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敵)그리스도

어느 마을에 아주 큰 교회가 있었다. 해마다 증축을 하다 보니 규모가 학교보다 더 커졌다. 이를테면, 제일 잘나가는 회사보다 더 번창한 셈이었다.

그런데,

그 교회엔 이상한점이 하나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 교회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교회에만 신의 은총이 내리는 곳이라고 주장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상종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적그리스도’로 치부해 버리는 버릇까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그날 밤도 그들은 교회에 모였다. 밖에서 떠도는 ‘적그리스도’들을 어떻게 교화시킬 건가에 대하여 심각하게 논의를 했다. 의견은 제각기 분분했다. 그러나 결론은 결국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그들이 예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거리로 나가서 전도를 하기로 했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하며, 행인들에게 겁을 주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리하여 그들이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아까부터 그들을 지켜보던 보던 한 아이가 그들을 막아섰다. 그리고 말했다.

“제가 한 가지 물어 볼 게 있어요?”

“무언지 어서 물어보렴.”

그들은 잠시 멈춰 섰다.

“붉은 색을 한자로 하면 어떻게 되죠?”

“赤(적)이라고 하면 된 단다.”

그들 중에 한 명이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그럼 십자가가 상징하는 건 뭐예요?

“그야 당연히 ‘그리스도’지.”

아이는 그들의 대답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후, 그들을 창가로 따라오게 했다. 그리고 그들의 교회 지붕 꼭대기에서 붉게 빛나고 있는 십자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길 좀 보세요. 붉은 색이 ‘적’이고, 십자가가 ‘그리스도’라면 저렇게 붉게 빛나고 있는 십자가가 ‘적그리스도’잖아요. 저 붉은 불을 켠 신도님들이 바로 적 그리스도구요. 그런데 왜 신도님들은 적그리스도를 밖에서만 찾으려고 하세요. 신도님들이 바로 적그리스도들인데, 애써 밖으로 나가실 필요는 없잖아요.”

(아이는 아직 赤과 敵을 구분하지 못했다)

&

지금
그대가 기독교인이라면 그대가 바로 ‘적그리스도’가 아닌지 뒤돌아 봐야 한다.

현재
기독교의 경우는 너무 많이 왜곡되어 있어서 그 틀 속에 그대가 들어가 있다면 그대는 그대도 모르는 사이 적(敵)그리스도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