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으면서 테레비를 보는데, 여성들이 씨름을 하고 있다.

준결승에서 결승으로 가는 과정인데,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

이름이 소율이라는데, 정말 기술이 좋다..

요즘 씨름이 간간이 보이는 데에는 경제적 변화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삿바라는 것 자체가 귀했다. 그런데 삿바가 있어야 씨름의 다양한 기술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요즘 방송에서 아마추어들이 씨름을 하는 것을 보면 다양한 기술이 구사되긴 한다. 그런데 소율의 기술은 정말 다양하고 타이밍이 절묘했다.

검색을 해보니 키가 162라고 했으니 다른 선수들은 대개 70 가까이 되는 모양인데

그 힘들을 그 자신의 다양한 기술들로 cover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방송자막에 소개되는 것만 해도 잡치기 들배지기 등등등 다양하기 짝이 없다..

이전에 이만기가 씨름계를 활발하게 만들 무렵에 유명했던 광고문구가 바로 역시 기술이죠,였는데, 정말 기술이었다.

기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기술은 기술이라는 단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씨름은 결국 상대를 넘어뜨려야 하는 것이므로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들을 사용하여 힘을 가해야 하는 것인데

힘이 세다는 것은 기술을 가했을 때에 상대가 버티기 힘들게 만드는 효과가 있지만, 만약 상대가 그 기술과 힘을 감당해내면 일단 고비는 넘기게 된다. 그런데

힘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타이밍을 잡아서 연속으로 기술을 구사하면 힘을 발휘하지 못할 상황의 상대는 당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상대는 자신이 가진 힘을 발휘할 여가가 없이

그 순간의 힘에선 기술을 구사하는 쪽에 비해서 힘이 약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평균적인 전력이 약한 상대라고 해서 승률이 좋은 상대에게 항상 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비율의 차이일 뿐이다. 이렇게 본다면, 기본적 조건의 차이가 평균적인 상황을 결정하기는 하지만 실제에 있어선, 주어진 기술과 여건을 활용하는 기술의 조합에 의해서도 상당한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된 흐름은 종내에 여건과 조건 자체를 바꾸는 수준으로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 세계사를 배우던 시절에,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말을 듣고는 너무 이상하게 느꼈던 기억이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형성된 미국과 영국을 놓고 보는 습관이 있는데

아직 미국이 제대로 형성되기 전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으니 이해가 안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먼로주의라는 것도 처음 듣기에 납득이 안되었었다. 우리를 내버려둬달라,라는 것이었는데, 제일 강하고 면적도 넓은 나라가 왜 사춘기 소년같은 소릴 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되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미국이 강자로 부상한 것은 대개, 2차 대전 이후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따지고 보면 처음 출발할 때의 미국은 외로운 유랑자들이었다.

그 넓은 국토가 모두 활용되어서 대륙간 철도가 놓이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당시의 기술수준에선 그 넓은 땅이 모두 황무지로 인식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소위 보스톤 차 사건,으로 미국독립의 단서가 생겨나고, 그리고 더 세월이 흐르면서 소위 골드 러쉬 등으로 미국은 기회의 땅으로 개념을 바꾸어갔었던 이야기가 기억난다..

처음에는 여건을 중심으로 상황이 형성되지만, 기술의 발달은 여건의 개념을 바꾸기도 하는 것 같다. 씨름에선 속도나 종합적 파악력도 역시 힘의 일종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고

처음에는 황무지였던 넓은 미국대륙도 약속과 기회의 땅으로 변해갔듯이 말이다..

여성들이 씨름을 기술적으로 하는 모습도 아마 앞으로 생활문화의 변화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장은 우리나라의 면적이 좁아서 답답한 상황이 있지만, 이 또한 소위 한상들의 활동이 강화되면, 그리고 세계적 교통속도가 빨라지면 어떤 변화된 인식이 생겨날 지 모른다.

새해 설날 구경하기엔 너무나 멋진 씨름이었다. 91년 생이라고 하니 벌써 스물 네 살이나 된 아가씨인 셈인데, 요즘 백세 시대라고들 하니, 이전과는 세대개념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만기, 이만기도 한국현대문명에서 어느 정도 기여한 바가 없지 않은 것 같다.

원래 시인들은 하나의 구절을 세상에 남기면 한 평생의 가치를 이루었다고들 하는데

역시 기술이죠,라는 그 문구도 그런 하나의 구절이 굳이 아니라고 하기 힘들 것 같았다. 적어도 오늘 느낌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