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지구는 풍요로움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수십억년 동안 축적된 풍요는 주로 식물을 통해 대지에 저장되어졌다.
그 대지를 발판으로 인류는 한껏 풍요를 구가한다.

지구의 어디든 인류는 풍요의 산물을을 뽑아낸다.
무엇에 의해 얼마나 긴 세월동안 축적된 다른 생명체들의 희생의 산물이었는지는 인류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마치 인류를 위해 기나긴 세월동안 식물들이 희생하며 쌓아놓은 풍요인양 아무런 감사의 마음이나 경외심을 가지지 않은채 애초부터 제것인 양 득의양양 누리고 있다.

신이 존재한다면 이 생명체에게 예의를 가르쳐야 마땅하지만 그런 기대는 접어두는게 낫다.
애를 낳아두고 방치하듯이 설령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고 한들 그는 인류에게 간섭할 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아는 듯이 인류는 다른 생명체를 핍박하고 윽박지르며 제 삶에 이용하고 있다.
너무도 다른 생명체에 대한 예의가 없다.
자신들에게 불편하면 어디든 파헤치고, 자신들에게 필요하면 무엇이든지 파괴시킨다.
다른 생명체들에게 너무도 소중한 지구의 곳곳들은 그렇게 인류가 필요한 방법으로 그들에게 편리하고 풍요로운 공간이 된다.

그렇게 풍요로워진 인류, 그 속사정을 들여다 보자.
부자가 있다.
빈자가 있다.
부자의 풍성한 식탁에는 다른 생명체의 몸과 씨앗으로 만든 향기롭고 달콤한 온갖 먹거리가 넘쳐난다.
부자의 집에는 번들거리는 치장과 넓은 정원과 따뜻한 여러개의 방들이 있다.
빈자는 그 부자의 풍요로운 식탁을 꾸민다.
드넓은 정원을 관리해 놓는다.
방을 따뜻하게 만들고 깨끗하게 청소한다.


이제 부자 인류는 같은 종족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명체에게 군림하듯이 빈자 인류들 위에 군림한다.
빈자 인류는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부자 인류의 풍요로운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조각이나 부자 인류가 쏟아서 버리는 술을 받아먹으면서도 행여 다른 빈자 인류에게 빼앗길세라 전전긍긍하면서 서로를 경계한다.
부자 인류는 이런 빈자 인류가 재미있다.
 

어느덧 인류도 종이 나뉘게 되었다.
부자 인류 종과 빈자 인류 종은 더 이상 하나의 인류가 아니다.
부자인류 종은 신계에 들어섰고 빈자인류 종은 동물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아직도 빈자 인류는 부자 인류와 같은 종인 줄 착각을 하며 살고 있다.
부자 인류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자유를 누리고 부자 인류가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생을 이어나가면서도 자신들도 인류임을 애처롭게 주장한다.
 
그런 빈자 인류가 부자 인류들에게는 더없이 재미있다.
부자 인류가 가진 재산은 날이 갈수로 늘어난다.
부자 인류는 적당한 수준에서 빈자 인류의 허례와 욕구를 허락한다.
빈자 인류에게 적당한 수준의 문화적인 욕구를 일으켜주고, 적당한 수준의 사치를 부추긴다.
그리고 그 빈자들에게 적당한 욕구와 사치를 제공해준다.
빈자들은 그 부자들이 제공한 욕구와 사치를 소비하면서 더욱 부자들의 풍요를 키워준다. 빈자들은 부자들을 따라하려고 애를 쓴다.
부자들이 하듯이 해외로 여행을 한다.
몇 년을 모아서 한번에 톡 털어 넣는다.


부자는 빈자들을 수년동안 부리며 더욱 풍요로워지고 빈자들이 해외여행 한번으로 만족한 미소를 띄울 때 그들이 해외여행 하면서 사용한 비용으로 다시 한번 더 풍요를 키운다.
빈자들은 밥을 먹고 부자들이 하듯이 비싼 커피를 마신다.
부자들은 빈자들에게 커피를 마시게 만든다.
그러면 부자들은 다시 한번 더 풍요로워진다.
빈자들은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나들이를 한다. 부자들이 만들어 놓은 자동차를 타고, 부자들이 만들어 놓은 기름을 넣는다.

빈자들의 풍요에 대한 착각과 삶의 여유에 대한 착각을 점점 더 부자들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제 부자들은 신계에 올랐고, 빈자들은 더 이상 부자들의 세계를 꿈꾸지 못한다.

인류는 이미 2개의 종으로 나뉘어져 진화중이다.