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산다는 것이 능력을 떠나 얼마나 행복한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평소 가끔의 일탈과 무너짐은 악센트라 치부하고

늘 시간이 한가한 일부 사람들을 보며 소출에 관계없이 감사했다

너무 바빠서 투정을 부리기도 하면서......

그러나 이번에 우습지 않게 해프닝을 겪으며 그것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준비 없는 이별.

그 우선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이라 본다면 그 다음으로 중병 선고나

사업이나 직장이 하루아침에 정지 되어 버리는 것쯤으로 볼 수 있겠다

목숨보다 더 중한 것은 없겠지만 그 목숨을 유지하는 것도 못잖게 중요하니

삶의 방법 도구에 집착하고 또 반복되는 환경으로 무심함속에서 살아가면서

매일 죽어가고 있지만 스스로는 조금 못하다 여길 뿐이고 현실감은 떨어진다.

그러다 난관에 부딪치면 운명과 환경을 원망하고 자신을 학대하게 되니

불가항력의 상태에 이를 때까지 나 같은 범부들은 대개 그러고들 살지 않을까.

차는 기계로 만들었고 그 한계는 우리도 미루어 짐작한다.

그래서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며 최상의 유지상태와 관리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수명은 인간보다 짧아서 우리가 영생을 착각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내 생각으로 일부를 제외하고 인간보다 오래 사는 것은 나무가 아닐까한다

그러고 보니 일본의 어느 농부는 사과나무를 재배하면서 일체의 간섭을 않고

오직 나무를 껴안고 진심으로 잘 자라 주기만을 염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10년인가. 그이상인가.

지금은 기적의 사과나무를 가꿔 자연동화와 순리를 따르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나도 몇 십 년을 그렇게 격려하고 감사했었다

일 나가면서. 잘해보자. 마치고 들어오면 수고했다고.

그렇다고 치고. ^^:

10년을 서로를 믿고 내달렸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착잡해졌다

20년 무사고에 최저 보험료를 낸지도 아마도 10년은 넘었을 듯.

지난번 애마는 새 찬데도 몸이 태어날 때부터 부실하여 무던히도 속 썩였지.

그래서 7년도 채우지 못하고 지금의 애마로 교체했었다

그리고 벌써 10년이라니.

새벽에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샤워를 하러 들어가다 손잡이를 잡고 굳어 버렸다

“이제 한계에 왔고 수리비도 많이 드니 차를 바꾸는 것도 일편입니다”

잠이 들깬 상태에다 어저께 마신 술 탓으로 조금 멍한 상태라 긴가민가했다

꿈을 꾸었나.

돌아서 담배 한대 물고 베란다로 다가가 창밖을 내다보니 애마가 보인다.

사실이구나. 오늘부터 움직이지 못하지.

말이야 바른 말이지 영업용으로 10년이면 인간백세라 보면 맞을 것이다

그래 이제 기력이 소진 할 때도 되었지.

너로 할머니 공양하고 간병 다니고 큰 돈 알바 하는 우렁각시 출 퇴근 시키고도

밤낮없이 하루 천리 길을 달렸으니 네가 적토마요 천리마다.

그런데 이 마부는 채찍만 휘둘렀나 싶다. 네가 그 지경이 되도록 말이다.

혼자 말을 던지며 애처롭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여 정녕 할 수만 있다면

너를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 너의 환생이 반복되는 것이 떠올라 문득 안쓰러워하는 내가 초라해진다

너는 몸만 바꿀 뿐 너의 존재는 영원히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 사이 나는 한 번도 바꾸지 않고 그것을 지켜봤지만

너를 다룬다는 오만이 벌써 세 번째 시기에 다다라 지난 20년 동안 무심했고

누군가 절실했던 메시지를 흘려버렸던 것을 오늘에서야 느끼는 어리석음으로

나 또한 모두가 흘려버릴 메시지를 남기는가 한다.

내가 다루는 것에서 내가 다루어진다는 것 그것이 공생을 이해하는 길이라는 것

그리고 나는 한번으로 모두에게 잊혀 진다는 진정한 진실 앞에 서 있다는 걸.

꽃은 사계절 피어나고 지고 인연은 수 없이 다가왔다 멀어진다.

우리가 무엇에 머문다고 할 것인가.

다만 내가 너를 아쉬워한다기보다 네가 나를 기다려 준다는 걸 알았을 뿐이다

너는 내가 아니라도 나 없는 이곳에서 또 누군가와 너를 알리고 있을 테니까

대구 32바0000으로.

그렇게 너를 바라보며 어머님을 떠올려 본다.

늘 그렇게 곁에서 나의 편만 들어 주실 것 같은 기다림과 그리움의 어머니를.

이제 다시 태어나 남은 1년의 시간을 나에게 주었지만 나는 그 이상을 받았다

지난 세월 언제나 그렇게 일어 날 줄 알았는데 이번에 사형 선고를 받았으니까.

긴 암과의 투병 속에서 깨어 난 느낌이라면 내 심정을 이해하려나.

준비 없이 막연히 짐작하다가 올 스톱 된 상태라 기가차고 정말 막막하였다

새 차로 바꾼 것도 아니요 부채가 해결 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해결하기에는 1년이란 시간은 그리 여유롭지도 가능치도 않다

그러나 나는 절망 속에서 단 하루가 절실했는데 1년이라면 횡재요 가피다

마음은 10년을 유예 받은 듯 여유롭고 충분히 선택할 마음정리 시간을 가지게 됐다

정비공장의 오진이 나에게는 분노에서 감사로 변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바로 고쳐졌으면 남은 1년을 지금처럼 준비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기에.

108 산사순례를 눈비 속을 가르며 달렸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지금도 같이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 질려면 우리는 결코 헤어질 수 없다

너와 나는 사회와 국가에 미미 할지라도 우리 집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머슴으로

언제 어디서나 동원 될 말과 마부인 것을.

이제 1년을 다시 허리띠 조아보고 내년 봄에는 튼튼하고 깔끔하게 몸을 바꿔보자

그리고 또 우리를 바라보는 식구들을 위해 열심히 달려보자꾸나

그게 우리의 운명이니까.

그리고...... 다시 일어나줘서 정말 고맙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