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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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묵비사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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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을 보니 묵자도 나오고 맹자도 나오며 또한 유학적 공동체윤리도 조금 밀집해서 소개되기도 한다. 그 중에서 묵자라는 사람은 한국에도 소개되긴 했지만 겸애, 아마도 보편적 사랑을 설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묵자에 대한 구절을 처음 접한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중학교 시절에 접했을 수도 있고, 대학에서 맹자원문을 접하던 시절에 접했을 수도 있는데 일단 겸애설이라는 말은 10대 시절에 접했을 것이다. 맹자는 유명하고 묵자는 그 맹자 안에서 비판을 받는 입장이어서인지 그다지 관심을 갖지도 않고 무심코 맹자의 입장을 동조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생각해보면 묵자의 입장이 좀 더 근본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묵자와 함께 도매금으로 비판받는 사람 중에 양주,라는 사람도 있다. 양주는 자기 몸의 털하나를 뽑아서 천하를 구할 수 있더라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데 극단적 이기주의로 들린다. 이 사람에 대해서도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가능성을 이따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맹자는 이 두 사람을 두 사람의 극단주의자로 거명하면서 비판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면 다른 측면이 이따금 생각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천자의 85행과 86행을 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맹가는 돈소하고 사어는 병직하였으니 서기중용은 노겸근칙이라... 맹자는 바탕을 돈독히 하였고, 사어라는 사람은 곧음을 잡았는데 중용을 취하려면 겸손함을 규칙삼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라는 정도일 것 같다.. 맹가돈소에서 소가 바탕을 나타내는데, 이게 무얼 가리키는 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인,일 것이다. 결국 유학에서도 인, 즉 보편적 사랑을 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가 하면 보편적 사랑을 실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차별을 두어서 가까운 곳에서 점증시킨다고 보는 것 같은데, 실제론 그냥 차별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41-51의 천자내용을 보아도 좋은 구절들을 많이 소개되는데 다만 핵심명제가 선명한 느낌이 아니고 공동체 윤리 쪽에 조금 서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럴 경우 자연히 보편적 사랑을 말하는 묵자가 좀 강조될 필요가 있다.. 41-51행이 주로 공동체윤리에서 본 유학의 관념이 모인 자리인 것 같은데 우선 소리로 한번 보면 다음과 같다. 41. 악수귀천 예별존비 상하화목 부창부수 외수부훈 입몽모의 제고백숙 유자비아 공회형제 동기연지 교우투분 절마잠규 인자은측 조차불리 절의렴퇴 전패비휴 성정정일 심동신피 수진지만 축물의이 51. 견지아조 호작자미 처음부터 차별이 나오고 있다. 물론 차별이 요즘 인식되는 것처럼 누군가 과도한 이익을 얻고 또 다른 무리는 멸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간세상에 차별이 도입되면 대개 그레샴의 법칙이 통하게 마련이다. 음악에 귀천이 있듯이 예에선 존비가 있다는 것이다. 42행 이하를 보면 참고할 만한 부분은 많지만 항목이 복잡하다, 그러면 어느 정도 차별이라는 쉬운 주제에 사람들이 의탁하기 쉬울 것이다. 상하화목이라고 했지만, 상하관념이 있고나면 갑질이 흔히 있고 부창부수라는 말이 있으면 서로 어우러지라는 뜻보단 남편이 우선이라는 관념이 널리 퍼지곤 한다. 외수부훈은 밖에서 싸부에게 교훈을 받고, 집에선 어머니의 행동거지를 본받게 된다는 말인데, 어머니만 지칭하진 않을 것이지만, 이것도 남자는 밖으로 나가야 할 것이니 싸부에게 배우고, 여자들은 글배움보단 행동거지에서나 배워라,라고 말하는 식이 되곤 하였을 것이다. 제고백숙 유자비아라는 말은 취지를 잘 모르겠다. 고는 고모 등의 족보를 말하고, 백은 큰아버지기 기본개념이고, 숙은 삼촌이나 아재비를 말하는데, 그들이 자녀나 아이들에 비유된다고 말하고 있으니 무슨 뜻일지.. 어쨌든 촌수 상으로 멀지 않다는 뜻으로 보고 형제는 기운을 함께 하고 연지, 즉 연리지라는 말이고 교유할 때엔 공유하는 측면이 있어서 의기투합하면서 절차탁마함에 잠규가 있도록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 같다. 그 아래에 좋은 말씀들이 많은데 인자은측은 조차불리, 잠시도 떨어져선 안되고 절의렴퇴는 엎어지고 깨어지고라도 포기해서 안되고 성품이 고요하면 정서는 한가해지고, 마음이 동하면 정신이 피곤해진다고 마음원리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수진지만 축물의이도 볼 만하다. 참마음을 지키면 본래의지가 가득해지지만, 외물을 따르다보면 意가 그에따라 옮겨진다고 말하고 있다. 즉 존심하여 양성하라는 말이다. 이것 좀 멋지다.. 그렇게 해서 결론적으로 견지아조, 호작자미라고 하는데 아름다운 절조를 잘 견지할지니, 벼슬이나 공훈에 눈이 멀면 스스로 굴레가 되기 쉽다는 말로 끝맺어지고 있다.. 사랑을 가까운 곳에서부터 널리 확산시킨다는 발상도 아름답지만 그 근본은 누구나가 사랑받을 존재라는 기본관념이 우선하지 않으면 차별만 남게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좀 든다. 그걸 땜빵하느라고 다양하게 애쓰더라도 대개는 잘 안된다.. 애초에 구조를 좀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 사랑을 바탕에 깔고, 그 위에 일상에서 만나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지만, 그러나 예별존비라는 것도 바탕의 본래적 존귀함을 해쳐선 곤란할 것이다. 아무래도 묵자 스타일이 되면 핵심명제인 보편적 사랑을 위해서 공동체의 제도 자체가 구성될 것 같고, 맹자스타일로 가면 공동체를 위해서 보편적 사랑이 개조될 듯한 경향이 느겨진다. 결국 이렇게 되면 사랑은 세상의 한 방편인가 아니면 그 자체가 목적인가 라는 질문에 봉착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사랑을 배우기 위함인가, 아니면 사랑은 다만 세상을 살아가는 한 가지 측면에 불과한 것인가? 아마도 이런 식으로 의문이 던져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양주에 대해선 자료를 접해본 것이 없다시피 하지만 털하나 뽑아서 천하를 구하지도 않을 사람이라면 적어도 타인을 해치진 않을 것이다. 맹자에게서 거론될 정도의 사람이면 단순한 편견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고 나름 어떤 시스템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남의 털은 반근 자기 털은 수천량이라고 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내털 하나가 귀하듯이 모두의 털이 모두 오직 귀할 뿐이라고 할 것 같다. 도둑놈 심보가 전혀 없을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 하이튼 천자를 보다가 보니까 묵자도 나오고 유학적 관념들도 많고해서 한번 써보게 되었다. 한국에도 묵자를 좋아해서 옹호하는 유명한 학인이 있는 것을 본 기억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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