하면 하나하나를 그 자체로 보면 극단의 말씀들이어서 그 하나는 곧 전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아마도 내면에선 모두 뿌리가 같을 것이지만, 쓰임새는 다른 것인지 경우에 따라서 유용한 구절들이 달리 나타나기도 한다. 답답한 마음 속으로 고마왔던 순간들을 되찾아나가면서 의미를 곱씹어보아나가는 과정에 그러나 묘한 것은, 그 대부분의 구절들이 빛을 발하던 당초엔 매우 강력한 맛이 있었지만 정작 문제가 생겨서 되살려보면 뜨뜻미지근하거나 다만 당위인 경우가 흔하다는 것인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러다가 일생무사인,이라는 구절을 되뇌는 순간에 갑자가 마음의 짐에 구멍이 나면서 약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일없다는 구절은 이미 친숙하기도 하고, 여기에도 보니 몇 차례 소감을 적어놓기도 했다. 임제록을 전거로 하는 이 구절은 본래무사,라는 맥락으로 흔히 나오고, 또 불조란 다름이 아니라 일없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표현된 장면도 있는데, 묘한 것은, 그냥 일없는 사람,을 가져올 때엔 별로 반응이 없는데, 일생무사인,이라는 구절을 떠올리면 비교적 강한 안심의 느낌이 회복되는 듯하다는 것이다. 내용적으로 따져보면 그냥 무사,라는 것이 훨씬 보편적이고 범위가 큰 것이고 일생무사,라는 말은 그 정도의 범위를 포괄하진 못한다. 그런데 약효라는 점에서 보면 도리어 일생무사,라는 구절이 힘이 강한 것을 경험하기도 하는 것이다. 일단 매력이 발생하자, 관련된 사유가 이어졌는데, 가령 이런 식이다. 일이 있다는 것은 대상과 경계가 있다는 것이고, 경계가 있고, 대상이 있으면 일대다의 비율이 되고, 다수가 발생하면 이름을 붙이게 되고, 이름을 다수 붙여놓으면 스토리가 생기고, 그리고 스토리와 내가 각각 서기 때문에 호오가 있고, 호오에 따라서 취사가 생겨나고, 그러는 과정에 취향까지 생겨나서 이런 사람이나 혹은 저런 인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이런 인간이나 저런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소위 인생이라는 이름의 기업, 즉 행동의 일으킴을 낳아나가는데, 그것이 소위 생활이라고 불리는 것이 되어나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이면에는 일있음과 일없음의 구분의 순간, 즉 경계의 발생순간이 지금도 있고 있지만, 생활에 바쁘게 되면 대개의 경우 그 일있음의 순간 속에 우리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기가 힘들어진다. 습관이 깊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 일있음과 없음의 경계도 역시 진정한 실존이라고 보기 힘들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노자같은 분들은 이 일있음과 없음이 실은 같은 것인데, 있음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설파하기도 하였었던 것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즉 내가 지금 하는 조작과 번뇌는 결국 애초의 경계를 근간으로 하고, 그 경계는 실존한다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에 일있음의 모든 영역은 일없음과 항상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흔히 말하는 중도의 의미가 아닌가 싶지만, 이렇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전문용어가 가리키는 지점에 비해선, 우리가 흔히 생활하는 영역은 여러 층의 습관화과정이 이미 그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것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란 이러한 다수성과 일있음이 가져오는 변화의 느낌에다가 이름과 숫자를 붙임으로써 진행의 느낌이라는 일종의 환각작용을 주는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 그리고 공간이란 이러한 다수성을 실체화하고나면 나머지 빈 곳이 있어보이는 것이지만,그러나 맥락적으로 살펴보면, 공간이란 다수성을 실체화한 후에 그 여백에다가 의미를 부여한 것이므로 그 배경에는 이미 일없음의 자각력과 자아라고 불리는 것의 인식력이 겹쳐서 있는 것이라고 대개 여겨지기도 하였다. 일없음이라는 하나의 구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직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러한 모든 맥락적 사유도 불필요한 경우도 많을 것이며, 바둑에 비유해보면, 바둑이 다만 집내기인 것을 잊으면, 그 다양한 논리와 재주가 무용할 수도 있듯이 결국 삼세간의 다종다양한 사연은 다만 일없음이 회복되기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여겨졌다. 말이 조금 복잡하고 거창해진 느낌도 있지만, 일생무사인,이라는 구절이 부각된 것을 기념하여 한자 써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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