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누운 곽영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지나온 삶이 떠오르고, 가난 때문에 병을 얻고도 수술을 하지 못한 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났다.

자신에게 속한 가족들을 풍요롭게 해주지 못함이 늘 마음에 죄책감으로 남아있는 곽영이다.

물론 가족이나 어머니도 자신에게 불평을 말하거나, 불만스러워 하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평범할지언정 특별하게 부족한 생활도 아니었다.

하지만 곽영의 마음에 늘 미안함을 담고 살았다.

아버지가 문득 보고싶어졌다.

아버지는 당장 장혁 대장에게 보고하라고 하셨을거다.

그렇게 사신 분이다.

장혁 대장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영웅이다.

그분처럼 되고 싶어서 그분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곽영은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크게 세상을 향해 포효하고 싶었다.

‘내가 살아낸 족적을 더 크게 만들고 싶어!’

‘내 자식에게, 내 후손에게 더 큰 유산을 남겨주고 싶어’

‘나는 내 아버지로부터는 정신적 유산만 물려 받았지.

물론 그 자체로도 나는 행운아다.

그렇지만 살아 내면서 얼마나 힘겹고 아쉬웠던가!’

같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동료들 중에는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만큼 노력을 하지 않았어도, 자신과 동등하거나 훨씬 앞서가고 있다.

그들은 당연한 듯이 누리지만, 그 당연함이 결손된 자신은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던가.

수많은 번민 속을 헤메던 곽영은 어느새 자신이 모리 일행이 제안한 계획을 실행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소스라쳐 놀라고 말았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모리 일행의 계획을 실행해서 성공한다면, 장혁 대장에게 은혜를 값을 수 있다는 자기 합리화까지 하고 있었다.

‘나라는 놈은 이만큼 밖에 안되는 위인이구나’

곽영은 긴 탄식을 내뱉었다.

‘그래! 딱 한번만 선을 넘는 것이다.’

곽영은 선잠에 빠졌다.

장혁은 대통령이 부탁한 수량을 대한민국에서 출발하기 전에는 300톤 정도로 생각을 했다.

한화로 20조원 정도 될 것이다.

물론 대통령도 현지 달 사정을 알지 못해서 수량을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지에서 작전을 수행하다보니, 500톤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자신을 했다.

아직 부하들에게, 특히 곽영 소장에게는 수량을 말해주지는 않았다.

작전을 수행하는 일만으로도 벅찬 그들이다.

모든 계획은 자신만 알고 있고, 고민하면 될 것이다.

곽영소장은 대통령의 부탁을 장혁 대장이 수행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장혁대장이 확보하고자 하는 수량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수행중인 것은 분명했다.

모리와 꾸앙은 자신에게 50톤을 요청했다.

그리고 곽영소장의 몫은 5톤이라고 했다.

어림잡아 3천억이다.

곽영은 장혁대장이 수행하고 있는 작전을 살펴보면, 자신이 50톤을 다른 보관 장소에 따로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곽영은 행동을 시작했다.

장혁은 자신의 조직원들이 사사로이 이익을 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견물생심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

관리를 잘하는 것이 부하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보관 장소마다 불시에 순회 순찰을 실시하고, 수거 관리 장부를 비치하였다.

이에 더하여 장혁은 여러 보관 장소에 있는 수거한 금덩이 일부에 자신만의 표식을 해두었다.

만약에라도 있을지 모를 사태에 대비함이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잠행을 다녔다.

때로는 자신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조직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드러내 놓고 보관장소에 다니기도 하였다.

믿는다는 것과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은 다르다.

조직원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장혁의 노력이다.

며칠 후 장혁은 다시 잠행에 나섰다.

수거된 금의 보관 장소가 여러곳이어서 자주 다니기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부피가 큰 물품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 생각됐다.

C-5구역을 순찰하던 장혁은 무엇인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뭐지? 이 느낌은,,,,,’

장혁은 보관소의 입구부터 한번 더 되돌아 걸어봤다.

역시 뭔가 달라졌다.

장혁은 자신의 표식을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점검해 나갔다.

C-5구역은 15번째 보관 장소다.

자신이 표식을 한 금덩이가 큰 표식 3개와 작은 표식 5개가 있어야 한다.

큰 표식이 1개고 작은 표식이 4개다.

금덩이들이 쌓아둔 모양도 형태상 차이가 있었다.

자신의 휴대폰에 있는 사진과 비교를 해봤다.

금덩이가 사라졌다.

장혁은 기댔던 벽이 무너져 내린 듯 몸이 휘청였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