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에게서 시 한편을 받았다

바둑으로 만난 동갑내기가 글로 살아갈 수 없어 막 노동으로 뛰어 다니며 산다던데

일 년인가 아니면 삼년쯤 아니 벌써 반 십년이 넘었다

띄엄띄엄 문자 받고 가끔 불쑥 걸려온 한밤중의 통화는 늘 띠리리 띠리리

배터리가 떨어져서야 끝났다

세상살이 한탄하고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 울부짖다 늘 자식자랑으로 끝났지

서로에게 부럽고 다행스런 게 있어 우리는 위로가 되고 그렇게 친구로 기억되나

그래서 몇 년이 지나고 또 지나도 일상의 친구들을 다 보낸 달빛 허술한 빈방에서

먹다 남은 술을 꺼내 따르며 혹시나 들어 본 빈 전화기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가

다시 집어 들게 하는 막연한 그리움이 주물 럭 그리다 나를 찾아내나보다

내가 가끔 그랬듯이

우리는 열 번을 하면 한번 연결되기가 어려웠다

일상이 장애가 되었고 절실한 그리움이 약했을 때도 있었고 몸과 마음이 아플 때도 있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당장 달려가고 부를 수 없음에 포기하는 것도 있었고

조금 있다 하리라했다가 잊어버린 적도 있었고 그럴 것이라 기다리다 섭섭한 적도 있었다

내가 보아 안타까운 친구의 재능이 있고

친구가 잃어버린 많은 것에서 갈등하는 내가 친구에게 안타까움을 준다

세상은 가져도 잃어도 번뇌인가

나는 시를 모른다

오늘 우연히 문자로 보내 온 오랜만에 친구의 시심을 대하며

쉬 다가가지지 않는 막막함을 술 한 잔으로 달래며 보내 준 마음만 보듬는다.

들풀. 작

비누.

홀로 선방에서 묵언정진 하더니

세상의 온갖 때 다 지우고

정작 제 몸은 아낌없이 받친다

저 끝 같은 시간을 따라

적멸의 새처럼 날아오르다가

한 점 침묵을 물고 정토를 꿈꾸는가

방금 사라진 연화좌대여.

나는 한줌 거름이나 마찬가지

좃나게 뿌리다보면

낭중에 꽃밭이 되거나

알찬 과실을 거둘 수 있는 과수원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슬퍼하지 않는다.

이 시가 문자로 받아 제대로 옮겼는지 모르겠다

또 같은 시인지 다른 시인지도 애매하다

그러나 그는 곧 노동자의 시를 곧 출간한다고 한다

우리 기우였던 그의 좋은 시집이 나오 길 바라고 여러분에게 사랑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유명해져서 내가 잊혀 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