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는 모리를 만났다.

사토는 모리의 단골 고객이자 모리에게 가장 존경스럽고도 두려운 존재였다.

모리는 사토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다.

사토가 내린 판단은 언제나 정확했으며,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모리에게 존경심을 가지게 했다.

“사토님! 부름받고 왔습니다”

“요즘 시국이 나빠서 고전하고 있지?”

사토는 의례적인 물음을 던졌다.

시국이 어렵고, 국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수록 사토나 모리 같은 무리들은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되는 법이다.

사토가 주무르는 지하경제의 자금은 대중의 고통을 먹고 자라고, 혼란은 모리 같은 야쿠자들에게 신명나는 판을 얻게 해준다.

일본을 덮친 환경 재앙은 2차 세계대전 패망이후 최대의 국가적인 위기와 모라토리엄 선언이라는 치욕적인 경제적 멸망에 이르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할 서민들이 있는 한, 지하자금을 움직이는 이들이나 지역 폭력배들에게는 다시 올 수 없는 좋은 기회다.

힘없는 서민들은 늘 이들에게 희생물이 되곤 한다.

사토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리와 같은 폭력배를 적절하게 사용한다.

모리 또한 사토가 매우 중요한 고객인 까닭에 사토의 부름에 한달음에 온 것이다.

사토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우리도 달에 다녀와야 하겠다. 방법을 찾아봐!”

잠시 동안 모리의 두뇌가 작동을 멈췄다.

상황판단이 안되는 멀뚱한 눈으로 사토를 바라보았다.

사토는 말없이 기다렸다.

잠시 후 정신을 수습한 모리의 머리에 유엔에서 발표했다는 ‘달의금 회수작전’이 떠올랐다.

하지만 유엔에서는 국가가 참가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일본은 이미 국가로서의 기능이 마비되어 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제 앞가림도 못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 어떻게 달에 다녀온단 말인가!

모리의 멀뚱한 모습을 기다리다 못해 사토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나라의 인력과 장비를 내가 일부 대고, 그 나라에서 얻는 금의 일부를 내가 갖는단 말이다”

그제야 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리는 사토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사토가 내친김에 계획을 말했다.

사토는 젊은 시절에 베트남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그때 지금의 베트남 군대 지휘관인 꾸앙을 알게 됐다.

꾸앙이 베트남의 장비와 인력을 인솔하고 달에 다녀온다는 소식을 들은 사토는 자신의 자금력을 동원하여, 개인적으로 작전에 참여할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베트남의 넉넉하지 못한 재정 사정을 알기에 꾸앙과 사토는 흔쾌히 의기를 투합하게 되었다.

모리는 사토의 손발이 되어 달에 다녀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을 하였고, 이제 작전을 지시하려는 것이었다.

자금은 사토 본인이 조달하고, 인력은 모리가 조달하며, 장비는 꾸앙이 사토의 자금으로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사토는 자신의 자금을 모두 쏟아부을 계획이었다.

긴자의 밤 대통령으로 불리우는 자신이 아니던가.

이 작전에서 성공하면 자신이 일본을 통치할 수 있을 것이다.

긴자의 밤 대통령이 일본의 대통령이 되려는 것이다.

유엔이 각국이 수거한 달의 금을 취합하고, 관리한다고 했다.

베트남 지휘자 꾸앙의 협조를 얻는다면, 수거한 금의 일부를 빼돌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달에는 제대로 된 보관시설도 없다.

기껏 한곳에 모아두고 덮어서 관리할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수거한 금도 빼돌릴 수 있다.

모리는 사토의 배포에 두려움을 느꼈다.

정말 모리는 사토가 존경스러웠다.

장혁은 달에 온 뒤로 늘 신경이 곤두세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데려온 대원들의 안전이었다.

작업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고향에서 감자를 캐듯이, 로봇장비가 석영이 덮인 달 표면을 뒤집으면 뒤따라가면서 금을 주워 담으면 됐다.

매일 수거한 금의 수량을 유엔에 보고하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관할 구역에 안전하게 보관했다가 몇일에 한번씩 순회하는 유엔의 수거 장비에 옮겨 실어주면 되는 일이다.

작업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난 장혁은 곽영과 함께 순찰을 했다.

워낙 광범위한 지역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금을 보관하는 장소도 여러 곳에 분산되었다.

장혁 자신이 모든 상황을 통솔하여야 하나, 그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 자신이 가장 믿는 곽영에게 상당부분 업무를 위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견물생심이다.

눈앞에 있는 것은 금덩어리인 것이다.

1kg이면 자신의 1년 연봉을 넘기는 금덩어리가 누구의 소유도 아닌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임자없는 금덩어리들!

챙기는 사람이 주인인 금덩어리들!

게다가 얼마만큼 수거했다고 보고를 하더라도 아무도 사실 여부를 확인 할 수가 없는 이곳,,,,달!

유혹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한 무더기만 잘 숨겨뒀다가 십수년 뒤에, 달 관광이 활발해질 때 들고 가면 인생이 바뀐다는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장혁이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장혁을 불렀던 대통령도 조국의 미래를 위해 금을 달에 숨겨둘 것을 요청하였다.

자신의 임기가 끝난다 해도 그 뒤의 지도자가 조국을 위해 사용해주면 되는 것이다.

장혁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곳 달에 장비와 인력을 파견한 각국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유엔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국가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장비와 인력을 보낸 진짜 이유가 이것이다.

이곳에는 틈이 있고, 기회가 있다.

그래서 유혹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