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비를 보는데 강지원 변호사가 나왔다. 시사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내고 있는데

이분도 얼굴이 낯익어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예상보단 그리 늙진 않았다.

그런데 정보를 보니 흥미로운 점이 보였다. 검사로 일했던 것은 대략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 이전에 행정고시를 통해서 일을 했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합격연도를 보니 빠른 편이다.

그러다가 몇 년 후에 검사가 된 것으로 나온다.

경기고도 나왔기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살던 젊은이인가 싶었는데,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니 조금 더 흥미로운 내용이 보인다. 69년도에 시위에서 연설을 하다가 피신하느라 산골의 절에 갔는데, 거기에서 고시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무관이 되었다는데, 시위주동혐의로 면접에서 떨어졌다가 다음 해에 성적이 매우 좋아서 다시  붙었다고 한다. 요즘 말로 하면 공부의 신,의 한 명이었나보다.. 게다가 사법시험도 사무관으로 일하면서 되었다고 한다. 거기에서도 시위전력으로 불이익을 받아서 지방에 임용되었는데, 그의 자전적 이야기론 거기에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만났다고 한다. 청소년 문제였다..

내가 읽은 글의 기본 취지는, 자신이 평생에 후회스런 일이 고시공부를 했던 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타인들은 해볼 것 다 해보았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자신의 소감은 그게 아니라고 한다. 자신은 청소년 문제를 젊어서부터 다루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진정 느낀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식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대개 자아 자체가 임시적 구조물이라고 본다면, 적성이라는 것도 세월이 흐르면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더욱 더 시간의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

물론 법률가로 일했던 경험이 직간접으로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나이가 들어서 쓴 그의 글의 소감은 대개 이런 것이다. 즉, 젊어서부터 적성에 맞는 일을 했다면, 그런 흐름을 타고 더욱 적성에 맞는 다른 일이 나중에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논리가 된다..

만약 그렇게 해서 더 이상 아무런 일이 없어지면, 또 그건 그대로 좋을 것이다..

대개 우리는 자신에게 좋은 일을 중심으로 청년시절을 보내지 못한다. 사회화과정이 대개는 30년 정도는 지속된다. 그리고 그런 흐름으로 다시 한 세대가 지나야 되는 경우도 있다.

인생이 과연 무엇인가? 이세돌이 자신의 직업을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일등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세돌이나 이창호는 한 세대마다 등장하게 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달리본다면 문용직 같은 사람은 만들어지기가 힘든다..

정치학 박사의 학문적 기량, 프로기사의 안목, 보편성에 대한 탐구심 등으로 조합한다는 것은 인간의 교과서적인 패턴으로는 만들어지지 못한다. 이런 것도 일종의 천재가 아니라고 어찌 말할 수 있을까?

맹자는 말하길, 사람들은 개나 돼지가 집을 나가면 하루종일을 찾아다니지만, 그러나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로 끌려가 있는지는 모르고 산다고 개탄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리하고 있다.

대개의 인생이란 사회라고 하는 집단적 평균의식에 의하여 조작되는데에 거의 평생이 소진된다.

강지원의 영혼은 아마도 그런 점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나이 쉰이 되어서 만약 내가 읽은 글을 썼다면, 그 개인으로선 얼마나 아쉽겠는가?

검사나 변호사는 한해마다 평균적으로 기술적으로 생겨난다. 아무리 맹자같은 사람이 검사가 되어도 우리가 책에서 보는 맹자처럼 살 수 없다. 그렇다면 진작에 자신의 적성에 따라서 살았더라면 강지원의 인생은 더 좋았을 것이며, 보다 의미로왔을 것이라고 그는 진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런 점에 중점을 둔 사상가가 중국인으로선 왕양명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주자의 이론을 따라서 실습을 하다가 청소년기에 몸살이 나기도 했었다가, 마치 강지원처럼 관직으로 나가서 글이름을 떨치기도 하였었다. 그러나 종내에도 소년시절의 궁금증, 즉

격물지치가 도대체 무엇인가가 궁금하여 다시 서른 살 즈음에 발심하였었다.

마치 강지원이 청소년 문제에 착안하면서 술담배 등을 멀리하고 비로소 만난 주제에 생활을 헌신하게 된 것처럼, 그렇게 서른 살의 수인 왕양명도 재발심을 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다시 생의 활력과 탐구심으로 회복했던 그는 30대 후반에 정치사건에 휘말려서 중국남부지역으로 귀양을 가게 된다.

