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나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易과 貞 그리고 旅.

은허문자중에 가장 빈발하게 보이는 글자가 貞이다. 貞과 鼎은 비슷한 글자다. 卜이 갑골을 태워 갈라진 모습이라면 貝는 좋은것, 선물, 화폐의 대용이란 뜻이다. '설문해자'는 貞은 묻는것이라 했다. 貞이 곧다라는 의미로 쓰인것은 후대의 일이다.

주역 곤괘는 선미후득(先迷後得)이라 했다. '단전'은 먼저 미혹하면 길을 잃는다 했고 '설문'은 迷는 惑이라 했다. '시경'에 가고자 하면 얻는것이 있을까 한것은 '한비자'가 말한 아무렇게나 길을 떠나면 어리석다(迷)는 말이다.

고대인들은 어디론가 길을 떠나는 것을 굉장한 두려움으로 알았다. 강과 산을 경계로 한 산곡에 살면서 자신들의 눈과 몸에 친숙한 고장을 떠나 산을 넘고  강을 건넌다는 것은 모험이자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렵다 하여 한곳에 만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사냥도 무역도 때로는 산과 강의 경계를 위협하는 다른 부족들의 침입도 방어해야 했을 것이다.

출행은 고대인에게 가장 큰 집단적 행사였다. 출행은 부족의 생사를 가름 하는 당면 과제이기도 했다. 하여출행은 易에 貞해야 했다. 출행의 위험을 알아야 했던 것이다. 易은 곧 하늘의 비밀을 기록한 서계(書契)였다. 서계를 공경하는 말이 바로 易이다. 易은 '갑골문합집'에 여러편 보인다. '갑골문합집'은 다음의 그럴듯한 두편의 기록을 보여준다.

가)  易入二十.

나)  貞于易.

이 두편의 기록을 본 국내의 한 학자는 '고본죽서기년'에 보이는 상갑이 하백의 군대를 빌려 有易을 치는 기록을 근거로 '유역'이라는 어떤 지역으로 고증을 했지만 위의 易은 지역이라기 보다는 은나라의 귀장역으로 보는 것이 맞는듯 하다. 특히 '정우역'은 역에 묻는 다는 원시 주역관을 구차한 설명 없이 실감나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계사전은 作易者其憂患也.라 했다. 역을 지은자는 사람의 어려움을 근심했다는 것이다. 그랬다.

고대인들은  집단적으로 출행을 준비 하며 그들은 무엇인가를 하늘에 물었다. 이번 출행이 좋을것인가? 나쁠것인가?

旅는 떠나는 것이다. 은허문자에 旅는 두 사람이 바랑을 지고 어디론가로 떠나는 모습이다. '설문'은 여행이란 했다. '석문'은 오랫동안 타향에 머무는 것이 旅라 했다. 주역 56괘인 旅괘는 旅貞이라 했다. 旅貞은 여행중에 치는 점을 말한다. '공영달'은 旅를 나그네라 했다.

고대에는 초보적인 화폐와 여관이 있었다. 무슨 여관(?) 이라는 질문은 하지 말자. 여괘 '구삼'은 여관이 불타고 어린 종이 죽었다 하고 있다.  고대의 여행길은 풍파와 험로가 극심했을 것이다. 곳곳에서 강도와 만나는 경우도 허다했을 것이다. 하여 개인의 여행길도 점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여괘 '상구'는 喪牛于易을 말했다. 역땅에서 소를 잃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易이 소를 잃게 된다는 것을 말해준 것일까?

대분분의 학자들은 역땅을 말하고 있기는 하다. 고대에 易이라는 나라가(邑)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주역 64괘의 괘명이 모두 고대의 邑의 이름이라는 과감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시경에 逡彼微行이 있다. 해석을 하면 '저 작은 길을 따라' 정도겠다. 고대의 어법으로는 믿어 지지 않는 아름답고 참신한 문장이다. 그러나 은허문자로 해석을 하면 전혀 다른 내용이 된다.

-그 작은 길을지나  사거리에서 죽인다.

微의 은허 문자의 뜻은 두명이 한 사람을 도끼로 내리 찍는 모습이다. 고대에는 50이 되면 어디론가 끌고 가서 죽이는 풍습이 있었다. 은밀한 미자의 뜻이 이곳에서 나온다.

고대의 한 부족장은 출행을 앞에 놓고 사명적 태도를 고민 한다. 사명적 태도는 고대에 한 부족을 이끄는 부족장 또는 샤먼의 덕목이다.

샤먼은 끊임 없이 利涉大川을 해야 했다. 이섭대천은 주역 64괘의 단골 손님이다. 이섭대천은 결행을 말한다. 나그네도 이섭대천을 해 여관을 거치며 貝와 朋(패열개가 붕)을 모으고 부족은 이섭대천을 해 사냥과 전쟁을 수행 했다. 여행과 출행은 개인과 부족에게 큰 수확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개인의 도중 사망과 부족 멸망이라는 엄청난 댓가를 치루기도 한다.

샤먼인 부족장은 개인과 부족의 두려움과 공포를 易에 물어 답을 내야 했다. 易에 旅를 貞(묻자)

한것은 종교적 태도일 수 있겠지만 나는 易은 貞의 결집(結集)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易의 貞이 곧은 것이며  貞은 믿음이라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평소 나도작가 코너의  글을 읽으면서 좋은글들에 감동과 때로는 필자가 글쟁이(?)라는 것이 송구스러울때가 많았습니다. 필자도 사실은 이 코너(광장)를 통해 오로에 글쓰기를 시작했었기에 코너 참여가 이상한것은 아닐겁니다. 글을 쓴다는것...  그저 그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많은 지도편달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