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내 품에 안겨 사랑한다고 잊으라고 말없이 옷깃만 매만지고

부끄러운 기억과 후회스런 몸짓들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하지만

조금의 자랑거리도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그저 술잔에 띄운 미련이 되고 가끔 내뿜는 담배연기 따라 흐느적거릴 때

외롭지 않다고 그저 고독할 뿐이라고 자위한다.

세상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젠 그 어떤 경우에도 시비를 가리려 않는다.

내 말을 들어주면 내 뱉고 아니라면 그러라고 하고 돌아선다.

몰라보게 수척해진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이제는 나를 말하기보다 어떻게 볼지도 고려하지 않고 나에게 더 많은 배려를 한다.

그 어떤 수식어로 미화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여운.

음악은 내 멋대로 사랑하게 해주고 바둑은 옹색하나마 순리를 시비하다 결과를 인정하면 되고

어쭙잖은 글쓰기는 좀 더 진솔하고 자유로운 나에게 다가가는 산책이다.

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음악과 바둑과 글쓰기에 대해 안부를 묻고 가끔 소통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세상에서 나는 내 세상에서 살 뿐이다

각자 다른 목적으로 가다가 교차로서 휴게소에서 스치듯 만남이 오랠 수 있을까

바라지 않고 내가 보듬을 뿐이다

운명의 상수에게 시달리고 인연의 맞수와 시비하다 나도 모르게 성숙해졌겠지만

결국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나를 보게 된다.

음악을 틀고 술 한 잔 따르고 컴터 자판을 끌어당기고는 담배 한 모금 뿜으며 생각한다.

오늘 또 어떤 나를 만날까.

도박의 어리석음과 사랑이 사치임도 알고 시비에도 지쳐 꼭하고 싶은 일은 없다

그러나 아직 새벽이면 떨치고 나갈 직업이 있고

가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일어나고 싶지 않아도 새벽을 맞이할 때

부양해야 할 가족과 세상이 조금 더 살아주기를 바라는 나만 모르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새벽에 나가 좀 쉬고 다시 새벽에 마치는 일상.

가족들이 컴터 앞에 앉아 바둑 두고 글쓰기 하고 술 한 잔에 음악 듣는 나에 대한 침묵이

애정이든 묵시적 위로든 무시나 포기든.

현실은 어차피 불가피한 인연의 끈을 붙잡고 도하하는 전사들이다.

환경의 변화에 책임과 의무가 이기심에 변질되어도 역할은 술잔을 당겨 실소하게 한다.

그러나 달이 모나다고 둥글다고 일희일비 할 것 없겠다

내가 달이 아니니까.

조금 고독한 사람들아.

열시미 일하고 뭔가에 마음을 담그고 지그시 눈을 감으라.

이미 인정받기 늦은 사람들에게 묵언과 미소 포기를 권하고 싶다

천상천하유아독존

너와 난

세상에 유일한 아름다운 사람인 것을.

내가 죽고 나면 무엇이 필요할까.

아마 무엇이었다기보다 무엇을 위해 살았다는 것이 아닐까.

가을이다

어느 자리에서도 충분히 고독할 이유가 있다

마음의 거울에 비친 야윈 자신에게 어깨를 토닥이며 술 한 잔하는 모든 이에게

외로움이든 고독이든

그대의 모습이 슬프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란 걸 알리고 싶다

내 모습은 거울을 든 사람의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