외형적으로는 귀양이었으나 막상 가보고나니, 평생의 궁금증을 탐구하기에 더 좋은 곳이었다고 한다. 거기엔 책이 없었다. 사서집주가 없으니, 이제 맨 몸으로 자신의 궁금증을 도대체 사물에 직접 당면하여 앎에 이른다고 하는 것이, 어떻게 마음의 움직임, 즉 성의와 정심과 연관되며

그것은 다시 수신과 제가 치국평천하를 어떻게 포괄할 수 있는가? 라고하는 궁금증을

인터넷도 없고, 책도 없는 상황에서 직접 자문자답하면서 탐구하였다고 하는데

종내에도 최종적인 단서가 풀리지 않아서 마침내 죽음을 각오하고 면벽수행에 들어갔다고 한다. 즉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면 그대로 죽을 수 있는 한평 짜리 관을 만든 후에 거기에서 벽곡간화를 하였고, 사흘 째에 단서를 얻어서 관짝을 부시고 나왔다고 전해진다.

그의 사상은, 심즉리 지행합일을 거쳐서 후년에는 치양지로 귀결되는데

양지,라는 말은 맹자에 등장하는 용어로 천연의 인식능력, 정도의 뜻이다.

우리들에겐 원래 바른 인식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인도에서 말하는 나치케타의 목소리라든가 혹은 삿칫아난다 같은 말이다. 대승기신론에도 원래 우리 마음에는 진여의 공덕이 가득하다고 전하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연습을 통해서 본연의 인식력을 따라서 살면 그것이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인생이란 타인이 밖에서 말할 수 없다.

그 개인의 업식을 해소하고 본연의 의식과 자각력과 행복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개개인이 어떤 과정을 겪고 있으며, 있어야 하는지 누가 알겠는가?

프로기사가 된 사람들 중에도 강지원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프로기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가?

옛날 경기고를 졸업한 다수의 인물들은 그냥 세파에 휩싸여서 끌려간 것이다. 그런 인물들 중 하나인 강지원은 20대 후반에 사법고시에 수석을 했는데, 50대가 되어서 평생에 고시공부한 것이 오직 후회된다고 글을 쓰고 있다.

필시 프로기사가 된 인물들 중에도 그런 맥락에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양심의 소리를 따르는 것은 그 귀결을 알지 못하므로 대개의 경우 불안감이 동반된다. 그래서 경험도 필요하고 용기도 필요하다..

외적인 성공을 따르는 것은 세상이라는 곳에 태어나는 우리들 모두의 불가피한 숙명이다. 그러나 인생의 경영결재권은 우리들 개개인이 가질 필요가 있다.

임제의 수처작주가 지금 이 맥락에서 꼭 맞는 말은 아니더라도 유사한 맥락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설봉이 산속에서 연하의 사형과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나누었던 대화에도 유사한 말이 나온다. 종문입자 불시가진,이라고.. 하나하나가 자신의 흉금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단순히 진실하다고 될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기본방향은 본연의 성품을 밝히는 것이지, 육문으로 통하는 모든 것들은 진정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양지,라는 말에서 良은 잘,이니 영어로 하면 well정도의 뜻일 것이다. 조작이 많으면 잘 알기 힘들다. 당연히 알수 있는 그 무엇, 양지를 따라서 사는 삶,

비록 안경알을 갈면서라도 양심을 위배하지 않고서 40여년을 진실하게 살아갔던 어느 유대인, 스피노자라는 이름의 한 존재, 그의 주저 이름도 에티카, 윤리학이다.. 그 책은 왜 윤리학이 되었을까? 그의 책은 신,을 먼저 등장시키고 있다. 다음에 인간을 다루고, 그 다음에는 감정을 다룬다. 그리고 4부에선 감정에 매이면 굴레가 되고, 침착성을 따르면 해탈이 온다고 5부에서 말하고 있다. 어찌 이리도 노인네들은 모두 같은 말을 하는 것일까?

서양에서 신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도에 따른 덕, 즉 도를 따르는 당연함의 윤리학, 그것이 바로 그의 윤리학일 것이다. 에티카는 바로 도덕경의 취지와 구성이 같다고 여겨진다. 스피노자나 노자나 다같이 노자스럽게도 도와 그에 따른 덕, 윤리를 말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양명의 오직 양지를 따르라는 말과 흡사하고, 그리고

강지원의 평생의 후회도 바로 나는 어째서 남의 인생을 평생 살았는가? 오호 통재라,라고 하는 참회록처럼, 대승의 육정참회처럼도 들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