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가 청와대 안을 걷는 모습이 보인다. 조금 웃음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선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스타일을 구기기 싫어한다.

그도 이미 50대이고, 나름 경력이 좋은 사람이다. 폼을 잡으려면 잡을 일은 많은 입장이다. 게다가 흔히 정치란 파워게임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싫다는 사람 만나자고 맨발로 걸어가기엔 조금 묘한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직접 찾아가서 면담하자고 요청을 하고 있으니, 조금 신선하다..

그래도 접수창구가 있어서 문전박대 수준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 구조라고 하니 다행이다. 그래도 야당대표인데 스타일을 너무 구긴다는 것은 좋지 않다..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옛날 이야기가 두어가지 떠오른다.. 하나는 알렉산더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어느 동자승의 일화이다..

어느 동자승에게 반야심경을 가르치는데, 무안이비설신의,라고 하는 구절이 나오자

아니 눈도 없고 코도 없다는 말씀이예요? 라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그 질문을 받은 교학담당스님이 바로 하는 말씀이, 너는 오늘부로 교학은 졸업이다.. 선원을 소개해줄테니 그리로 가라,라고 해서 바로 사교입선했다는 소문...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기본목적은 다른 방식에 대한 탐구심과 의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눈도 없고 코도 없다는 말에 대해서 이게 말이 됩니까? 라고 바로 반문을 하자, 이미 출가한 몸인데다가 의문까지 일었으니 탐구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본 것인가 싶다..

내 기억으론 이 동자승이 역사적으로도 어느 정도 유명한 사람의 어린 시절이다..

사실 이동의 자유가 있으며, 청와대에도 방문과 면담신청의 자유가 있다면 야당대표라고 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개 우리 습관대로라면, 말썽이 일어나면 영수회담이라는 형식으로 가서 대접받으면서 만나고 싶을 것인데, 마치 봄날의 날씨라도 즐기듯이 찾아가서 면담신청을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새롭긴 하다..

우리나라가 가진 문제들은 일본 등과의 관계에서 보듯이 이미 한 세기 이상의 역사가 누적된 것이므로 지금과 같이 5년 임기의 대통령제에서 뾰족한 새 정치의 성과를 얻기 힘들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래도 새로운 것은 또한 나름 새로운 것이기도 할 것이다..

알렉산더가 베었다는 매듭을 이따금 생각해보는데, 그건 일종의 반칙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매듭을 푸는 것과 베어내는 것은 조금 다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일단 역사적으로는 그가 유일하게 하나의 답안을 내었고, 다른 사람들에겐 기회가 없었으니, 알렉산더의 답도 외면할 순 없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풀어야 할 것을 베었으므로, 그래서 풀었을 경우의 그 매듭의 길이처럼 알렉산더의 영광이 오래가지 못하고, 베어낸 길이처럼 그렇게 젊어서 죽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게 좋다면 어찌 하겠는가?

면담의 접수를 받은 담당자는 대통령집무실에 연락이라도 했는지..

드라마에 나오는 이동휘 대통령이라면 아마도 찾아온 손님을 그냥 보내기 뭣해서 차라도 한잔 대접해서 환송했을 것인데, 아마 요즘 박대통령은 원래의 기대와 조금 상황이 부족할테니, 그럴 여유가 없을 듯도 하였다..

다들 컨디션조절을 잘 하셔서 좋은 기보를 남겨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